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2014.10.17 23:45



<Chef>


이런 영화를 가끔 보면 좋다. 우선은 누군가가 이런 영화를 계속 만드니깐. 우린 오늘도 내일도 계속 먹어야하니깐.  

무엇보다도 일시적이나마 정신차리고 잘 챙겨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해서 좋다. 

누군가는 목숨 걸고 만드는 음식, 목숨 걸고 돈을 벌거나 공부를 해야하는것에 비하면 그게 가장 현실적인것 같아서 또 좋다.

음식 영화를 보면 세상에 정말 다양한 요리들이 많이 있다 생각되지만 막상 마트에 가면 요리 목록이 그려지지 않는다.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식재료들이 있지만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고

그럼에도 그 무수한 맛집과 부지런한 블로거들과 이런 귀여운 영화들 덕에 색다른것을 먹고자 해야겠다는 욕망은

혀 끝 언저리에서 평형수처럼 촐랑거리고 있는거겠지?

올리브 오일속에서 하염없이 볶아지고 있는 저 마늘을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것들이 많았다. 

기름 흥건한 스파게티를 앞치마에 사정없이 집어 던지며 기름에 떡진 머리 같다고 독설하던 솊 이선균과

이 보다 더 진지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면도칼을 쥐고 마늘 얇게 자르기에 여념이 없던  수감자 폴 소르비노.

그라파로 끓인 리조토를 몽땅 남기고 문닫기전에 가까스로 들어간 식당에서 나를 구해 준 코르토나의 그 스파게티.

그 알리오 올리오를 한번 시작해보겠다고 손목이 부러져라 동전 담긴 후라이팬을 쥐고 비틀던 공효진의 집념어린 표정까지.

누군가가 음식에 가진 철학. 그 철학으로 만들어지는 어떤 음식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결국은 그 당당함의 결정체 같은것인지도 모른다..

음식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아마도 누군가가 고집스럽게 지탱해가는 그 고유의 삶을 엿보는 즐거움이겠지.



스칼렛 요한슨이 레스토랑 매니져로 출연하길래 역시 이 영화 저 영화 캐릭터 안가리고 나오는데 다 어울린다 싶어 흐뭇했다.

뒤이어 로버트 다우니 쥬니어까지 카메오로 나오는걸 보고 뭐지 싶더니

알고보니 감독이 아이언 맨 감독이고 이 자존심 쎈 주방장이 실제 감독이네. 

요리 평론가와 싸울땐 정말 미친듯이 연기해서 속이 다 시원했다.

자존감 충만한 셰프가 요리 평론가와 레스토랑 주인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때려 치우고 자기 사업을 시작한다는 식의 

 일부 음식 영화들의 플롯은 대개 비슷하지만 남의 부엌이나 그들의 요리 장면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게다가 비평을 부르는 레스토랑 속 요리들은 대부분 언제 한번 먹어볼날이 올까 싶은 삐까뻔쩍한 요리들이지만

그들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들은 저런 파스타나 토스트 같은 소박한 음식들이지.

세 남자가 텅 빈 주방에 앉아  아무말없이 빵 한 조각과 함께 삼키는 <빅 나이트>의 프리타타같은 음식들말이다. 

 인생은 어쩌면 정말 단순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살면 그냥 살아지는 놈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단조로움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복잡하고 화려하게 만들지못해 안달난것인지도.



아들에게 먹이려고 토스트를 만드는 장면인데 토스트 장면 실제 촬영씬이 크레딧과 함께 올라갔다.

토스트 조각 하나에 모든 영혼을 다 쏟아 부을듯한 실제 셰프의 설명을 정말 신기한듯 흐뭇하게 바라보는 주인공.

 버터를 바른 표면에 식빵을 얹어 두세종류의 치즈가 알맞게 익을 때까지 지글지글 굽는데

의도적으로 강조된 토스트의 식감이 스피커가 터질듯 바삭거렸다. 

