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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11 London 1_Lloyd's building
  2. 2015.08.10 Paris 10_퐁피두 센터 ( Pompidou Centre)
London2015.08.11 23:17





2010년 이주일간의 런던 여행. 둘만의 여행이 아닌 가족 여행이었기에 집을 나서면 항상 정해진 목적지로 부지런히 이동하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역시 여행에서 그냥 여기저기 어슬렁거릴 심산이라면 혼자이거나 마음이 맞는 둘이거나여야하지. 

그날은 인파와 더위에 지친 다른 가족들이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가까스로 둘만의 시간이 생겨 런던 시내 이곳저곳을 걷던때였다.

이 건물은 뭘까. 아직 런던의 현대 건축물에 대한 안구 준비 운동이 덜 된 상태에서 마주친  내 상식에서는 꽤나 충격적인 외관을 보여주었던 이 건물.





 2010년 런던 여행에서 가장 가슴이 벅찼던 순간을 떠올리자면 

토요일 오후 텅 빈 런던 도심의 금융가에서 이 로이드 빌딩 (Lloyd's building)과 맞닥뜨렸을때이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장소들이 그리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이 위치한 구역(Lime street)은 유령도시라고 해도 무방 할 정도로 고요하고 음산했다.

 손가락을 스치면 찐득한 기름이 묻어 나올것만 같은 거대한 전기 드릴의 형체를 한 이 건물은 이전까지 건물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위압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 위압감이란것은 거부감을 일으켰다기보다는 오히려 친밀한 무엇이었는데.

멀리서보면 나선형으로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계단들과 그 주위를 호위하듯 메꾸고 있는 각기 다른 굵기의 파이프들과 각종 설비들이

규모만 다를 뿐이지 동네 가정집 벽면에 붙어 있는 전기 단자나 수도 계량기에서 빠져 나온 배관들과 크게 달리 느껴지지 않았다. 

 


그해 런던의 빅벤이나 세인트 폴 대성당과 같은 런던의 오래된 문화유산들은 나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게으름 피우듯 거만하게 돌아가는 런던 아이는 오히려 싸구려 악세서리처럼 보였고 

그도 그럴것이 도시를 사랑하고 그의 건물에 매혹되는 나에게 런던에는 놀랄만한 현대 건축물들이 많았기때문이다.



이것이 발전소나 제철소 혹은 거대한 부품 공장이 아닌 보험회사라니.

 모든 내부 설비들이 앞다투어 런던 공기를 마시겠다고 빠져나온 이 건물의 내부에 수백의 사람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거라니 말이다.

내 언제 기필코 오픈 하우스 (http://www.openhouselondon.org.uk) 주간에 맞춰 런던을 방문해야지

그래서 이 건물에 한발자국이라도 발을 들여놔봐야 그제서야 진정 이것이 중정을 갖춘 어떤 '공간'이라는것을 믿을 수 있을것 같다. 



사실 로이드 빌딩은 고작 14층에 높이는 제2 롯데월드의 5분의1정도.

여기저기 자잘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그때 당시 이미 지어진지 20년이 넘었던 오래된(?) 건물이었다.

모르긴해도 리차드 로저스가 건넌마을 파리에 짓고온 퐁피두 센터를 보고 고무된 영국 정부가 

우리도 런던 중심가에 이 정도 건물 하나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대신 우리 정신 사나운 무지개빛 페인트칠을 배제하자고 라며 지어진것이 아닐까.

 

단지 눈으로 감상하는 건축이 아닌 만져보고 싶은 건축이라면 아마 이런 건물을 두고 하는말일것이다.

높이를 희생하고 볼륨감을 키운 울퉁불퉁 근육질의 건물. 하지만 매일매일 녹슬지 않게 정성스레 기름칠 해줘야 할 것 같은 예민함도 지녔다.

쥐어질듯 쥐어질듯 하지만 결코 움켜 쥘 수 없는 성난 그립감에 한 두번 실수로 떨어뜨려도 부서지지 않는 엄청난 내구력. 

마치 카메라 구매 후기를 쓰듯 온 몸으로 느껴보는 로이드 빌딩. 




이 건물에 들어서면 왠지 아무것도 모르는 급조된 보험회사의 상속자가 코엔 형제의 영화 <허드서커 대리인>속의 팀 로빈스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건물 꼭대기 유리 지붕 아래에 앉아 멀뚱멀뚱 런던 야경을 바라보고 있을것 같다.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일하는 말단 회사 직원들의 숨가쁜 발걸음 소리와

회사의 고위 관계자들에게 전해지는 비밀 편지가 건물 내부의 비밀통로로 주도면밀하게 전해지던 영화속 장면도 떠올려본다.


 


언젠가 타 볼 수 있을까. 마치 조립된 과학상자 위를 지나가는 작은 자동차 처럼

금궤로 가득찬 비밀의 통로를 향해 바삐 움직이는 이 노출 엘리베이터들.



이미 완성된 건축물이 아닌 이제 막 시공을 시작한 건물의 느낌을 주는 벌거벗은 건물.

머리에 노란색 안전모를 쓴 공사 요원들과 여기저기를 시찰 중인 회사 중역들이 금방이라도 뛰쳐나올것만 같다.



근처의 또 다른 건축물 '절인 미니 오이' 거킨(Gherkin) 과 함께 찰칵.




