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여행'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12.02 Paris 05_파리의 알 파치노
  2. 2013.11.21 Paris 04_파리의 모나리자
  3. 2013.11.18 Paris 03_파리의 에드워드 호퍼
  4. 2013.11.03 Paris 02_파리의 바스키아
Paris2013.12.02 04:58



제대로 발음도 못하는 불어 명칭을 이렇게 가끔씩이나마 써내려 가다보면 

지도 속 그 명칭을 읊조리며 걸었던 파리의 구석구석이 떠오른다. 

배우고 싶은 언어가 여럿있지만 교재를 통한 학습이 아닌 반복적인 노출로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싶은 언어가 있다면 불어이다.

우리가 세뇌된 파리의 로맨틱이 매체의 장난이 아닌 보편성이라는것을 확인 하고픈 욕망의 중심엔 불어가 가진 자존감이 있다. 

센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조르쥬 퐁피두 대로 Voie Georges Pompidou 의 끝과 함께 시작되는 거리 Av de New York.

Palais de Tokyo 를 나와 콩코드 광장 Place de ra Concorde 으로 향하는 그 여정의 끝에는

 그렇게 프랑스와 미국의 우호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뉴욕이라고 명명된 거리가 있었고 그 거리의 끝자락에는

Flame of Liberty 라는 횃불상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횃불상이 세워져 있는 그곳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알마 다리 Ponte de l'Alma 의 초입이었다.  

그녀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놓고 간 꽃다발과 촛불, 짧은 메세지들로 둘러 싸인 횃불상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녀의 사망을 추도하기 위해 세워 놓은 기념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고독할 새 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강 건너편 에펠탑에서 케 브랑리 박물관 Musee du Quai Branly 쪽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알 파치노가 있었다.

어둠이 내린 센 강변에서 방황하던 누군가가 짝사랑하듯 수줍게 뿌려 놓고간 스프레이 자국으로  

지지직거리며 꺼질듯 불안하게 타들어가는 촛불의 그을음처럼 살아남은 알 파치노를 보고 있자니 

방정맞은 소리일지 모르지만 이곳이 알 파치노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자리이거나 한게 아닌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치 강둑을 넘겨 흘러 온 센강의 물결이 남겨놓은 촉촉한 이끼자국처럼 

얼굴의 반을 사선으로 가려봐도 윗부분 이마를 가려봐도 아래의 턱부분을 가려봐도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없는 알 파치노 모습.

요즘의 미셸 파이퍼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젊고 풋풋했던 그녀를 마주하고 있었던 

<스카 페이스>의 토이 몬타나와 <프랭키와 쟈니>의 쟈니가 먼저 떠오른다.

흔한 말로 스크린 속에서 날아다닌다는 죠니 뎁과 숀 펜을 보고 있어도 

언젠가 그들 옆에서 작지만 굵고 진하게 숨쉬고 있던 <도니 브라스코>의 벤자민의 호흡이 들리고

<칼리토>의 칼리토 브리간테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예전의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며 나이 든 그를 평가절하하는 코멘트들도 결국은 시샘이라 생각될 만큼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이 멋있다는 수식조차도 이미 어울리지 않게 나이가 들어버렸지만 여전히 초라하지 않은 그.

그의 새로운 영화를 볼 때마다 살아있는 그를 볼 수 없게 될 언젠가를 슬프게 떠올려야 하지만

그는 단지 생물학적으로 연소되고 있을 뿐 나에게는 거대한 굴착기로도 드러낼 수 없는 느릎나무의 그루터기 같은 존재이다.

언젠가 그가 세상을 떠났을때 IMDB의 그의 필모그래피 한켠에는 

그를 기억하려는 동료들의 추모사가 적혀질 공간이 마련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혹시 로버트 드 니로가 알 파치노보다 더 오랫동안 우리곁에 남게된다면

 그 공간의 첫줄은 로버트 드 니로를 위해 남겨졌으면 좋겠다.

언젠간 아버지와 아들이었고 한번은 적이 었고 한번은 동료였던 그 둘은 내 마음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영화적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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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Paris2013.11.21 05:52



파리 여행 중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이들과 마주쳤다. 