재밌었던것은 셰프의 주방 한켠의 많은 식재료들 사이에 엉켜있던 빨간 고추장 통인데.

'아 이거 고추장 아니야, 너 고추장 만들었냐, 아 정말 맛있어 고추장.' 이라며 무려 세번이나 고추장을 강조하던

동료 주방장의 대사였다. 뭔가 너무 의도적이어서 왜지? 라고 의문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

아니다 다를까 저 토스트 굽기 묘기를 보여주는 저 인물은 아마도 미국에서 유행한 푸드 트럭 고기를 만든 재미교포 같았다.

영화속에서도 셰프가 레스토랑을 나와 푸드트럭을 개조해 타코를 팔아 대성공하는데,

영화가 이 재미교포의 실제 인생 스토리를 토대로 만들어진것인가? 

  






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2.12.16 06:29

 

 

<줄리 앤 줄리아>

 

영화를 볼때 내가 줄거리와 관계없이 가장 집중해서 보는것은

주인공이 먹는 음식이나 마시는 음료나 주인공이 머무는 부엌의 모습 등등.

하물며 이렇게 음식에 죽고 못사는 사람들의 치열한 이야기는 하루하루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하고

무거운 식재료와 함께 힘들게 귀가해서 맛있게 먹어 줄 사람의 행복한 표정을 머릿속에 그리며 묵묵히 저녁을 준비하고

눈 깜짝 할 사이에 싱크대로 직행하는 빈 접시와 마주할 때 까지의 그 일련의 과정들이

단지 먹고 살기 위한 원초적 행위는 아니지 않겠느냐는데에 위안을 준다.

 

 

나름 전용 루프탑 레스토랑도 지닌 좋은 건물이지만 브룩클린이라는 지역은 아무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구역인가보다.

이삿짐을 바리바리 채워서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오는 줄리 부부. 줄리는 그저 이 새로운 집이 못마땅하다.

직장에서도 시달리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열등감에 시달리는 아내를 인내심과 확신을 가지고 토닥이는 남편.

줄리 남편과 줄리아 남편으로 조금만 시점을 바꿔서도 영화 한편은 만들 수 있겠다.

상대적인 결핍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들이 좋다.

그런 사람들만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수 있고 고민하고 방황하는 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것 같다.

 

 

메릴 스트립은 마가릿 대처와 보그 편집장도 그렇고 실존인물을 연기하는데 재미를 붙였나보다.

 실존 인물이 아무리 매력적이고 영향력있는 인물이라고해도 그 사람을 똑같이 연기해 내는데에서는 별 매력을 못느끼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 실제 줄리아 차일드라는 여자가 저랬나보다 하고 애써 집중을 하려고는 했지만

약간 불편하게 느껴진것도 사실이고.

개인적으로 메릴 스트립 최고의 영화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리버 와일드>가 아닌가 싶다.

다시 보고 싶다 리버와일드. 섹시한 케빈베이컨과 젊고 강했던 메릴 스트립.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데 있어서 부족하고 힘들었던 시간들 모두 가치있다.

젊다면 더욱 그렇고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더더욱이다.

좁아도 저렇게 둘이 나란히 철퍼덕하고 앉을 수 있는 둘만의 부엌이 있고

다 만들지도 않은 음식들을 매번 감탄하며 먹으려드는 동반자가 있고

우리들은 생각보다 많은것을 가졌지만 가지지 못한것에 집착하게끔 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나 모르겠다.

 

 

맛있는 음식을 하려면 정말 재료를 아끼지 말아야하고 특히 기름 버터 이런거 아끼면 안되는것 같다.

도대체 이렇게 기름진 브루스케타를 만들려면 기름을 얼마나 부어야 하는거지? 레시피의 문제인가?

일년 365일동안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에 등장하는 레시피를 전부 시도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블로그를 시작하는 줄리.

 시기적으로 아직 블로그가 많이 활성화되기 이전이라는 이점도 있었겟지만

이런 아이디어와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는것에 박수를 보낸다.

