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2016.09.02 08:00



갑작스런 손님 맞이를 위해 부랴부랴 마트에 갔다.  사실 이렇게 손님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경우가 미리 오래전부터 예고를 하고 오는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더 편하다.  좀 엉성하게 준비될것같은 예감에 약간의 불안감이있지만 사실 방문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주어진 시간이 적었으니 크게 뭔가를 기대할것 같지 않고 대접하는 입장에서도 그래서 심적 부담이 덜하고 며칠전부터 손님 생각하며 고민할 필요도 없고 짧은 시간에 오히려 휘리릭 하고 지나가는 그런 느낌도 좋고.  함께 고민하고 상의하며 메뉴를 정하는 즉흥적인 상황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기대치가 떨어져서 좋음...그래서 마트에 가서 요리에 쓰려고 할인해서 3유로하는 와인 한병을 사고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초코바하나와 라임과 아보카드가 잔뜩 든 봉지를 들고 서있는 남자가 말했다.  '오늘 9월1일이라서 주류 못사잖아요.ㅋㅋ' 나는 ' 아 맞아요. 깜빡했네요. 가져다놓고 올게요. 내 물건좀 부탁해요' 그리고 사진 한장 남기고 와인을 들고 주류 코너로 향했다. 





9월1일은 무려 3개월에 달했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일괄적으로 나라 전체에 새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학생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이 날은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접점이다. 뭔가의 시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만나면 Su rugsėjo pirma! 라는 축하인사를 건넨다. su는 '~와,~~함께'라는 전치사이고 기본적으로 어떤 날을 기념하거나 축하할때 날짜나 기념일의 명칭 앞에 붙는다. Rugsėjo pirma 는 9월의 첫째날이라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개학이나 입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건네는 축하인사지만 그냥 만나는 사람들과도 가볍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인사이다.  가족중에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도 있고 9월1일은 뭔가 평소보다 더 싱그럽고 풋풋한 그런 정서가 있다. 아마도 오전에 거리에 꽃을 들고 걸어 다니는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고 확률적으로 이즈음의 날씨는 항상 좋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대학교 신입생들도 많기때문이다. 그런데 이 개학식날ㅇ 리투아니아 마트에서는 주류를 팔지 않는다. 오후 10시 넘어서만 살 수 없는것이 아니라 그냥 하루종일 팔지 않는다.  개학식날 술을 많이 마시고 싶다면 그러니깐 8월 31일 22시 전에 미리 사두어야 한다.  






새학기를 맞이해서 8월말부터 보이기 시작한 팻말이다. 9월2일부터 주류 구입하려면 신분증 지참해야 한다는 팻말이다. 원래도 그러긴 했지만 아마 9월 한달 주류소비가 늘것을 감안한 조치같다.  





물론 술집에서는 술사서 마실 수 있다. 그래서 미어터진다. 특히 빌니우스 기차역의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이 Peronas 라는  펍은 사실 이 긴 플랫폼에 그렇게 탁자가 많았어도 꽉찬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오늘은 미어터졌다.  





와인을 도로 가져다놓고는 집에와서 어쩔 수 없이 10살된 와인을 땄다. 5년전에 지스타에서 데리고 온 프로토스 병마개 모자를 쓰고 있다.  그냥 여기저기 무식하게 세워두었기에 먼지가 소복이 쌓였다...하지만 절대 닦지 않을것임.   2006년은 특별한 해라고 생각하기때문에 보일때마다 사두던 저렴한 와인들이었는데 이제는 2006년도 와인을 찾기가 너무 힘들고 있어도 너무 비싸다. 사실 모든 와인이 오래도록 보관하기에 적합한것은 아니라고 함.  모든 와인이 요리에 적합한것도 아닐거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6.06.15 08:00