그들 중 만남이 예정되어있던 이는 모나리자뿐이었다.

유리관 속에 꼭꼭 박제된 그를 혹은 그녀를 사무치게 만나보고 싶었던것은 아니었다. 

단지 세계 각국에서 배낭과 트렁크를 끌고 모여드는 로드 매니져들과 이미 은퇴한 퇴역 매니져들까지 합세해서 

'오늘은 꼭 모나리자를 만나셔야 합니다. 일단 모나리자만 만나보십시오. 

밀로의 비너스는 물론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들도 옵션으로 만나실 수 있어요. 참! 세계사 시간에 배우신 함무라비 법전도요'

 라고 무언의 압력을 넣었던것이다.

난 늦장을 부리다 오후 세시가 다 되어서야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일곱시까지 허용되는 그(그녀)와의 면담에 늦지 않기위해 박물관 지도를 손에 꼭 쥔 채 거대한 루브르에서 앞만보고 걸었다.



그일지 모를 그녀 or 그녀일지 모를 그를 만나러가는 길은 

서울에서부터 쭉 같이 기차를 타고 온 중고딩들과 함께 부산역에 내려서 벡스코를 찾아갈 때의 기분,

낯선 동네의 웨딩홀에 겸연쩍게 들어서서 친구 이름이 적힌 푯말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닐때의 기분,

오후 여섯시 명동역에 내려 옛날 영화진흥공사에서 열리던 시사회를 향할 때 느꼈던 기분들과 비슷했다.

서로 모르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성실하게 함께 걷는 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묘한 동지애.

예식장 안에서 무표정하게 스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어쩌면 이들이 내가 모르는 내 친구의 친구들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느끼는 동질감 같은것.  

루브르의 살아 숨쉬는 수많은 전시품들 사이에서 루브르의 목적이 되어버린 모나리자는 

그렇게 외지인의 지스타나 내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내 친구의 결혼식처럼 느껴졌다.

신부가 예쁘지 않거나 결혼식 음식이 맛이 있거나 없거나 지스타가 사람으로 미어터지거나 지루하거나 해도

그건 그렇게 느끼는 나의 문제이지 모나리자의 문제는 아닌것이다.

나 개인의 가치판단이나 호불호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베네치아에서 만난 요르단인이 그랬다.

"If you don't like venice, it's your problem"

모나리자는 어떤 경로로 이렇게 절대적인 권력을 부여받게 된것일까.



뻬쩨르부르그의 에르미따쥐에는 여느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관람객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던 미술관 감시인들이 있었다.

마티스의 그림 앞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카메라 플래쉬 소리에 놀라 깨어나던 러시아 할머니들. 

실질적으로 그들이 자신의 직업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곧 퇴직할 연령이 다가오는 혹은 이미 퇴직했는지도 모를 풍만하고도 나른한 할머니들이 순간 부러웠더랬다.

같은 업종 종사자이지만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를 호위하고 있는 이 젊은 여자들의 운명은 전혀 다르다.

<사선에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잔뜩 날이 선 표정의 이들에게서 가만히 앉아서 졸 수 있는 시간을 찾는것은

모나리자를 감싸고 있는 유리벽에서 유글레나나 아메바 같은 놈들이 새어 들어갈틈을 찾아야 하는것만큼 불가능해 보였다.

몰려드는 관람객들과 반복되는 실랑이를 벌인 후 집으로 돌아가는 메트로 안에서도 

이들은 내일 오전 모나리자 앞에서 조우하게 될지도 모를 숱한 관광객들을 마주 보고 앉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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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Paris2013.11.18 00:33



에드워드 호퍼 <Nighthawks>


어떤 일을 내가 상상했거나 계획했던대로 실행 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때 난 재빨리 체념하고 다음을 기약하는편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것을 하는데있어서 누군가의 동의를 얻어야한다거나 

왜 그것이 필요한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따위를 조목조목 설명해야하는것처럼 귀찮은 일은 없다. 

내 목적과 타인의 욕망이 충돌할때 난 보통 다른이들이 원하는것을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라고 영혼없이 동의한다.

