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여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1.14 Helsinki 02_헬싱키의 마파두부 (4)
  2. 2018.01.07 Helsinki 01_어떤 새벽 (2)
Helsinki2018.01.14 08:00


Helsinki_2006


그 시기 여행에서는 스마트 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디지털 카메라가 있긴 했어도 그다지 많은 사진을 남겨오지 않았는데 나름 시시콜콜한 몇 장의 사진을 마주하고 있자니 사진과 사진 사이의 기록되지 않은 순간들까지 속속들이 떠오르며 긴 회상에 잠기게 된다. 새벽에 호스텔에 들어서서 도미토리의 침대를 할당 받자마자 길고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다. 허허벌판 16인실 도미토리에는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둠속을 파헤치고 부스럭거리며 들어가는 소리에 몸을 뒤척이며 반응하는 다른이가 없다는 것은 일인용 침실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가는 안락함과는 다른 종류의 쾌감이 있다. 문을 열자마자 탁자에 내동댕이쳐지는 열쇠가 뿜어내는 짤랑거림에도 움츠러들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만끽 할 수 있는 곳과 겨우겨우 짐을 내리고 대충이나마 무거운 옷을 겉어내고 이불속으로 들어갔을때에야 이제 됐다라고 느끼는 안도감의 질량은 분명 다르다. 잠을 한참 자고 일어났어도 다른 침대는 비어 있었다. 헬싱키 시내를 여행하고 저녁에 돌아왔을때에는 한 두개의 침대가 비어있을뿐이었다. 서점에서 헬싱키 건축 지도를 샀고 일본 식료품 점에서 저녁으로 먹을 레토르트 마파두부를 샀다. 아직 하얼빈에 가기 전이라 중국의 오리지널 마파두부를 먹어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헬싱키의 마파두부는 훌륭했던 것 같다. 새벽의 하얼빈 학생 식당에 가면 항상 처음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반찬이 마파두부였는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으로 그 마파두부를 먹었다. 차이점이라면 하얼빈의 마파두부는 반 접시에 한국돈으로 100원도 안했고 저 마파두부와 쌀은 8.75 유로였다. 그리고 뻬쩨르에서 못 다 먹고 가져온 소세지도 나와 함께 였다. 여행 중 해먹은 음식들은 멋진 건물만큼 근사한 풍경만큼 큰 추억으로 남는다. 레토르트여도. 그냥 까먹는 소세지여도. 







'Helsinki' 카테고리의 다른 글

Helsinki 02_헬싱키의 마파두부  (4) 2018.01.14
Helsinki 01_어떤 새벽  (2) 2018.01.07
Posted by 영원한 휴가
Helsinki2018.01.07 08:00


Helsinki_2006


이틀 삼일 짧게 여행하면서 별로 찍어 온 사진도 많지 않은 어떤 도시들에 숫자를 붙이는 것이 조금은 망설여지지만 지난 옛 기억에 덧붙여질지 모르는 미래의 이야기에 대한 환상으로 그러니깐 언젠가 또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로 짧은 도시들에게도 결국 번호를 매기고 만다. 3주간의 러시아 여행을 끝내고 뻬쩨르부르그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헬싱키. 나로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육로로 국경을 넘는 꽤나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컴컴한 야간 버스 안에서 버스가 전복되는 악몽까지 꾸었다.  뻬쩨르에서 헬싱키로의 여정은 지갑 속의 루블과 카페이카를 탈탈 털어내고 빳빳한 유로를 채워 넣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리투아니아에도 유로가 도입된지 3년째 접어들어 마치 오래 전 부터 써왔던 화폐처럼 익숙하지만 한때 유로는 참으로 생소하고도 멀게만 느껴지던 비싼 돈의 이미지로 가득했다. 게다가 유럽이라는 울타리 속의 첫 도시가, 북유럽이라니. (후에 코펜하겐이나 베르겐을 하루 이틀 여행하면서 헬싱키의 물가는 참으로 관대했구나 깨달았지만) 헬싱키의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지도를 펴고 걷기 시작했던 새벽. 새벽의 고요에 질세라 소리없이 내린 눈이 오랜 추위에 제멋대로 압축되어 도톰해진 눈을 한꺼풀 남짓 뒤덮고 있던 헬싱키를 우적우적 밟으며 결벽에 가까운 알바 알토의 건축물을 지나 가까스로 도착했던 헬싱키의 호스텔. 체크인 시간이 되려면 멀었어서 문이 잠겨 있었지만 운 좋게도 조금만 기다린 끝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근처에 올림픽 관련 시설물들이 많았던 규모가 꽤 컸던 호스텔. 내국인 단체들로 꽉꽉 채워지는 다른 유럽 강대국들의 호스텔처럼 부엌에 있다보면 인솔자로 보이는 사람이 학생들을 다독이고 냉장고는 주인을 잃은 듯한 음식으로 샤워실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깔깔대는 여학생들의 농담으로 가득했다. 






'Helsinki' 카테고리의 다른 글

Helsinki 02_헬싱키의 마파두부  (4) 2018.01.14
Helsinki 01_어떤 새벽  (2) 2018.01.07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