왜 영화 <카모메 식당>이 매니아층을 만들고 갑자기 실제로 여기저기 비슷한 식당들이 생기는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모든 가능성과 희망들로 포화상태인것만 같은 이 세상에서 색다른 안목과 목표를 가질 수 있다는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하루종일 직장에서 상사에게 치이고 고객에게 치이고 온 세상에 치이는듯한 줄리.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그저 불확실하기 만한 하루하루. 

'너 내가 왜 요리를 좋아하는지 알아?

달걀 노른자와 초콜릿 설탕과 우유를 넣으면 그게 걸쭉 해진다는걸 알고 있다는게 좋아'

어쩌면 그것이 신께서 음식에 부여한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하루 두세번 죽을때까지 꼬박꼬박 먹어야 하는 음식인데 매일매일 감자와 양파를 자르고 볶고 지지면서 마치 시험을 보듯

입에 담지도 못할 맛없는 음식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한다고 생각해봐라.

인간이라면 최소한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을때만큼은 아무 조건없이 행복 할 권리가 있다는것이다.

 

 

요리를 하고 블로그를 작성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줄리.

어떤면에서 줄리는 줄리아보다 훨씬 똑똑하고 목표지향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줄리아의 욕망은 줄리의 그것보다 훨씬 더 맹목적이었고 순수했었던것 같다.

어쩌면 줄리가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시대는 뭔가를 순수하게 지향하는 삶은 살기 어려운 시대 일지도 모르겠다.

 

 

구운 생선은 나도 정말 좋아하는데 냉동 생선을 해동 시켜놨으니 레시피는 모르지만 비슷한 생김새로라도 구워봐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나온 음식중에 가장 맛있어 보였다.

어쩌면 그들이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맛본 이 생선 한마리가 줄리아의 요리 본능을 자극했었는지도.

 

 

실제 줄리아 차일드가 쓴 이 책을 지난번에 서점에서 봤는데 두권으로 나뉘어져있는데 다른 한권은 연초록색 커버였던것 같다.

요리 과정을 차례대로 보여주는 블로그나 요리책도 별로지만

이렇게 너무 시시콜콜하게 기술적으로 많이 써있는 요리책도 별로더라.

 

 

이 책은 내가 그 날 서점갔을때 산 요리책. Phaidon 이란 출판사 책인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내가 뭐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마트의 갖가지 채소들을 어떤식으로 요리해 먹을지를 몰라서 장만했다.

한국이 아니니깐 달래 냉이 씀바귀 이런 채소들을 먹을 일이 없으니 여기서 파는 채소들을 먹어야 하는데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양배추를 절이거나 오이나 토마토를 샐러드로 먹는게 아니면 채소를 잘 먹지 않는것 같다.

마트에는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잘 안먹는 채소들이 넘쳐나고 게다가 이탈리안 레시피니 더더욱 땡긴다.

눈감고 딱 펴지는 페이지를 하나씩 섭렵해 가고 있는데 괜찮은 시금치 요리들을 알게되서 우선 책을 산 보람이 있다.

예를 들면

 

 

각종 치즈와 섞는 이런 시금치 파이라던가.

오븐이 구식 가스 오븐이라 밀가루 반죽이 돌처럼 굳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삶은 감자에 베사멜 소스와 치즈를 붓고 삶은 시금치를 섞는 이런 요리도 굿이다.

한국식 시금치 볶음을 해먹기엔 뭔가 적합하지 않아보이는 시금치들이라서 이런 메뉴 너무 좋다.

주말마다 이 요리책을 펴보고 다음주에 해먹을 음식 두세가지정도를 정해서

식당에 식자재 주문하면서 추가적으로 집에 필요한 채소를 주문하는데 쏠쏠한 재미가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인데

잘 차려입은 웨이터가 가져와서 따주는 병속의 와인보다

이렇게 500ml,1ltr 씩 작은 유리병에 담겨져 나오는 와인이 좋더라.

