Korea2016.11.14 15:00



(Seoul_2016)



동대문 역에 자주 내렸지만 보통은 대학로나 명동 충무로역이 있는 지하철 4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였다. 동대문 역에 내려 바깥으로 빠져나와서 주로 갔던 곳이라면 청계천 고가 도로 아래의 비디오 가게들이었다.  어릴적 티비에서 방영되던 방화 속의 가난한 남자 주인공이 청자켓을 어깨에 걸치고 길거리의 돌멩이를 발로 차며 터벅터벅 걸어나올것 같은 분위기의 거리에서 고무줄만 파는 가게, 타월만 파는 가게들을 지나치고 나면 나타나던 곳,  손가락 끝이 시커멓게 되도록 뒤지고 뒤져서 하나씩 찾아내던 비디오들은 유명하지도 멋있지도 특별히 좋은 영화도 아니었지만 왠지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는 절대 찾아낼 수 없을것 같은 영화들이었고 혹시라도 영화 잡지에 숨은 명작이나 B급 호러 명작코너에서 소개될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품게 했던 영화들이었다. 아니면 피씨통신 영화퀴즈방에서 퀴즈풀기의 고수 영화광 아저씨들이 새벽녘 대화방이 파할때쯤에 하나씩  끄집어내던 그런 영화들일때도 있었다.  청계천의 비디오 가게, 동숭아트홀, 명동의 옛 영화진흥공사나 충무로의 판넬 가게들, 동대문에서 이어지던 그런곳들은 영화광이었다기 보다는 영화광이 되고 싶었던 나의 많은 추억이 묻어있다.  청계천 고가는 진작에 없어졌던것이지만 동대문 야구장은 조명탑만 남긴채 마치 선사시대 유적지 같은 발굴터를 남기고 사라져있었다.  위압적이고 삭막한 거대 건축물에 마음이 끌려왔던 이유는 아마 이전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평면적이었기 때문일거다. 그럼에도 사라져야 할것은 아직도 많아 보인다. 단지 남겨질 조명탑 따위를 가진 행운을 지닌 것들이 그리 많지 않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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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