이즈음 마트 앞 행상에서  흔히 볼수있는 신선한 채소들. 잘게 잘라서 파송송 썰어 샐러드로 먹는 빨간 무와 그냥 까서 털어 먹는 달디 단 연두색 완두콩. 우유에 넣어서 설탕 뿌려 먹는 빨간 딸기.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것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한 두번은 꼭 사먹는다. 그리고 이들을 빛나게 하는  달타냥 같은 존재는 주로 블루베리인데. 블루베리는 좀 늦게 나타난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6.06.10 08:00


와인병과 작별한 와인 코르크를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냄비 뚜껑 손잡이가 뚜껑 재질과 똑같아서 열전도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코르크를 통과 시킬 수 있는 구멍이 뚫린 뚜껑이라면 말이다. 오랜시간 묵묵히 포도주를 틀어막는 임무를 끝까지 완수한 코르크의 인생에 부여된 또 다른 먼 여정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6.05.05 05:34






영화 솔라리스 영상을 보고 있으니 생각나는 리투아니아 노래. 'Saulės miestas'.  노래를 부른 안드리우스 마몬토바스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가수이며 1983년에 그가 결성한 그룹 포예 ( Fojė)는 리투아니아에서는 러시아 가수 빅토르 최와 그의 그룹 키노에 견주어지기도 한다. (사실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지만 1991년 리투아니아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하던 시기 전후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그룹이므로 그들의 노래가 힘든 시기에 젊은이들한테 끼친 영향을 내가 공감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997년에 해체된 이 그룹의 마지막 공연은 지금까지도 리투아니아에서 최대 관객동원의 기록을 가지고 있음. 지금도 여전히 솔로로 왕성히 활동중이며 영화와 연극에도 지속적으로 출연함. 언젠가 그가 북한을  여행하면서 쓴  르포 형식의 기사도 읽은적이 있다.





 빌니우스에서 2007년 부터 매년 5월이면 열리는 '거리 음악 축제 Gatvės muzikos diena'는 그가 고안한 프로젝트이다. 빌니우스 올드타운 곳곳에서 콘서트가 열리며 음악을 연주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보통 올드타운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전기 끌어와서 각자 앰프 놓고 노래부르고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음. 자기 집앞에서 실로폰 들고 나와서 연주해도 된다. 이 노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이고 리투아니아를 잠시 떠나있을때 그리움에 허덕이며 듣고 또 들으면서 가사를 카피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리투아니아어를 잘 모르던 때여서 그때 들으면서 받아 적은 가사를 지금 보면 가관도 아니지만. 원곡은 1995년 솔로 첫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이 어쿠스틱 버전은 2000년도 앨범에 수록되어있다.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힘을 북돋어 주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 류의 착한 노래이다. 개인적으로 마몬토바스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목소리와 눈빛은 호소력있다고 생각한다.






Jei dar nesibaigė lietus 


아직 비가 내리고 있다면


Ir jei dar oras ne toks gražus, 

아직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다면


Brolau, laikykis, nenusimink, 


형제여. 힘내. 슬퍼하지마


Tu nosies dar nenukabink. 


우울해하지마 (코를 늘어뜨리지마. 이것은 아마 영어의 long face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것 같다)





Nes jeigu tu perplaukti jūrą dėl savo svajonės gali, 


네가 너의 꿈을 위해서 바다를 헤엄칠 수 있다면


Tai žibantis saulės miestas tau švies visanakt iš toli. 


빛나는 태양의 도시가 멀리서부터 온 종일 너를 비춰줄거야.


Ir jeigu tu skrisi į dangų ištiesęs rankas lyg sparnus,


양팔을 쫙 날개처럼 펴고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면


Pasieksi planetą Soliarį ir rasi ten savo draugus, draugus. 


솔라리스 행성에 닿아서 너의 친구를 만나게 될거야. 너의 친구를




Tu nematei linksmų veidų, 


너는 기쁨에 찬 얼굴을 보지 못했지. 


Tau nesinori niekur eit iš namų.


집밖으로 나가고 싶지도 않지.  


Gal tavo nuotaika bloga, 


아마 너는 기분이 좋지 않나봐.


