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4.02 <우리 선희> 홍상수 (2013)
  2. 2012.12.06 <내 아내의 모든것> 민규동 (2012)
Film2015.04.02 02:43




<우리 선희>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홍상수 감독의 새로운 영화의 배경이 수원이란다. 

매번 무슨 영화를 만드는지도 만들었는지도 모른채 마치 비디오 가게에 열편씩 나열된 신작 비디오를 발견할때처럼

습관처럼 보아오던 그의 영화인데 영화의 배경 덕택에 처음으로 기대란걸 하고 기다리게 됐다.  

 수원에 세번을 갔는데 간 목적은 화성이 전부였다. 수원의 시내버스까지 갈아타야 했었는데 그 울렁이는 기분도 추억이 됐다.

고궁 촬영을 즐기는 감독이니 수원에 가서 수원 화성을 지나치진 않겠지? 

게다가 새로운 영화에 <우리 선희>에서 인상 깊었던 정재영이 나온다니 더더욱 기다린다.

정재영한텐 미안하지만 이 배우는 천만배우 이런거 안되고 그냥 뭔가 이런 귀여운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다.

가끔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 자신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타지 못해 기분 나빠 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얘는 이번에도 못 탔네', '다음번엔 정말 주연상을 탈 만한 배역을 꿰어찼군' 이라고 말하고 있는 동안

과연 그 본인도 그런 아쉬움과 고민의 시간을 보내며 칼을 갈고 있을까. 왠지 전혀 그럴것 같지 않다.

정재영 같은 배우도 조연에서 주연으로 자리매김한 비슷한 연배의 배우들을 보며 상실감을 느끼고 있을까? 그럴것 같지 않다.

그가 언젠가 남우 주연상을 타고 최고의 흥행배우가 되면 그도 토크쇼에 나와 

유명한데 별다른 히트작 없었던 배우 생활에 대해 자기연민의 어조로 허심탄회 털어 놓을까. 그러지 않길 빈다. 

힘들었던 시간과 서러웠던 순간을 말하며 폭풍 눈물을 흘리고 간신히 얻은 유명세에 구설수에 올라 침체기를 겪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구설수도 웃음의 재료로 써먹는 방송에 철저하게 이용당하는 그런 스타의 삶보다는

잘되는 영화 멋있는 배역만 고르는 톱스타 보다는. 일은 취미처럼 취미는 일처럼 하는 배우의 삶이 멋있는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제프 브리지스, 잭 블랙 같은 배우가 있었으면 좋겠다.


 


 난 <내 깡패같은 애인>의 정유미가 가장 좋지만 아마도 사람들은 <연애의 발견>의 정유미를 가장 기억할거다.

엉겁결에 로코퀸이라는 수식어를 가질 수도 있는 배우가 되어버린 정유미이지만 

드라마에서 호응을 얻은 캐릭터도 어쩌면 홍상수의 영화에서 연기한 캐릭터의 말랑말랑한 온라인 버전에 가까워보인다.

홍상수의 영화들을 보다보면 반사적으로 이전 영화들의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을 끌여들이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옥희의 영화>나 <첩첩산중>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지만

전작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떠올려보면 영화의 제목이 <누군의 여자도 아닌 선희>였었어도 어울렸겠다 싶다.

대명사라는 품사 자체가 매우 상대적이고 이중적인 의미를 함유한다고 생각해볼때

우리가 늘상 '우리'라는 테두리에 가두고 소유하고 의미를 쏟아 붓는 대상들이 사실은

누구도 자기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매우 포괄적이고도 불분명한 대상일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선희를 통해 알게되다니.

그리고 선희라는 그 대상 자체도 누구의 소유이려고도 하지 않는 뜨뜨미지근한 자세를 취했을때의 화학작용이란.

그것은 플라스크속에서 부글부글 거품을 내며 끓어오르는 격렬한 화학반응이라기 보다는 

그냥 서서히 산화하여 녹슬어가다가 결국 부식되어가는 습관적이고도 뻔한 인간관계와 비슷해보인다. 

대문짝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치킨집 스티커는 그렇고 그런 뻔함이지만 그 뻔함도 로망이 되고 기다림이 된다.

불분명한 주어와 목적어 사이에서 한방의 동사를 끄집어 내지 못해 오락가락하는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우리 치킨 시켜 먹을까요? 음악을 틀을 까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묻는 술집 주인 예지원은 또 어떤가.

웃음을 머금은채 손님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가장 관대한 관찰자이지만 

그도 언젠가는 그 미적지근한 화학작용의 주체였단걸 누군가는 눈치챘을거다.  

예지원의 얼굴에 누구의 친구도 아닌 <북촌방향>의 술집 여주인 김보경이 오버랩되는것이 억지는 아닐터.



누군가의 누군가가 되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타인으로도 남고 싶지 않은 어설픈 관계.

한때 일방적인 구애도 있었고 격렬이 사랑했으며 처참하게 싸워 남이 된 순간들도 있었을지 모를 관계이지만

이들 영화에서는 늘상 그런 뜨겁고 인간적인 인간관계 대신

데워먹을까 볶아 먹을까 아니면 라면 국물에 말아먹을까 고민하게 되는 식어버린 찬밥 같은 인간관계만 즐비하다.

결론을 내리지 못해 안달난 사람 하나 없고 시작하지 못해 애 태우는 사람도 없이 리사이클되는 감정들.

어쩌면 쉽게 변할것 같지 않은 감독의 영화 스타일.