비싼 안주말고 몇조각씩 수수하게 짤려져 나오는 치즈들도 그렇고.

내가 부엌에 가서 앉아있지 않으면 와이프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요리에 미친 아내를 향해 농담석인 핀잔을 던지지만

줄리아가 결국 생각해내지 못한 음식에 관한 단어를 마치 사전을 펼쳐 보여주듯 자연스럽게 내뱉는 폴.

상대의 취미와 열정을 인정하고 말 없이 따라가 주는 이런 사람은 우리가 꿈꿔야 할 배우자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우리 자신이 누군가에게 되어주야 할 모습이 아닌가 싶어 뜨끔했다. 

근데 남편 역할의 스탠리 투치를 보면서 자꾸 <러블리 본즈 Lovely bones>의 변태아저씨가 생각나서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하지만 이 배우는 내가 십년도 더 전에 시사회에서 본 <빅 나이트 Big night>의 그 이탈리아 식당 주인이 아니었던가?

처음으로 리조또라는 음식을 알게해준 그 영화. 다시 한번 볼 수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영화를 보면서 사실 <내 아내의 모든것>이 계속 생각나서 웃겼다.

'줄리아 긍정씨'라고 불려도 손색없을정도로 모두에게 밝음과 경쾌한 기운을 주는 줄리아와

불만과 독설과 짜증으로 일관하는 정인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맛있는 음식에 목숨을 건다는것과 둘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줄리아 차일드는 남편 폴 차일드가 죽고나서도 혼자 십년을 더 살았더라.

실제 그들의 인생도 영화속에서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웠길 빈다.

실존 인물을 영화화한다는건 어느 정도 왜곡의 가능성을 안고있으니깐 뭐.

 

 

결국 줄리의 블로그는 인기 블로그로 자리매김하고 그녀의 이야기는 책으로 만들어지고 그 책은 또 영화화되었다.

단순히 꿈꾸기만해서 모든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꿈이 다른이의 꿈과 또 다른이들의 이해관계에 적절히 들어맞을때 해피엔딩이다.

 

 

가끔 나만의 책을 만드는 꿈을 꾼다.

출판을 해서 많은 독자를 거느리거나 베스트셀러가 되는 그런 책도 좋지만

그냥 자기 돈들여서 자기가 쓴 글과 그림으로 단 몇부만 발행해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나눠주고 싶은 그런 책말이다.

그리고 옆에서 저렇게 진심으로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이상 바랄게 무엇이 있나 싶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2.12.06 06:59

 

 

<내 아내의 모든것>

 

꼭 요리를 주제로 한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런 영화는 왠지 음식영화라는 장르로 분류해두고 싶다.

음식 셋팅에서부터 식기며 요리도구, 부엌 인테리어까지 구석구석 신경써서 촬영한게 티나는 그런 영화들말이다.

음식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자세는 또 얼마나 야무지고 아기자기한지.  

 너무 금새스쳐지나가서  몇번이고 정지시켜놓고 천천히 살펴보고  싶었던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어쩌면 요리장면이나 식사장면을 더 많이 첨가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배재한것은 아닐까.

깡마른 몸에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정인은 그래도 요리를 할때만큼은 행복해보인다.

그렇게 완벽을 추구하고 까다로운 그이기에 그가 만드는 음식도 상대적으로 맛있어 보였던것은 아닐까.

하지만 정인의 인생은 매우 권태롭고 위태로워 보인다.

행복의 본질은 변한다.

그 변화를 감지한 사람들은 권태를 느낀다.

하지만 권태를 불행이라는 단어와 동일시할 수 있을까.

 

 

아내를 유혹해 줄 전설의 카사노바를 고용한다는것은 지극히 극적인 발상이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나름 현실적이다.

물론 웃자고 한 얘기들이었겠지만 몇몇 토크쇼에서 이선균 스스로 불평하듯 털어놓은 그의 결혼생활을 상기시키니

영화속의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좀 더 쉽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솔직하게 자기 인생을 얘기할 수 있는것도 생각해보면 배우에게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겠구나.