Tik negalvok, kad taip bus visada. 

하지만 항상 그럴거라고는 생각하지마.



Nes jeigu tu perplaukti jūrą dėl savo svajonės gali, 


네가 너의 꿈을 위해서 바다를 헤엄칠 수 있다면


Tai žibantis saulės miestas tau švies visanakt iš toli. 


빛나는 태양의 도시가 멀리서부터 온 종일 너를 비춰줄거야.


Ir jeigu tu skrisi į dangų ištiesęs rankas lyg sparnus,


양팔을 쫙 날개처럼 펴고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면


Pasieksi planetą Soliarį ir rasi ten savo draugus, draugus. 


솔라리스 행성에 닿아서 너의 친구를 만나게 될거야. 너의 친구를




Jei tavo ašaros dar čia 


아직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


Ir tavo liūdnos mintys šalia,


너의 우울한 생각들이 아직 네 곁에 남아있다면

 
Numok ranka į jas ir sustok, 


그들에게 작별 인사하고 멈춰서. 


Blogiems dalykams nepasiduok. 

나쁜것들에 포기하지마. 



Nes jeigu tu perplaukti jūrą dėl savo svajonės gali, 


네가 너의 꿈을 위해서 바다를 헤엄칠 수 있다면


Tai žibantis saulės miestas tau švies visanakt iš toli. 


빛나는 태양의 도시가 멀리서부터 온 종일 너를 비춰줄거야.


Ir jeigu tu skrisi į dangų ištiesęs rankas lyg sparnus,


양팔을 쫙 날개처럼 펴고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면


Pasieksi planetą Soliarį ir rasi ten savo draugus, draugus. 


솔라리스 행성에 닿아서 너의 친구를 만나게 될거야. 너의 친구를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6.03.22 07:35



부활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토요일이면 처음으로 아기와 함께 부활절을 보내러 시어머니댁에 내려간다. 리투아니아에서 부활절을 보내는것도 벌써 9번째. 여행 당시 처음으로 시어머니와 만났던 때가 부활절이었던것까지 계산하면 10번째 부활절이다. 부활절 달걀은 벌써 8번을 삶았다. '올해에는 염색하지 말까?  그냥 삶기만 하면 편하긴 할텐데. 에이 그래도 색칠해야지 부활절인데. 염색약 어디갔지? 분명히 작년에 염색하고 이 서랍속에 넣어 놨었는데? ' 신기하게도 거의 매년 반복되는 대화들이다. 매년 김장철이 되어 욕실 가득 크고 작은 대야를 늘어 놓으시고 배추를 절이시는 엄마를 보며 했던 생각은 정말 자주 돌아오는 김장철 같은데 따지고보면 살아있는 동안 최대치로 계산해봐도 서른즈음 부터 일흔즈음까지 고작 40번정도라는것. 물론 김장의 규모와 의미를 놓고 생각해보면 끓는 물 부어서 마시기만 하면 되는 40잔의 커피와 비교 할 수 있겠냐마는 40이라는 숫자의 절대적인 크기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끌고 밀며 마치 영원할 듯 여기고 살아가는 그 시간이 우리 생각만큼 길지도 아득하지도 않게 느껴진다. 



부활절 달걀 삶기도 나에게는 같은 맥락으로 다가왔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면 습관적으로 새 달력을 넘겨 확인해보는 부활절 연휴부활절이 지나 따뜻한 봄이 되고 싱그러운 여름이 지나 다시금 매몰차게 시작되는 리투아니아의 긴 겨울의 초입에 또 다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연휴 그리고 또 부활절.  마치 계속 끌어 당기다보면 언젠가 끝을 보이는 실 덩어리처럼 닳아서 없어질때까지 우리가 굴리고 또 굴리는 인생의 바퀴. 내게는 몇번의 달걀 삶기가 남아 있을까. 혹시 달걀을 삶지 않는 다면 그 해는 내 인생에서 달걀을 삶지 않은 어느 해로 기억 될 수 있을까가까운 미래에 내 아이와 함께 삶게 될지도 모를 달걀. 혹은 언젠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그 아이의 아이들과도 삶게 될지 모를 달걀. 모든 반복되는 행위들은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 조금씩 다른 빛깔의 의미를 지닌다.  새해를 훌쩍 넘긴 지금이지만 부활한 예수처럼 마치 다시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든다. 그것이 아마 매년 어떤 달걀이 탄생할까 기대하며 못이기는척 또 염색을 시작하게 되는 이유일것이다.



