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2017.06.30 09:00




콘서트 표를 찾았고 커피도 마셨고 몇장의 엽서도 샀다. 이제 편안하게 앉아서 엽서를 쓰며 땀을 식힐 수 있는 카페만 찾으면 된다.  이날은 오후 8시 넘어서 엠비언트 콘서트를 볼 계획이 있었는데 같이 콘서트 장소가 있는 동네로 갔다가 친구가 볼일을 보고 콘서트 시작 후 합류하는것으로 일정을 짰다. 이 카페는 콘서트가 열린 클럽 Berghain 에서 멀지 않은곳에 위치해있다.  메르세데츠 벤츠 아레나가 보이고 따지고 보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서도 멀지 않은 장소인데 역에 내려서 걷다보면 꽤나 외진 동네라는 느낌을 준다.  콘서트 장소를 찾아내고서도  버려진 공장 같은 그 건물 근처에서 한참을 서성댔다.  사나운 개 한마리가 잠들어있는 건물 1층에 온몸에 문신을 한 용접 마스크를 쓴 아저씨에게서 여기가 맞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저녁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다. 카페는  Comenius platz 라는 공원 건너편에 위치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늪의 분위기를 풍기는 고인 햇살로 가득한 폐쇄적인 공원이었는데 선탠을 하는 사람, 가발에 머리 심는 작업을 하는 사람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카페에서는 <빅 레보우스키>의 존 굿맨보다 좀 덜 뚱뚱하고 온순한 느낌의 아저씨가 주문을 받았다.  카페 이름 때문일까. 소브착이라는 극 중 그의 러시아 성도 뒤따라 떠올랐다.  그의 독일어를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었고 우리의 영어를 그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는 존굿맨처럼 불같이 화를 내지 않았다. 아 생각해보니 존 굿맨이 사나운 캐릭터는 아니었던것 같다. 단지 얼빵한 스티브 부세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칠게 다가왔던것뿐. 아 어쩌면 카페 주인 아저씨는 몸집이 좀 컸다뿐 스티브 부세미에 가까워보였다. 문득 스티브 부세미는 요새 뭐하지 싶어 검색해봄. 여전히 살아서 연기를 하고 계셨다. 




레아 공주가 쾌변의 뮤즈로 활동하고 계시던 바로 그 카페이다. 남자 화장실에는 어떤 그림이 붙어있었는지 모르겠다. 사진을 찍지 않은거라면 아마 별볼일없는 스티커였을거라고 생각한다. 레아 공주에 맞설려면 츄바카 정도는 되어야 했을까. 츄바카는 혹시 여자는 아니었을까? 





빌니우스 같은 경우 여름에 날씨가 더우면 카페 내부에는 사람이 없다. 베를린도 왠지 비슷할거라 생각한다. 날씨의 흐름이 베를린과 빌니우스가 거의 유사하다. 에어컨이 없는 카페나 식당이 많기때문에 보통은 노천으로 나가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존 굿맨 아저씨도 음료 주문을 받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앉아서 지인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문 근처에 앉아계시는 분이다. 




이 카페에서 우리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너무 더웠고 카페의 노천 테이블에는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있었으며 내부로 들어가기는 더 싫은 마음이 있었다.  나중에 주인 아저씨가 충전기를 빌려줘서 전화기를 충전하러 들어가긴 했지만 이제는 더운 날씨에도 바깥에 있는것을 즐기는 습관이 자리잡은것 같다.  상대적으로 습기가 적으니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더위가 가시기도 한다.  일조량이 부족한 유럽이니 비춰준다고 할때 마음껏 비타민D 를 빨아들여야 할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내가 마신 음료수는 독일의 국민 음료라고 할 수 있는 프리츠 콜라 (Fritz cola) 이다.  독일의 카페에서 콜라 스프라이트 환타 구경하기 힘들다. 전부 프리츠 콜라 아니면 클럽 마떼 (Club mate), 보스톡 (Wostok)  같은 음료들을 판다. 프리츠 콜라는 내가 일하는 식당에서도 취급하는 음료이다.  대략 4년전쯤에 병에 그려진것과 정말 비슷한 남자 두명이 판촉을 위해 식당에 들렀다.  콜라처럼 카페인이 있지만 카라멜 시럽같은 인공 원료 대신에 각종 과일로 맛을낸 차별화된 청량음료인데 그 맛의 수가 다양해서 어떤 맛을 식당에 들여놓을지 고민했던적이 있다.  커피맛 콜라, 오렌지맛, 멜론맛, 체리맛, 사과맛이 우리 식당에 있고 내가 이번에 베를린에서 맛본것들은 루버브, 블랙커런트 같은것들이 첨가된 것들로 다양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이 프리츠 콜라 담당직원이랑 메일을 몇차례 주고 받았는데 역시나 그도 이 음료를 독일의 내셔널 드링크라고 표현했다. 프리츠 콜라는 독일의 마트에서도 쉽게 살 수 있어서 물어보니 아직까지 빌니우스에서는 상점에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베를린에서 맛본 프리츠 콜라들에 대해 이야기하니 자기들도 모든 종류의 맛을 구비하고 있으니 식당에 다른 맛을 시도해보라는 권유도 받았다. 어쨌든 독일의 거리거리 이 음료수 병을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 정말 많다.  이 음료수는 함부르크 출신 남자 두명이 개발해낸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음료수 병속의 남자 둘처럼 베를린의 카페에도 식당에도 남자둘이 커피를 마시거나 다정하게 식사하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이 꼭 연인들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오손도손 수다를 떠는 여자들의 모습보다는 친근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남자들을 마주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던것 같다. 베를린의 힙스러움을 증폭시키는 요소중 하나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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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Berlin2017.06.28 09:00