왠지 결혼이나 출산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임수정이기에 정인의 캐릭터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이 영화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로 임수정은 당당히 서른배우의 반열에 들어선것 같다.

그가 나오미 왓츠나 샤를롯 갱스부르 같은 느낌의 배우로 늙어갔으면 좋겠다. 

 

달콤하고 자유분방한 연애끝에 결혼에 골인. 저기 서울 외곽의 신도시 어디쯤일까?

별로 한국 같아 보이지 않는 동네에 알록달록 예쁘게 줄지어선 집들 사이로.

'7년 후'라는 자막이 뜬다,

아. 너무나 불편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결혼 후 별다른 직업없이 건축하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괜찮은 집에서 괜찮은 옷입고 그럭저럭 괜찮게 살아가는 여자.

하기싫은거 많아보이고 고집있어 보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욕구불만에 약간의 피해의식에 열등감마저 보인다.

'우리 다시 아기를 가져보도록 해볼까?'라는 정인의 메세지는

임신과 출산이 이 두사람에게 어쩌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뉘앙스를 주지만.

솔직하게 까놓고 얘기해서 결혼을 해서 7년동안 아이없이 둘이서 살면

저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것은 필연적이라는 암묵적인 결론에는 동의할 수 없기때문에 불편하다.

 불행을 합리화시키고 일반화시키는데있어서 인간은 선수다.

 

 

저렇게 볕이 잘드는집인데 아침부터 전등은 뭐하러 켜놓은거냐.

남자는 처음 봤을때의 여자 모습을 항상 기억하며 여자가 항상 처음과 같기를 바라고

여자는 남자가 처음처럼 만족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항상 변화를 꾀한다고 누가 그러더라.

뭐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는 책이라도 읽어야 될것같은 분위기다.

 

 

코발트색 타일에 개나리색 부엌가구.

아침볕이 저렇게 잘드는 예쁜 공간에 정말 완전 모르는 사이처럼 남겨진 두사람.

둘사이 백만광년사이의 거리를 가득메운것은 진공청소기 소리와 담배연기뿐.

우울하다.

이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려면 어느정도로 상대가 싫어야할까.

어느 정도의 실수와 잘못이 용인될 수 없는걸까.

변하는 상대보다 더 낯설은것은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상대가 싫어지는 자신이 아닐까.

살아서 단 한 순간이라도 이 사람을 증오해야할 순간이 있을것이라고 언제 상상이라도 했었을까.

나없이 한번 살면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실감해봐 라는 저주 같은건가.

 

 

이 두사람의 욕망은 확실한 불일치다.

여자는 여전히 요리로만 소통하려하고 

남자는 이미 음식으로 그녀를 이해하는 방법을 까먹었다.

정인의 얼굴에서 영화 <삼공일 삼공이>의 방은진이 보인다.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남겨진 여자.

설거지는 항상 자기만 하는것 같고 그걸 누구한테 떠넘기기엔 명분이 없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 집에 볕도 잘들겠다 뭔가 자기를 위한 삶을 살 여력도 되는데 더이상  불평하지 말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일하고 남편 뒷바라지하고 그 후에 여자들이 느끼는 공허감.

가장으로써 항상 일만하고 나중에 뒤돌아서서 내 인생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남편이 느끼는 공허감.

인간 자체가 그 공허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것이니,

아이만 키우다가 자신을 잃었다느니

아이라도 없으면 삶은 무의미하다느니  

아무튼 이런식으로 본질을 피해가려 하지 말자.

 

 

감히 단 한번도 존재해본적 없는 캐릭터라고 해도 좋을만한 류승룡 캐릭터.

왜냐하면 이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때문이다.

이것은 정말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로망일뿐이고 누군가의 뮤즈일뿐이다.