리투아니아 생활을 적어내려가지만 내가 경험하는 전통과 일상들을 결코 모든 리투아니아인들의 그것으로 일반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달걀을 염색하지 않는 가정도 많으며 부활절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도 음식을 먹는 방법도 각양각색일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후식으로 먹을 젤리도 올려놓고 버터나 식초에 절인 토마토, 샐러드 같은 간단한 것들을 부활절 아침 식탁에 올린다. 



여러해가 지나면서 명절 식탁은 간소해지고 또 간소해졌다. 빌니우스에서 올라오는 우리를 생각해서 이런 저런 음식을 많이 준비하셨던 시어머니셨지만 남기는 음식도 많아지고 상할것을 염려해서 먹어야 하는 음식은 맛이 없게 마련이니 이제는 그때 그때 무엇을 먹을지를 상의해서 조금씩만 준비하게 된다.  



부활절 달걀은 텅 빈 무덤, 예수의 부활을 의미한다. 일부 지역에서 달걀을 붉은색으로 염색하는것은 예수가 흘린 피를 상징하는것이라고 한다. 사실 정말 키치스럽기 그지 없는것들이지만 부활절 즈음의 이런 마트 풍경 역시도 부활절의 일부이다. 달걀을 염색하거나 삶는 풍습 대신에 플라스틱 달걀이나 달걀 모양의 초콜릿으로 편리하게 장식을 하기도 하는데 초콜릿 달걀 곁에 항상 붙어 다니는것이 부활절 토끼이다. 부활절 토끼도 역시 초콜릿이지만 사실 초콜릿을 가장한 초콜릿맛 밀가루 같은 느낌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선물로 받으면 은근히 기분이 좋다. -.-  



부활절 아침에 저 부활절 토끼가 남겨 놓고 간 부활절 달걀을 찾는 놀이도 할 수 있다. 지푸라기가 깔린 바구니에 달걀을 넣어서 집안 어딘가에 숨겨 놓으면 찾는 놀이. 그리고 달걀 깨트리기 놀이도 하는데 한 사람이 달걀의 뾰족한 부분으로 다른 사람의 뭉툭한 부분을 쳐서 깨지지 않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이다.  



뭔가 조금 무시무시하지만 언젠가 내 아이도 사달라고 조를 수 있는 물건들. 킨더 초콜릿이면 꽤 맛있을것 같기도 한데 하나에 3유로가 넘는다니 부활절 바가지가 아닐 수 없다.



부활절 기간에 지인을 방문하는데 삶은 달걀이 없다면 이런 초콜릿 상자를 가져가도 상관없다. 보고만 있어도 입에서 녹을것 같은 페레로 로쉐이다. 



 리투아니아에서 맞는 열번째 부활절을 기념해서 지금까지 달걀을 삶으며 찍어둔 사진을 다시 한번 정리 해보았다. 리투아니아에서 부활절만 되면 어김없이 받는 질문중의 하나가 한국에서 부활절에 달걀을 색칠하냐는 것이다. 어릴적에 교회에 다닌 나는 셀로판 종이로 포장된 달걀을 선물로 받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보통은 삶은 달걀에 싸인펜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셀로판 종이로 포장을 한다고 대답하지만 요즘의 교회 풍경은 어떤지 모르겠다. 부활절을 보내는 크리스쳔이라면 한번쯤 해 볼만한 달걀 염색이 아닌가 싶다.  



