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2012.02.28 06:36


<천국보다 낯선> 짐 자무쉬 1984

짐 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을 처음 본 것은 1994년.
청계천에서 구입한 비디오를 돌리고 또 돌려보며 단조롭고 메마른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삶에 나름 동경을 느꼈더랬다.
아무것도 안하는 삶. 그래서 기대할 것 없고 가진것 없는 인생.
인생에서 '기대'란 단어는 어쩌면 심심풀이 도박에서나 어울리는 단어일지 모른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자에게 우연처럼 주어지는 행운. 그리고 그 행운에 얽매이지 않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더이상 생각나지 않는 어떤 농담들.
아무런 정답도 결과도 보여주지 않는 결말없는 농담 같은 인생.
이 영화를 본 이후로 그냥 저렇게 살아도 나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때말이다. 어찌보면 그 순간 나는 건설적이고 진취적인 좀 더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대다수가 지향하는 장및빛인생에 대한 나만의 대안을 이미 찾아놓고,
소파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반복해서 보았던 일련의 영화들.
그것은 어찌보면 투쟁하지 않는 삶에 대한 면죄부와도 같은것이었다.

TV디너.
영화 '텐텐(轉轉)'의 도쿄산보에 버금가는 나에게는 일종의 고유명사와 같은 단어이다.
(우두커니 앉아있는 에바. 티비디너와 맥주를 들고 유유히 등장하는 윌리.)
-너 정말 티비디너 안먹을거야?
-어 배 별로 안고파. 근데 왜 하필 티비디너라고 부르지?
-티비를 보면서 먹으니깐 티비디너야. 텔레비젼말이야. 알지?
-텔레비젼이 뭔진 나도 알아
-그 고기는 어디서 온거야?
(무슨 고기야 라는 말을 하려면 What kind of meat you eat? 이렇게 물어야 하나? 아무튼 헝가리인 에바의 헝글리쉬다)
-무슨 뜻이야?
-그 고기는 어디서 왔냐고
-아마도 소?
-소? 고기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아..에바..그만 좀 깐깐하게 굴래?  
 여기선 다 이렇게 먹어. 고기, 감자,야채에 디저트까지 없는게 없잖아.
 게다가 설겆이를 할 필요도 없다고.

그리고 콧방귀끼며 못마땅해 하는 에바의 표정이 이어지고
전혀 소로부터 온것 같지 않은 고기를 쩝쩝 씹으며 버드와이져를 들이키는 윌리의 표정은 에바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듯 하다.
"이 미국땅에서 그런 풋내기 냉소따위는 집어치우라고. 너만 손해야.내일 부터는 너도 티비디너를 먹게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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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