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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02 [베르겐여행] 베르겐의 뭉크
Bergen2014.05.02 03:49



떠나기 두 달 전부터 설정해 놓은 베르겐의 일기예보를 여행에서 돌아 온 지금도 여전히 확인하게 된다.

새로운 목적지가 생기면 그때 삭제할 수 있을것 같다. 

한번은 일주일 내내 해가 쨍쨍 맑음이 표시되길래  베르겐에서 신세졌던 친구에게 

'일주일 내내 날씨가 이렇게 좋다는데 그게 진짜야?' 라는 문자를 보냈다.

마치 토네이도 주의보라도 내려진 베르겐의 친구들이 염려스럽다는 듯, 믿기 힘든 날씨라는 듯 말이다.

친구도 금세 답문을 보내왔다. 정말 흔하지 않은 날씨라며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4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베르겐의 일반적인 기후를 간파하는데는 충분했다.

지속적인 강우로 항상 축축한 땅, 건너편 산 정상을 뿌옇게 감싼 안개, 수평선 위에 간신히 걸쳐진 구름. 

숲은 각양각색의 초록으로 우거져 어두컴컴했다. 하루만 지나도 바위 틈에 이끼와 버섯이 무성하게 자라날 듯 보였다.

위급할 때 바위로 변한다는 트롤 Troll 이라는 상상 속 괴물이 생겨난것도 우연은 아닐것이다. 

베르겐의 침침함은 뭐랄까. 마치 전구 세개 달린 거실 조명에서 전기세를 아낀다고 전구 하나를 빼놓은 것과 비슷했다.

이른 아침 가정집에서 새어 나오는 노르스름한 불빛과 정오가 넘어서도 꺼지지 않는 거리의 가로등이 

날이 밝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다 잠든 누군가의 탁상 램프처럼 얼마간은 도시의 아침을 밝혔다.

정수리를 내리쬐는 햇살은 그냥 잠시 타오르다 꺼지는 불꽃과 같았다. 

뭉크의 <절규>의 실제 배경이 오슬로라고 하는데 어쨌거나 나는 베르겐을 여행하면서도 

절규 속의 배경을 비슷하게나마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붉고 푸르게 출렁이는 하늘과 그런 배경속에 섞이지 못하고 강하게 대비되는 작품 속 인물들.

그의 모든 작품의 배경이 어두운것은 아니지만 배경이 환할때 인물들은 보통 검은 옷을 입은채 무섭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뭉크의 불우한 개인사 탓도 있겠지만 노르웨이의 기후도 큰 영향을 끼쳤을것이다.

일찍 죽거나 정신질환을 앓았던 가족 구성원들 틈에서

 뭉크는 자신이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 불행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결국 그 자신도 정신분열을 앓았다고 한다.

이런 이들이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기 위해서 세상이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결국 그것도 우리 개개인이 버텨내야 할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 아닐까.

사람이 희망이고 사람만이 사람을 구할 수 있는것이 세상의 원리이지만 과연 그게 사실일까 우울해지는 요즘이다.

절규 속의 절규는 뭉크만의 절규가 아닌것 같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