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2015.09.22 05:07



-출산병원의 병실로부터-


리투아니아의 배우자 출산 휴가에 대해서 얘기했으니 더 중요한 산모에게 주어지는 출산 휴가 (Motinystės atostogos) 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나같은 경우에는 임신 중기에 다리가 아파 걷기 불편했던것을 제외하면 출산까지 최상의 컨디션이었고 일하고 있는 식당이 걸어서 20분거리라 매일매일 왔다갔다 운동도 할겸해서 출산 전 주까지 꽉 채워서 일을했다. 만약에 임신 후기를 눈이 내린 추운 겨울에 보냈어야했거나 직장이 멀어서 차를 타고 다녀야 했었거나 오랫동안 서있거나 몸을 사용했어야 하는 일이었다면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다시 한번 주어졌던 상황에 감사하게 된다. 리투아니아에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출산 휴가는 출산 전후로 해서 126일이다. 그래서 임신 30주에 들어서면 담당 의사는 출산 휴가 사용 여부에 대해서 물어보고 출산 휴가를 시작하기 원하는 날짜를 말하면 담당의사는 보험공단에 상태 진단서와 같은 확인서를 전송하게 된다. 126일이면 대략 4달의 기간인데, 30주부터 출산까지 대략 두 달, 출산 후 대략 두 달의 기간으로 보면된다. 그리고 제왕절개와 같은 수술을 통한 분만일 경우, 자연 분만이더라도 의사의 소견으로 출산이 힘들었다고 생각될때, 쌍둥이 이상의 출산이었을경우 126일에서 14일이 추가된 휴가를 쓸 수 있게된다. 하지만 사실 그 난산 Komplikuotas gimdymas 이라는 기준은 매우 애매하다. 나같은 경우도 적절한 시간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낳았다고 생각했는데 난산으로 분류되서 14일치 금액을 추가로 받았다. 생각지못한 지원금을 받은것은 기쁜일이나 왜 난산이었을까 한참을 생각했다. 이곳의 리투아니아 여자들이 정말 순풍순풍 아이를 낳는건가. 그러고보니 옆방에서 어떤 여자가 엄청난 괴성을 질러 참 요란하게도 애를 낳는구나 했지만 단 두번의 외침 이후 아무소리도 듣지 못했던것 같다. 그에 비하면 나는 꽤나 여러번을 게다가 막판에는 나에게 달려들었던 간호사도 여러명이었으니 어쩌면 쉽지 않은 출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출산 휴가 역시 최저 144.67 유로에서 최대 1388.73 유로에 한해서 월급의 100%를 지급하는데. 126일이라고 하면 대략 4달간의 월급이 지급되는것. 출산을 하고 나서까지 휴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절반도 안되는 56일간의 휴가를 신청할 수 있으므로 최소한 출산 예정일에서 이삼주전에는 휴가 신청을 하는것이 안전하겠다. 그렇다면 금액은 어떻게 계산할까. 바로 최근 2년내에 최소 1년간의 소득을 합산해서 평균 월급을 계산하는데 7월부터 휴가를 쓰려고 한다면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의 월급을 합산해서 12개월로 나눈 평균치를 지불하는것. 출산 휴가를 사용하는것은 리투아니아에서는 당연시하는것이고 오히려 이슈가 되는것은 고용주가 법을 쓰지 않고 정직하게 소득 신고를 하느냐 하는것이다. 그것이 수령액의 크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1000유로의 월급을 받지만 고용주가 500유로의 소득신고를 하면 국가로부터 500유로에 해당하는 지원금만 받을것이니 말이다. 물론 직업이 없는 사람들도 편법으로 위장 취업해서 지원금을 받거나 실제 소득보다 불려 신고하여 지원금을 늘리는 수작을 부리는 사람들도 있어 리투아니아 재정에 구멍을 내는 경우도 있다. 그 지원금의 규모와 소득 수준은 북유럽에 비해 정말 현저히 낮지만 유럽의 선진국에 준하는 복지 정책을 펴려 부단히 애쓰는 리투아니아이다. 부가가치세 21%, 한명의 직원을 위해 고용주가 지불해야하는 세금만해도 소득세 15%에 건강 보험료 39.98%.  한마디로 1000유로의 월급에서 고용주에게 발생하는 세금이 500유로 이상이니 리투아니아에서 정직한 고용주가 되는것도 쉬운일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고용주와 직원의 합의하에 소득을 적게 신고하고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을 월급의 일부로 블랙머니로 지불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정책은 북유럽 세급 납부 수준은 리투아니아라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오는것. 아무쪼록 리투아니아의 건강하고 부유한 미래를 위해 적든 많든 모두가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세금 수령에 게으름 피우지 않는 정부가 되길 바랄뿐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5.09.17 05:26