이십년동안 보아온 그의 영화들처럼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게 될 이십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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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리뷰 보러가기

<북촌방향> 리뷰 보러가기

<다른 나라에서> 리뷰 보러가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리뷰 보러가기

<생활의 발견> 리뷰 보러가기

<오!수정> 리뷰 보러가기











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2.12.06 06:59

 

 

<내 아내의 모든것>

 

꼭 요리를 주제로 한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런 영화는 왠지 음식영화라는 장르로 분류해두고 싶다.

음식 셋팅에서부터 식기며 요리도구, 부엌 인테리어까지 구석구석 신경써서 촬영한게 티나는 그런 영화들말이다.

음식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자세는 또 얼마나 야무지고 아기자기한지.  

 너무 금새스쳐지나가서  몇번이고 정지시켜놓고 천천히 살펴보고  싶었던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어쩌면 요리장면이나 식사장면을 더 많이 첨가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배재한것은 아닐까.

깡마른 몸에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정인은 그래도 요리를 할때만큼은 행복해보인다.

그렇게 완벽을 추구하고 까다로운 그이기에 그가 만드는 음식도 상대적으로 맛있어 보였던것은 아닐까.

하지만 정인의 인생은 매우 권태롭고 위태로워 보인다.

행복의 본질은 변한다.

그 변화를 감지한 사람들은 권태를 느낀다.

하지만 권태를 불행이라는 단어와 동일시할 수 있을까.

 

 

아내를 유혹해 줄 전설의 카사노바를 고용한다는것은 지극히 극적인 발상이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나름 현실적이다.

물론 웃자고 한 얘기들이었겠지만 몇몇 토크쇼에서 이선균 스스로 불평하듯 털어놓은 그의 결혼생활을 상기시키니

영화속의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좀 더 쉽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솔직하게 자기 인생을 얘기할 수 있는것도 생각해보면 배우에게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겠구나.

왠지 결혼이나 출산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임수정이기에 정인의 캐릭터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이 영화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로 임수정은 당당히 서른배우의 반열에 들어선것 같다.

그가 나오미 왓츠나 샤를롯 갱스부르 같은 느낌의 배우로 늙어갔으면 좋겠다. 

 

달콤하고 자유분방한 연애끝에 결혼에 골인. 저기 서울 외곽의 신도시 어디쯤일까?

별로 한국 같아 보이지 않는 동네에 알록달록 예쁘게 줄지어선 집들 사이로.

'7년 후'라는 자막이 뜬다,

아. 너무나 불편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결혼 후 별다른 직업없이 건축하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괜찮은 집에서 괜찮은 옷입고 그럭저럭 괜찮게 살아가는 여자.

하기싫은거 많아보이고 고집있어 보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욕구불만에 약간의 피해의식에 열등감마저 보인다.

'우리 다시 아기를 가져보도록 해볼까?'라는 정인의 메세지는

임신과 출산이 이 두사람에게 어쩌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뉘앙스를 주지만.

솔직하게 까놓고 얘기해서 결혼을 해서 7년동안 아이없이 둘이서 살면

저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것은 필연적이라는 암묵적인 결론에는 동의할 수 없기때문에 불편하다.

 불행을 합리화시키고 일반화시키는데있어서 인간은 선수다.

 

 

저렇게 볕이 잘드는집인데 아침부터 전등은 뭐하러 켜놓은거냐.

남자는 처음 봤을때의 여자 모습을 항상 기억하며 여자가 항상 처음과 같기를 바라고

여자는 남자가 처음처럼 만족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항상 변화를 꾀한다고 누가 그러더라.

뭐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는 책이라도 읽어야 될것같은 분위기다.

 

 

코발트색 타일에 개나리색 부엌가구.

아침볕이 저렇게 잘드는 예쁜 공간에 정말 완전 모르는 사이처럼 남겨진 두사람.

둘사이 백만광년사이의 거리를 가득메운것은 진공청소기 소리와 담배연기뿐.

우울하다.

이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려면 어느정도로 상대가 싫어야할까.

어느 정도의 실수와 잘못이 용인될 수 없는걸까.

변하는 상대보다 더 낯설은것은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상대가 싫어지는 자신이 아닐까.

살아서 단 한 순간이라도 이 사람을 증오해야할 순간이 있을것이라고 언제 상상이라도 했었을까.

나없이 한번 살면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실감해봐 라는 저주 같은건가.

 

 

이 두사람의 욕망은 확실한 불일치다.

여자는 여전히 요리로만 소통하려하고 

남자는 이미 음식으로 그녀를 이해하는 방법을 까먹었다.

정인의 얼굴에서 영화 <삼공일 삼공이>의 방은진이 보인다.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남겨진 여자.

설거지는 항상 자기만 하는것 같고 그걸 누구한테 떠넘기기엔 명분이 없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 집에 볕도 잘들겠다 뭔가 자기를 위한 삶을 살 여력도 되는데 더이상  불평하지 말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일하고 남편 뒷바라지하고 그 후에 여자들이 느끼는 공허감.

가장으로써 항상 일만하고 나중에 뒤돌아서서 내 인생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남편이 느끼는 공허감.

인간 자체가 그 공허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것이니,

아이만 키우다가 자신을 잃었다느니

아이라도 없으면 삶은 무의미하다느니  

아무튼 이런식으로 본질을 피해가려 하지 말자.

 

 

감히 단 한번도 존재해본적 없는 캐릭터라고 해도 좋을만한 류승룡 캐릭터.

왜냐하면 이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때문이다.

이것은 정말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로망일뿐이고 누군가의 뮤즈일뿐이다.

 뮤즈는 매력적이다. 왠지 다 주고 나면 새로운 인생을 선물받을것 같은 환상을 준다. 

하지만 사랑에는 빠지지 말자.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