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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London 2_Soho, Brewer street




얼마전 폴 레이먼드의 전기 영화 <Look of love> 를 보고 런던 여행때 반나절 동안 어슬렁거렸던 소호가 떠올랐다. 여행 당시에는 그저 포르노 잡지를 취급하는 서점들과 스트립 클럽 몇개가 들어선 뭐랄까 그냥 그 특유의 영혼도 자존감도 없는 시든 야채 같은 장소라는 인상을 받았다. 런던시가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만큼 이 소호라는 구역 자체를 귀하게 여기지도 자부하지도 않는것 같았다. 낮이라 그런지 몹시 한산했던 그 거리를 뚫고 중고 음반 가게를 발견해서는 영화 <Fountain>의 사운드트랙과 오아시스의 콘서트 디비디를 샀더랬다. 그래서 나에게 소호는 오히려 그 가게 지하 깊숙한곳에서 스믈스믈 흘러나오던 오래된 먼지 냄새를 떠올리게 한다. 런던 최초의 스트립 클럽을 열고 최초의 포르노 잡지를 발간하며 부를 축적해 소호 구역에 수십개의 상점을 지닌 부동산 큰 손이기도 했던 King of Soho, 폴 레이먼드. 아끼던 딸이 약물 과용으로 죽고 남겨진 손녀와 함께 자신의 건물들로 가득한 소호 구역을 거닐다 조그만 초콜릿 가게에 들어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가 상상하는것 이상으로 많은것을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이 가진것에도 가지지 못한것에도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것처럼 보인다. 많이 가지지 않았기에 내것과 내것이 아닌것에 최대한의 의미를 부여하는데 익숙한 보통사람들의 인생과 그들의 인생이 다를 수 밖에. '저이는 모든것을 가졌지만 알고보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보다 불행한 인생을 살고있어'라는 말은 뭔가를 가지고 말고를 행복의 척도로 삼는 사람들의 자조적 위안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자신에게 허용된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동물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모하고 있을뿐이다. 흑백으로 바꿔 본 그날의 사진 한 장. 오른쪽의 ond 라고 잘려진 간판은 혹시 레이먼드와 관련된 뭔가 였을까? 두 건물을 잇고있는 시멘트 벽속 텅빈 방이 왠지 딸의 죽음 이후 칩거에 들어갔다는 폴 레이먼드의 말년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아, 어쩌면 우리가 밤의 소호를 방문하지 않았기때문에 그날의 소호는 그저 그렇게 퍽퍽해 보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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