이곳이 어디 글래스톤베리쯤이어도 좋겠지만 이곳은 베를린 마우어 마켓.  마지막으로 헬터 스켈터를 카피하면서 끝내던 어떤이들의 공연. 




 

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7.06.24 09:00




베를린에서의 첫 카페.  도착 다음날 아침, 친구가 예매해둔 콘서트 표를 찾기위해 Kreuzberg 의 Kottbusser Tor 역으로 갔다.  표를 찾고 나와서 길을 걷는데  눈에 띄는 거울 재질의 입간판이 건물 안뜰을 가리키고 있었다.  베를린에 건물 중정을 널찍하게 사용하는 괜찮은 카페가 많이 숨어있다는 이야길 듣긴 했지만 첫날부터 우연히 발견하게 되서 느낌이 좋았다. 이 카페는 Voo 라는 편집샵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아침이어서였는지 비교적 한가했다.  쓰레기 컨테이너와 자전거들이 일상적으로 어우러진 모습은 전형적인 베를린 주택의 뒷마당 풍경이었다. 야외에 테이블이나 의자가 신경써서 가득 준비되어 있지 않은것이 오히려 소탈하게 다가왔다.  편집샵의 옷이나 소품들의 가격이 상당했는데 구석 카페의 캐주얼함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직원 한명이 혼자 일하고 있어서 주문한 커피가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옷이며 물건이며 책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론 이런 상점들의 시크하기 그지없는 고가의 옷들은 보세옷가게나 벼룩시장에서 헐값에 구할 수 있을거라는 근거없는 기대와 함께 외면하곤 한다.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띈것은 카페와 편집샵의 미묘한 경계라고 할 수 있는 계단 근처 벽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던 잡지들이었다.  벽속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같은 시기에 잡지 표지 모델이 된 우연일뿐이겠지만 틸다 스윈튼이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소피아 코폴라 같은 개성있는 인물들이 전부 왠지 베를린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뉴욕 출신의 소닉유스가 뭔가 베를린스럽다는 느낌에 자꾸 생각이 났던 터라 작년에 빌니우스에서 갔던 카페에서 읽은 Reader 속 킴 고든의 인터뷰가 떠오르기도 했다. (http://ashland.tistory.com/447) 베를린의 첫 커피를 마신 이 날 그 잡지속에는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모나리자처럼 이 방향에서도 저 방향에서도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곳에 혼자 오게 된다면 먼저 옷들을 둘러보고 커피를 주문하고 이 잡지들중 한권을 골라 의자에 앉게 될것 같다. 우리는 커피를 주문하고 그다지 편해보이지 않는 스툴 몇개가 놓여있는 바깥으로 나갔다. 




저렇게 칠이 다 벗겨진 공간이어도 좋으니(아니면 굳이 칠이 벗겨져 있기때문에) 딱 저 정도 크기의 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 떼굴떼굴 굴러다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오만과 방종의 온상.  빛은 저 창문의 반 정도만 가로로 길게 들어오면 될것 같고 커피 머신은 2인용이면 될것 같고 책상도 필요없이 미니 싱크대가 놓인 아일랜드 하부장을 제거해서 편안한 의자 두개를 넣고 내가 가진 물건들을 다 놓으려면 직원 뒤로 보이는 저런 가구 하나면 될것 같고. 신발은 바닥에 늘어놓으면 되고 옷은 별로 있지도 않으니깐 상자 두세개에 구겨넣고 하면 벽에 거울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넓어보이는 이 공간의 반정도 되는 공간도 충분할것 같다. 어떤 도시가 좋아지면 그곳에 한번 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것처럼 마음에 드는 공간들은 그 공간이 품을법한 나의 단순한 일상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빛이 아낌없이 들어오던 그러나 그 빛을 과감히 사양하고 밖으로 나갔어도 한가득 고인 직사광선속에서 뜨겁고 차가운 커피를 마실 수 있었던 이 카페의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편집샵에서 카페로 연결되는 저 계단이 결정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베를린의 여러 카페들중에서 이만한 공간을 확보했던 카페들은 빛의 기근에 시달리던가 빛으로 충만했던 카페들은 오히려 가파른 다락방같은 광활한 2층을 가졌음에도 짓눌린듯한 느낌을 주던가 커피가 가장 싸고 맛있었던곳은 앉을 의자는 물론 걸터앉을 땅바닥도 모자라 선채로 커피를 마셔야했다. 다 가질 수 없다.  세상의 모든 커피들이 약간의 결핍을 지니듯 모든 카페들이 저마다의 특성과 모자란 구석으로 꽉 채워져 있다.   