리투아니아에서 길을 걷다 주중 오전에 이렇게 부부가 나란히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모습을 봤다면 유모차속의 아기는 태어난지 한달이 안된 신생아일 확률이 높다. 아직 스스로 앉을수도 없고 움직임도 적은 신생아는 요람 형태의 유모차속에서 고요히 잠이 들어있을테고 아이를 낳고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산모도, 유모차 끌기가 익숙하지 않은 남편의 움직임도 모두 조심스럽게 보일것이다. 유모차속의 아기가 왜 두 달도 아니고 세 달도 아니고 한달도 안된 신생아일 확률이 높을까. 바로 리투아니아의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과 관련이 있다. 출산한지 얼마안된 엄마가 휴가중인 남편을 집에 놔두고 혼자 유모차를 끌고 다닐 확률은 적으니 엄마 아빠가 나란히 산책을 한다면 아빠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쓰고 있을 확률이 높은것이다.(물론 부모가 둘다 휴직중이거나 구직중이거나 휴가중이거나 여러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에 대해 얘기하자면 그렇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의 남성 근로자는 아이의 출생 후 1달이 될때까지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 물론 출산 휴가 지원을 위해서는 최근 2년동안 1년 간의 근무기록이 있어야 하고 출산휴가 급여는 최소 144.67 유로에서 최대 1388.73 유로 한도내에서 한달 급여가 100% 지급된다거의 2년간을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하던 남편인데 공교롭게도 출산을 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쓰고 나자마자 농담처럼 취직제의를 받게 되었다. 함께 집에서 일하면서 육아도 할 수 있다는 꿈에 젖어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남편은 매일 출근을 하게 된것. 한달간의 출산휴가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없으면 없는대로 그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갔겠지만 다른 도와줄 이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와 익숙해지고 몸을 추스리는데 그 한달의 시간은 몹시 도움이 되었다. 한국의 산후조리문화가 그토록 강하게 뿌리를 내리게 된 이유야 여러가지이겠지만 그 중 하나는 아마 짧은 배우자의 출산휴가가 아닐까 싶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다른 복지예산을 늘릴게 아니라 배우자의 출산휴가기간부터 늘려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산후조리원에 쏟아붓는 가계지출도 줄어들것이고 태어난 아기와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쉬울테니깐.







 -리투아니아의 사회보험관리공단 공식 홈페이지 - 

-http://sodra.lt-


병가수당부터 시작해서 출산휴가,퇴직연금,사망연금 등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모든것을 신청할 수 있는 사이트로 세금을 내고 있는 리투아니아 국민이라면 모두가 이용하는 몹시 중요한 사이트이다. 최저임금이 올해 현재 325유로로 다른 서유럽 국가와 비교해서 턱없이 적은 리투아니아이지만 기본적인 복지는 잘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딜가나 월급이 적고 물가는 비싸고 생활이 힘들다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주어진 휴가를 정정당당하게 쓸 수 있고 적게나마 자신에게 지급되는 월급에 비등하는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것은 어쨌든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싶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5.09.12 05:21



진통이 시작되면 출산 후 남편과 함께 먹을 도시락을 정성스레 싸야지 항상 생각했었다. 

아니 꿈꿨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얼마나 행복할까. 그 밥은 얼마나 맛있을까. 

모든게 순조롭게 끝나고 셋이서 함께 먹는 그 밥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 될거야라고 생각하며. 

새벽에 진통이 시작되자마자 냉장고에 있던 아스파라거스를 손질해서 리조토를 끓였다.

하지만 따끈한 리조토는 산후조리용으로 냉동실로 직행했고 우선은 계획했던 메뉴중 하나인 소세지 야채 볶음을 만들기 시작.