달걀 염색을 하는데에 필요한 재료들이다. 언젠가 감자도 삶고 스파게티면도 삶으며 헌신했겠지만 이제는 오직 달걀 염색에만 사용되는, 일년에 한번만 부엌에 빼꼼히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귀중한 냄비이다



염료로 망가질 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막쓰는 냄비를 준비한다. 그리고 실. 신지 않는 스타킹. 양파 껍질. 가위 그리고 달걀. 



어느해에는 검정 스타킹 대신 분홍색 줄무늬 스타킹을 어디서 구해 놓으신 시어머니.



아주 선명하게는 아니지만 실제 달걀 표면에 줄무늬가 흐릿하게 염색이 되어 나왔었다. 



우리는 매년 대략 20개의 달걀을 삶고 연휴가 끝나면 직장으로 가져가서 염색한 달걀을 교환하기도 한다. 달걀 염색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지만 양파 껍질을 넣고 삶아내는것이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인듯 하다. 



촛농을 이용하여 삶은 달걀에 무늬를 넣는 방법도 있고, 스프용 작은 파스타들이나 나뭇잎들을 스타킹 속에 넣어서 삶기도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넣지 않거나 양파 껍질만 넣어서 염색한다. 



염색 효과를 최대화하려면 하얀 달걀이 더 좋다고 한다. 그래서 부활절이 다가올때쯤 마트 한가운데 흰 달걀이 가득한 유로 팔렛이 놓여지곤 한다. 달걀 10알이 한국에서는 얼마일까. 리투아니아에서는 1.5유로 정도이다. 참고로 리투아니아에서 달걀을 살때에는  S/M/L 으로 크기가 표시되니 눈여겨 봐야한다. 




우선 짤막하게 자른 스타킹에 달걀을 깨지지 않게 잘 넣는다. 스타킹은 아무리 버리는 스타킹이라도 깨끗하게 세탁하는게 좋다. 발냄새 나는 스타킹에 달걀을 넣을 순 없으니깐. 스타킹이 너무 길면 달걀을 넣었을때 아래로 푹 떨어져서 삶기도 전에 깨질 위험이 있다. 신축성이 있기때문에 달걀을 넣어서 최대한 잡아 당겨 실을 묶을 여유가 있을 정도의 크기로 잘라준다.



달걀과 함께 적당한 양의 양파 껍질을 넣는다. 양파 껍질을 원하는 모양대로 잘라서 조심스럽게 달걀 표면을 감싸도록 넣는다면 원하는 무늬를 얻을 수도 있다. 꼭 스타킹안에 달걀을 전부 넣을 필요는 없다.  여기서부터는 각자의 상상력에 달려있다. 꼭 크리스챤이 아니어도 아이들과 같이 하면 참 좋을 놀이이다.



양파 껍질을 넣었다면 최대한 스타킹을 당겨서 실로 묶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파 껍질이 움직일테고 염색 효과도 제대로 볼 수 없을테니깐.



실로 묶는 과정이 제일 번거로운데 그래서 아예 묶을 실을 왕창 잘라 놓는것이 편하다.



자르고 묶고 자르고 묶고




자 이제 삶기만 하면 된다. 염색용 냄비와 염료 준비.



가끔 달걀 상자에 야속하게 붙어 있는 달걀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부활하기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다음 부활절을 기약.




시할머니가 살아 계실때 사용하던 염색약이 들어있는 상자란다상자에 적혀있는것은 리투아니아어는 아니고 러시아어다손에 닿기만해도 뭔가 손이 부식될것 같은 염료들인데 먹는 달걀을 삶는데 써도 될까싶지만 달걀 염색용으로 나오는 염료들로 안전하다.




많이 넣을 필요는 없고 원한다면 여러개를 섞어도 된다. 그냥 염색 가루만 봤을때는 전부 검은색으로 염색될것 같은 느낌이다. 간혹 달걀 껍질을 벗겨보면 염색약이 흘러 들어가서 색이 변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먹어도 상관없다. 아까운 달걀 버리지 마시길

 


염색약이 손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으니 장갑을 꼭 낀다. 



