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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16 아기의 일기 2
  2. 2015.09.15 아기의 일기 1_ 토요일의 햇살 (3)
Boy's Diary2015.09.16 05:33



아침부터 보슬보슬 비가 내린 어느 날. 창밖을 응시하는 엄마를 한참을 바라보다 나도 생각에 잠겼다. 방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서 혹은 아기용 식탁 의자에 앉아서 정면으로 바라보는 엄마 아빠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은 하루 온 종일 내가 누워있는 까닭에 엄마 품에 안겨 편하게 눈을 깜빡거리며 엄마의 얼굴을 올려다 보지만 엄마가 내려다 보지 않으면 사실상 엄마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란 불가능해. 그런 내 맘을 아는건지 엄마는 가끔씩 내 머리를 조심스레 받쳐 가슴에 안아 거울로 향한다. 그럴때 엄마의 품은 얼마나 따뜻한지. 고개를 가누는게 이렇게 힘들지만 않다면 조금더 매달려 있을 수 있을텐데. 아 엄마 제발 조금만 더 나를 자주 그렇게 세워서 안아주면 안되는지. 그 짧은 순간 엄마도 내 따스함을 느끼는지 여느때보다 나를 더 가슴 가까이 끌어 당기고는 내 머리에 얼굴을 살며시 비빈다. 마가 기저귀를 갈아줄때나 밥을 줄때, 옷을 갈아 입혀 줄때에도 난 역시 엄마를 올려다 본다. 나를 한참동안 내려보는 엄마는 가끔 목을 이리저리 돌리거나 온 머리카락이 내 얼굴로 쏟아지도록 고개를 오랫동안 푹 숙이고는 목 언저리를 주무르기도 한다. 엄마가 내 조그만 손바닥과 발바닥을 두번째 손가락으로 기분 좋게 매만져 주는것처럼 나도 엄마의 몸중에 그나마 가장 작은 그 손가락이라도 시원하게 만져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처럼 그렇게 빗소리를 들으며 엄마 품에서 잠이 들어갈때에 내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거나 책장을 넘기는 엄마를 엄마 몰래 뚫어지게 바라 볼 수 있다. 그때 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내가 오랫동안 어둠속에서 상상해오던 엄마의 모습, 그 암흑 속에서 내 귀 언저리에 울려 퍼지던 그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그녀를 내가 지금 올려다 보고 있다니말이야. 모든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 그렇게 엄마를 멍하니 바라보다 나도 몰래 꿈틀해서 엄마가 급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 날, 미쳐 눈을 감지 못하고 너무 부끄러워 재빠르게 눈빛을 돌려버렸던 그날...





Posted by 영원한 휴가
Boy's Diary2015.09.15 03:28



오늘은 토요일. 매일 정해진 시간이면 나에게 뽀뽀를 해주고 어디론가 사라지던 아빠가 이상하게도 아무데도 가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상한 날이다. 엄마는 매일 아침이면 오늘은 무슨 요일이며 오늘 엄마의 계획이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얘기해주는데 그도 그럴것이 나도 주중 아침에는 별로 잠이 안오고 왠지 엄마 아빠와 함께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해야 할것같은 기분에 똘망똘망해진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엔 나도 주중에 자지 못한 잠을 자고 싶은 욕망이 있다. 사람들은 내가 누워서 잠만자고 오줌만 싼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엄연히 주말을 기다리는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아기 사람이니깐. 주말 아침이면 엄마는 뭘하는지 주중보다  더 바쁘게 움직인다. 엄마가 정확히 뭘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침대에 누워서 엄마가 돌아다니며 삐걱삐걱 내는 마룻바닥 소리를 들으며 나는 다시 잠을 청한다. 요새들어 엄마 아빠가 내 머리에 쉽게 들어가지 않는 옷들을 낑낑 거리며 쑤셔 넣는 느낌을 받곤 한다. 오줌이라도 싸면 옷이 더 작아져서 가끔 불편한데 신기하게도 옷마다 조금씩 냄새가 다르고 촉감도 다르니 그 재미에 한동안은 참고 가만히 있지만 더이상 안되겠다 싶을땐 온몸을 비틀거리며 구조를 요청한다. 엄마 아빠는 작아지는 옷들이 아까운가 보다. 알고보면 전부 이모의 아기들이 물려준 옷들인데 안입는옷 봉지속으로 들어가기전에 아마 한번씩이라도 입혀 보려는 심산이다. 래, 아마 나에게 입혀질 그 옷들을 보며 나를 기다렸을지도 모르니깐 좀 불편해도 참아줘야겠다. 그나저나 좀 더 컸을때 내가 입을 옷들은 사놓았는지 걱정이다. 사실 나도 그다지 빨리 자라고 싶지 않아. 조금만 더 있으면 나는 나의 메르세데스보다 커져서 누울 엄두도 못낼테고 내가 무겁다고 엄마 아빠가 날 덜 안아줄지도 모르며 내 미소에도 익숙해지겠지. 익숙해진다는것은 편하면서도 슬픈일이다. 나에게 더이상 베이비 오일의 캐모마일향이 새롭지 않은것처럼 가끔씩 내 입속에 코를 박고 싱글벙글거리는 엄마이지만 조금 있으면 내 입속의 그 코리앤더 냄새에도 엄마는 익숙해지겠지. 좀 천천히 자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밥 먹기 싫다고 엄마 가슴에서 고개를 돌려버릴까. 엄마가 배를 만질때면 숨을 들이마셔 배가 안 나온척 해볼까. 배가 고파도 안 고픈적 밤새도록 자는척을 해볼까. 그럼 엄마는 내가 드디어 밤에 안깨고 자는 법을 터득했다 기특해 하겠지? 흠..자라지 않고 아이로 남는 방법은 정말 없는걸까. 하긴 내가 자라지 않으면 그런대로 엄마 아빠는 또 걱정을 하겠지. 어른들은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만들어 놓고는 마치 대단한 해결책을 알아냈다고 환호하고 또 다른 걱정에 빠지는 이상한 사람들이니깐. 그나저나 간간이 침대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저녁 늦게까지 환한 파랑색이곤 했는데 요즘들어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금만 자고 일어나면 하늘은 이미 까까매져있다. 뭔가 대단한 놈이 나타나려 꿈틀거리는 느낌이야. 나에게서 파란 하늘을 빼앗아가지 말아줘.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