하지만 진통은 둘째치고 잠을 자지 못해 너무 졸렸다. 

그러다가 오후 4시쯤 병원에 가게 됐는데 결국은 그때까지 쏘야이외에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밥솥에 밥도 있었고 김도 있었고 계란 후라이만 얹어서 가져갔어도 됐을텐데 돌이켜보니 역시 그럴 정신이 없었던걸까. 

아니면 점심을 먹고 배가 불렀었나.

집을 나오면서 허겁지겁 집어온 저 종이컵 위의 네덜란드 과자가 전부였다. 그나마 다행이다. 맛있는 과자였어서.

결과는 이러했다. 오후8 시쯤 아이를 낳았는데 병원에선 아무 음식도 주지 않았다. 

나는 병원에서 음식을 주더라도 첫끼는 한국인들처럼 먹자는 생각으로 도시락 싸갈 생각을 했던건데

 너무 늦은 밤이어서인지 아예 식사가 제공되지 않았다.

방금 전 함께 겪은 출산을 회상하며 수다를 떠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우린 음식을 사러갈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 배고픔을 느꼈을땐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병원 복도의 각종 자판기를 뒤져 초콜릿이 든 크루아상과 초코바를 간신히 구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모두 금기 음식이네.  아이를 낳는동안 물을 2리터나 들이켰음에도 불구하고 

긴 갈증후의 한 모금의 스프라이트는 정말 맛있었고 달짝찌근한 자판기 홍차 한모금에 크루아상은 녹아들어갔다.

삼풍 백화점에서 십몇칠만에 구조된 최명석군이 그랬지. 콜라가 마시고 싶어요.라고. 하핫.

아이의 생일이 되면 미역국이 아닌 스프라이트에 초코바 한사발을 대접해야할까보다.



다음날 아침부터 병실로 음식을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오트밀과 간단한 빵류.

예전에 이웃집 할머니 병문안을 다니며 병원 음식을 목격했던터라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감자와 밀가루가 주식이고 육류섭취가 많은 리투아니아에서 환자들에게 이런 종류의 음식들이 제공되는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것인지도 모른다.

우유와 함께 끓여 약간의 버터를 첨가한 부드러운 오트밀과 빵 한조각에 소시지와 버터를 얹어왔다. 


병원 직원들이 아주 커다란 주전자를 들고 다니며 따라 주던 차. 


다양한 반찬이 곁들여진 울긋불긋한 한국의 상차림을 생각하면 몹시 초라하고 부실해보이는 식단이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을 생각하면 

내가 평소에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먹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도든다.

점심으로는 이런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이것은 내가 몹시 좋아하는 세몰리나semolina. 리투아니아어로는 manų košė

집에서도 곧 잘 끓여 먹는데 보통 우유에 걸쭉하게 끓여서 계피가루를 섞은 설탕을 뿌려서 먹는다. 

버터를 얹은 빵을 또 가져다 주었다. 


이것도 리투아니아에서 먹는 주요 곡물 중 하나인데 grikiai (buckwheat) ,끓인 메밀이다.

역시 버터를 넣어서 고소했다. 귀엽게도 웨하스 한 조각을 함께 가져다 주었다.

버터가 저렇게 잘 발라지려면 이미 상온에 오래 놔뒀던가 아님 진짜 버터가 아닌 

마가린과 버터의 중간쯤되는 약간 저렴한 버터였을거다.

이것은 식감이 보리였는데 그러고보니 리투아니아에서 먹는 곡물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쌀을 우유에 달짝찌근하게 끓여주기도 했다.

이틀째부터는 좀 더 딱딱하고 양념이 들어간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검은 빵과 절인 비트. 매쉬 포테이토에 치킨 스튜.

딜이 뿌려진 야채 스프.

가장 맛있었던것은 아마 크루통이 얹어진 버섯 스프. 남편이 피자집에서 사온 것. 

씹어 먹는 음식보다 가볍게 삼킬 수 있는 음식이 확실히 더 맛있었고 기억에 남았다.

누군가가 리투아니아에서 아이를 낳고 국립 병원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그리고 이런 식단에 아량을 베풀 수 없다면 반드시 자기 음식을 챙겨가기를.

하지만 따지고보면 전부 다이어트식에 건강식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