친구는 아메리카노를 나는 얼음이 채워진 토닉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이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내가 빌니우스에서 간혹 먹는 그 블랙커피와 거의 동일한 커피였다. 그 후 다른 카페에서 친구가 아메리카노를 몇번 마셨지만 더 이상 이런 아메리카노는 구경할 수 없었다.  물을 많이 부어 싱거울대로 싱거워진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에스프레소 두잔 보다는 좀 더 묽지만 여전히 크레마가 감도는 이 커피를 친구도 마음에 들어했다. 친구가 며칠후 다른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처음 시도하게 된 계기는 아마도 이 날  조금은 쓰고 진했던 이 아메리카노를 맛있게 마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작 토닉 에스프레소의 맛은 기억이 안난다. 그냥 차가워서 너무 좋았다는것. 좀 달게 마시고 싶어서 설탕을 섞으러 들어갈까 하다가 너무 귀찮아서 그냥 마셨다는것만 기억이 난다.  베를린의 카페들은 직원이 충분치 앉아 보이는 상황에서도 카페에서 마실 거면 주문을 받으러 갈테니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던가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을 해도 친절하게 커피를 가져다 준다. 그것은 참 의외였다.  과도한 친절을 베풀지 않으면서  힘이 쫙 빠진 세련된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에 허겁지겁 냉장고문을 열어 뭘 대접할지 발을 동동 구르는 대신 하고 있던 일을 서서히 마무리 지으며 와인병을 들고 다니며 우아하게 와인을 따라주는 여인의 여유가 느껴졌다고 할까.  사실 베를린에 있는 동안 전반적으로 마음이 편하고 여유로웠기에 설사 어떤 불친절한 서비스를 경험했더라도 나름의 개성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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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Berlin2017.06.22 09:00



아침부터 카페 두군데를 들르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도중에 건물벽에서 열심히 뛰어놀고 있던 아이들을 만났다. 베를린에는 생각보다 동상이나 조각물을 발견하기 힘들었던 대신 듣던대로 벽을 메운 그림들이 많았다. 콘크리트를 캔버스 삼아 작정하고 그린 큰 규모의 벽화들은 물론 거리 구석구석 산만하게 스프레이질된 작은 낙서들까지 빽빽한 도시속에서 각자의 프레임을 확보하고 비를 맞으며 햇살을 받으며 움직이고 있던 이미지들이 항상 있었다. 모든 건물들은 묘사될 여지를 지녀야한다. 독특한 발코니의 구조, 창문의 형태, 건물 입구의 램프 디자인, 현관의 손잡이, 건물을 뒤덮은 초록의 식물들, 벗겨진 페인트 칠이나 갈라진 시멘트 자국같은 건물이 버텨온 세월의 그을음 등등의 다양한것들이 묘사의 중심에 있을 수 있다. 개성없는 건물들은 또 그런대로 자기 성격이 확고한 건물들 사이에서 차별화 된다.  단지 모두 같지 않으면 된다. 건물이라면 건물 한 귀퉁이를 자리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이 어떠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해야한다.  설계자의 이름을 궁금하게 하는 건물이 꼭 위대한 건축물일 필요는 없다. 그것이 도시속에서 몇십년을 몇백년을 버텨내는 건물들의 사명일것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Berlin2017.06.21 09:00




베를린에서든 드레스덴에서든 이런 시커먼 동상을 보면 친구와 항상 반복된 농담을 하고 웃곤 했다. "토머스 제퍼슨 아니야? 왜 여기있어?' 토머스 제퍼슨을 잘 알지도 못하지만 왠지 뭔가 법원이나 국회의사당 같은곳앞에 서있는 토마스 제퍼슨 같은 사람의 느낌이 있었다. 토머스 제퍼슨의 환상을 깨지 않기위해 일부러라도 누구인지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지 않았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