주변에 변색될 위험이 있는 물건은 그래서 미리미리 치우는것이 좋다.



염색약을 투척하자마자 시큼한 냄새가 난다. 



색깔만 봐서는 붉은 색인데 과연 어떤 색으로 염색될까. 양파스프 끓이는 비주얼이지만 절대 먹으면 안된다. 



그리고 차곡차곡 달걀을 넣는다. 다양한 색을 기대한다면 절반의 달걀만 넣고 다른 염색약을 풀어서 또 끓이면 된다.



되도록이면 완숙으로 삶아서 조심스럽게 건져낸다. 



달걀을 건져내고 다른 염색약을 넣어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전부 건져낸 달걀. 




이제부터 제일 보람있는 작업이다. 우선 달걀이 깨지지 않게 냄비 바닥에 대고 스타킹을 잘라낸다.



달걀 껍질이 잘 벗겨지도록 찬물에 헹궈준다.



붙어있던 양파 껍질도 스타킹들도 전부 걷어낸다. 



어두운 염색약을 사용해서 껍질이 붙은 부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검정색으로 염색이 되었다. 양파 껍질이 만들어낸 모양들이 제법 신기하다.



붓으로 그리려고 하면 참 그리기 쉽지 않은 그림이 아닐까. 우연의 결과물이 신기해서 보고 또 보지만 결국은 깨져서 입 속으로 들어가고 말 달걀들. 달걀이 썩지만 않는다면 매년 가장 예쁜 달걀을 골라서 선반위에 진열해 놓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근데 오래된 삶은 달걀이 깨지면 그 냄새가 정말 지독하다고 한다. 교회 다니시는 한국의 엄마에게 색칠한 달걀을 보내고 싶다 멋모르고 말했던적이 있는데 남편이 극구 말렸던것이 기억난다.ㅋㅋ



무늬가 거의 비슷비슷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차이점도 보이고 각자 좋아하는 구석을 발견할 수 있다. 지구과학책에 등장할것 같은 행성의 모습이다.



그 해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달걀은 클림트의 키스 그림과 사뭇 비슷했던 달걀이었다. 홍차를 담는 작은 차 통인데. 어쩌면 클림트의 그림이 그려진 차 상자가 있었기에 연결지을 수 있었던것일지도 모르겠다. 



2006년 처음으로 리투아니아에 왔을때의 부활절. 그때는 초대 받은 손님이었기에 이미 다 차려진 부활절 식탁에 앉았었다. 옛 사진을 찾아서보니 곱게 색칠된 달걀이 담긴 큰 접시는 내가 지금 화분 받침대로 쓰고 있네. 저 날 먹은 음식들은 삶은 달걀을 제외하고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한꺼번에 이 음식 저 음식을 다 같이 맛보는 나를 보고 시어머니께서 참 신기해하셨다고 훗날 말씀하셨다. 단색으로 색칠된 달걀은 그냥 염색약만 넣고 바로 삶았음이 보인다. 남편은 빌니우스에서 공부중이었으니 아마 부활절 전날 달걀 염색하라고 시킬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프훗. 




그 날 점심을 먹고 공터에 나가서 했던 게임. 나무 판대기에 색칠한 달걀을 굴려서 이미 굴러간 달걀을 맞혀서 움직이는 게임이다. 10년전 사진속의 조카는 거의 190 센티에 육박하게 자라서 올해 성년이 된다. 



몇번째 부활절 즈음 내 아이와도 달걀 굴리기 놀이를 할 수 있을까? 







리투아니아 생활 관련 다른 글 읽으러 가기



외국인 시어머니댁 속 한국 풍경 

없는것없는 빌니우스의 중고 옷 가게 

 리투아니아에선 출산 후 어떤 음식을 먹을까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