 뮤즈는 매력적이다. 왠지 다 주고 나면 새로운 인생을 선물받을것 같은 환상을 준다. 

하지만 사랑에는 빠지지 말자.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2.12.05 05:39

 

 

<양과자점 코안도르>

 

<호노카아 보이>를 보고나서 일부러 이 영화를 찾아보았다.

아오이 유우의 생김새는 그냥 예쁘거나 청순하다는 단어로 설명해버리기에는 좀 그렇고 뭐랄까. 그냥 너무 궁금한 얼굴이랄까. 

마치 솜방망이로 달걀흰자를 고르게 발라놓은듯한 맨질맨질한 그녀의 얼굴은 

 그냥 계속 쳐다보면서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이 배우는 몇살이지? 과연 제대로 예쁘게 늙어갈 수 있을까?

부정적인 의미로든 긍정적인 의미로든 과연 어른이 될 수 있기는 한 배우인지 모르겠다.

 

뜬금없이 <주노명 베이커리>란 영화는 어떤 영화였을지 급 궁금해진다.

생각해보니 많은 영화들을 특별한 이유없이 무시하고 흘려보낸것 같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눈이라도 즐거울 수 있겠다 싶어 기대했는데 의외의 잔 재미도  없었다.

등장인물 캐릭터도 너무 정형화되어있고

대충 써놓은 시나리오에 여자 배우만 어렵게 캐스팅해놓고 후다닥 찍은 영화랄까.

시작은 번지르하게 했고 재밌어질 계기도 있었는데 굉장히 급하게 끝나버린다.

 

 

파티쉐의 꿈을 안고 시골에서 상경한 나츠메

(정확하게 말하면 먼저 상경한 남자친구를 찾을 목적이다)

남자친구가 취직해 있는 코안도르라는 제과점에 찾아오는데

있어야 할 남자친구는 없고 오갈데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 에라 모르겠다 사장한테 우겨서 취직을 한다.

카리스마라고는 없는 이 제과점 사장은 빵 만드는 장면보다는 계산기 두드리는 장면이 훨씬 많다.

<파스타>의 이성민같은 캐릭터가 이선균의 탈을 쓰고 연기하는 식이다.

<심야식당>의 주인아저씨도 이 아주머니만큼 이해타산적이진 않았는데.

뭐 최고의 파티쉐라고해서 항상 깐깐하고 완벽주의자일 필요는 없으나 아무리 그래도 사장님은 너무 생활집착형 캐릭터.

팔이 부러져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황당하게 두달동안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어명을 내린다.

자기가 일을 안하면 빵맛이 바뀌어서 나중에 손님이 끊긴다나.

 

 

이렇게 잠자리도 바로 제공되고 커피도 마음대로 내려마실 수 있는 향긋한 빵집에 바로 취직이 되다니

초절정스피드 만화영화급 전개다.

사장님은 여전히 장부 정리중.

 

 

쿠키틀에 버터를 바르지 않아 떨어지지 않는 쿠키들.

우유에 담궈서 부셔서 먹으면 너무 맛있겠다.

그나마 이런 장면들이 아기자기하게 현실성있다.

 

 

코안도르의 뒤뜰인데 연희동의 제니스라는 카페와 분위기가 너무 비슷하다.

 

 

그래 차라리 이런 장면이라도 많았으면 보는 재미라도 있었을텐데.

 

 

저 빗자루는 탐난다.

왠지 그냥 걸려있기만 해야할것 같은 빗자루.

케잌 포장하는 자리에 빗자루는 왜 걸어놓은거냐

 

 

코안도르의 케잌 한조각을 먹어보고는 자신의 실력이 턱없이 부족함을 깨닫고

역시나 다음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마당부터 쓸기 시작하는 나츠메.

고생고생해서 회심의 케잌을 만들어왔는데 없어지는 식재료 탓이나 하는 투자에 인색한 사장님.

현빈닮은 전설의 파티쉐도 싫고

아무튼 난 이 영화 별로.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