맥가이버는 이런 파이프에 껌으로 폭탄을 불여 곧잘 폭파하곤 했는데.

<리얼멕코이>의 킴 베신져와 <종횡사해>의 장국영도 이 정도 파이프는 거뜬하게 올라탈지도.

<쇼생크 탈출>의 앤디 듀프레인은 비오던 어느날, 감옥 지하의 이런 수도관을 폭우 소리와 함께 바위로 내려쳐 탈출에 성공하고 말이다.

평범한 우리는 수줍게 두 팔을 벌려 파이프를 껴안는 시늉을 하며 인증샷을 찍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봤을때 무슨 건물인지 몰랐으니 아마 이름을 확인하려고 거리명을 찍었을거다.

그리고 마치 리차드 로저스가 최근 건축한 또 다른 괴물  치즈 그레이터 <122 leadenhall street>를 만날 다음 방문을 예견이라도 한듯 말이다.



비록 이렇게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지만 절대 매연을 뿜지 않는 친환경 보험회사.



 단 한방울의 폐수도 흘려보내지 않는 자연 친화적 보험회사.



Yes, I am here.



귀여운 근육질 보험회사에 마치 폭파 위협을 가하고 있는듯한 좌청룡 우백호의 고공 크레인 


평범하기 그지 없는 유서 깊은 주변 건물들은 오징어가 되어버린다.



겨우 계단 몇개 올라가보는데 성공.



다음번에 런던에 가면 스산한 주말이 아닌 월요일이나 수요일 점심시간에 로이드를 만나러 가봐야겠다.

영국의 넥타이 부대들로 꽉꽉 채워진 샌드위치 바라던가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점심시간의 북적거리는 카페라던가.

마치 점심 약속을 잡은듯한 표정으로 그들과 섞여서 달달한 런던 프라이드도 마시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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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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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에서 사온 엽서를 보고 있자니 2년전의 짧은 파리 여행이 떠올라 회상에 젖었다. 아니면 이 즈음의 온도와 습도가 파리로 떠나던때의 날씨와 오버랩되어 무의식중에 사진첩의 파리 여행 폴더를 열게 만든것일까? 정말 딱 2년전 8월의 이맘때에 우린 파리에 있었구나. 휴가철이라 주택가 깊숙한곳의 식당들과 상점들은 문을 닫은곳이 많아 아쉬웠더랬다. 반대로 파리 중심가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어쩌면 일년내내 이방인으로 북적이는 파리에서 정작 소외되는것은 파리 시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마 파리지앵들은 그토록 시크한것일지도. 프랑스 대통령 조르쥬 퐁피두의 이름이 붙여진 이 귀여운 건축물.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와 영국인 리차드 로저스가 설계한 이 곳. 내가 좋아하는 짙은 에메랄드 빛깔을 띤 길고 둔탁한 파이프로 무장한, 마치 건물의 안과 겉을 뒤집어 놓은듯한 설계의 퐁피두 센터이다.

이 정도 무게감의 건축물이 아니 건축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설치 미술의 포스를 내뿜고 있는 퐁피두 센터인데 그 어떤 보호장치나 제재도 없이 모두가 지나다니는 인도에 마치 지하철 역을 삐집고 나온 환기구와 같은 친근한 모습으로 위치해있었다. 더 신기했던것은 건물을 지지하는 이 철골 구조 그 어디에서도 그 어떤 그래피티나 심술궂은 낙서, 덕지덕지 붙은 전단지 따위 찾아 볼 수 없었다는것. 마치 자신들의 도시를 찾아 온 이방인들에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랑하고 애지중지하는 이 도시의 상징이지 라고 말하고 있는듯. 근처를 거니는 이들의 얼굴에 가득한 새침한 표정에서 훌륭한 건축물을 갖는다는것이 얼마나 행복한일인지 부러웠고 감동스러웠다.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내부의 전시물이나 소장품때문만이 아니라 그 건물 외관 자체로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다는것은 그 건축물 자체에도 그리고 그것이 속한 도시에도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자랑스러운일이 아닐 수 없다.파리시가 외국 건축가들에게 맡긴 최초의 프로젝트. 건물이 설계된 1970년대에 사람들의 반응은 에펠탑에 대한 그것과 마찬가지로 시큰둥했다고 한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이 자신들의 고즈넉한 도시에 나타난 알록달록 생뚱맞은 파이프 덩이를 괴물처럼 여긴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그리고 20여년이 지나서 리차드 로저스가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면서 퐁피두 센터는 다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지만 한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와 만나야하는 파리 사람들은, 혹은 내가 20년전에 파리에 살다가 피씨통신 번개팅에 나갔더라면

얼굴을 모르는 누군가와 '퐁피두 센터의 첫번째와 두번째 하얀 통풍구 사이에 서있을게' 라고 약속을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약간은 외진 곳 혹은 몹시 개방된 장소에 위치한 여타 파리의 명소와 달리 파리 4구의 협소한 도심에 자리 잡은 이 건축물의 일상성. 지극히 미래지향적이고 전위적인 이 건축물이 의외의 일상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것은 아마도 모든 크고 작은 집과 건물들이 심장처럼 지니고 있는 기술적인 요소들이 너무나 솔직하고 친근한 색상으로 밖을 향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