어떤이들을 말한다. 고집을 부려서라도 꼭 이뤄내야 할 생각이 없는것은 그만큼 많이 원하지 않는거라고.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려는 우리의 태도가 단지 갈망의 정도에 좌지우지되는것은 아니다.  

때로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가동되는 강박관념같은것이 우리로 하여금  많은것을 더 빨리 원하게끔 재촉할때도 있다.

파리 곳곳에 흩어져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을 본다던가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빈거리를 걸어다닌다던가

파리 여행에서 난 내가 하고자 했던것의 대부분을 하지 못했지만  

나중에라도 원한다면 다시오면 된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것은 온전히 나만의 여행을 위해 남겨두고 싶다는 고약한 폐쇄성이기도 했고 

내가 파리여행에 다시금 투자해야 할 시간과 돈이 그다지 크지 않을거라는 일종의 공간적인 해방에서 가능한것이었다.

알래스카나 베트남가서 이글루나 수상시장을 지나치며 '오늘은 귀찮고 다음에 오면 그때 들르자' 하기란 쉽지 않을거다.

아쉬움은 우리가 투자해야 할 시간과 돈에 비례하고 내 행복은 내가 얼마만큼 시간에서 해방되느냐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파리는 2주라는 시간으로도 모자라더라. 여행은 어떤 템포로 어떤 분위기속에서 뭘 보려하느냐에따라 항상 달라지지만

매일 새로운 목적지를 찍고 바쁘게 움직이는 여정속에서 내가 방해받지 않고 해나갈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엽서쓰기였다.

누군가에게 여행에서 받은 인상과 풍경들을 횡설수설 늘어놓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웹상에서 주고 받는 편지나 대화들과 달리 여행에서 쓰는 엽서는 우표를 붙이는 순간 말 그대로 완벽히 증발한다.

 같은 엽서를 두장사서 내용을 똑같이 적어서 남기거나 마치 하나의 풍경마냥 사진이라도 찍어서 남겨놔야 하는걸까. 

아니면 내가 떠나올 그 공간처럼 내 밖으로 뛰쳐나와 활자화된 단어들도 그대로 사라지도록 남겨둬야하는걸까.

우표를 달고 날아간 엽서에 대한 보상심리로 난 적어도 한 장씩은 그 나라 소인이 찍인 엽서를 스스로에게도 보내기 시작했다.

굳이 보상심리라고 여기는 이유는 엽서를 살땐 적어도 아 나도 이런 엽서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니깐. 

파리 여행 끝자락에 만난 에드워드 호퍼의 <Nighthawks>는 우표를 달고 도착한 놈은 아니다. 

엽서의 반대 쪽 텅빈 바닥은 누군가에게 뭐라도 적어서 날려보내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주지만 

난 이 엽서를 에펠탑 마그넷과 함께 냉장고에 얌전히 고정시켜놓는데에 간신히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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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Paris2013.11.03 21:05



에펠탑이라는 거대한 놀이공원을 빠져나와 센강변을 걷다가 우연히 지나치게 된 Palais de Tokyo.

전시장 입구의 노천카페뒤로 바스키아가 보였다.

앤디워홀이 실크스크린으로 한참 어렸던 그의 예술적 동반자 바스키아의 얼굴을 남겼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그러지 못했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여기 후세의 젊은 예술가들이 빳빳하고도 끈끈하게 오려붙인 바스키아가 있으니깐.

바스키아라는 검고 빛나는 원석의 절대연령을 계산할 수 있다면 그의 나이는 몇살쯤일까.

그 원석은 28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마치 자신이 분출해낼 수 있었던 모든 방사선을 남김없이 흩뿌려놓고 떠난 느낌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절묘하게도 안에서는 키스 해링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바스키아 보다 2년 먼저 태어났고 2년 나중에 사라진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원석.

형형색색의 바스키아의 그림속에서 가장 선명한 몇가지 원색들을 마치 스포이드로 추출해내 사용한듯한 키스해링의 작품들.

수많은 예술가들이 공유하며 덧칠하고 메꿔갔던 팔렛뜨 속 색채들은

별이라는 우주의 조각에 맞서기 위해서 그들이 지상에 남겨놓고 간 또 다른 파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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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