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나고 따뜻한 날이 많았던 지난주와 달리 이번주 내내 비가 내리고 날이 어둡다. 춥다기 보다는 차가운 날씨. 쌀쌀하다기 보다는 쓸쓸한 날씨. 촉촉하다기 보다는 축축한 날씨. 그런 날이 되면 늘 생각나는 동네 빵집에 오늘 근 몇달만에 커피를 마시러 들렀다. 이 빵집은 일전에 남편이 에클레르를 샀던 빵집인데 그 날 지갑속에서 생소한 유로 동전을 발견하는 바람에 두개 사려던 에클레르를 하나만 샀던 적이 있다.<핀란드 1유로 동전 이야기 읽으러 가기> 오늘 계산을 하고 손에 쥐어 진 잔돈을 보니 운좋게도 처음 보는 2유로 짜리 동전이었다. 왠지 이 빵집에 오면 다른 나라의 유로 동전 볼일이 자주 생길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가까우니 관광객들이 자주 드나들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유로 동전을 발견하면 어떤 나라의 동전일까 짐작해보는 재미가 있다. 나는 이것이 프랑스 동전일것이라 짐작했다. 프랑스 혁명과 관련된 어떤 인물이 아닐까. 주조연도 위에 적혀진 것이 알파벳 FR 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프랑스를 뜻하는것일거라 생각했던것.
그런데 이 동전 속의 인물은 생각지도 못했던 <신곡>의 작가 단테 였다. 이탈리아의 동전이었던것. 내가 FR 로 읽었던 알파벳은 Italian Republic 의 약자였던 IR 이었다. 게다가 유로가 통용되기 시작한 2002년동 주조된 동전. 단테가 너무 옛날사람처럼 느껴져 어떻게 그의 모습이 형상화 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는 그 보다 더 아득한 옛날 사람인 예수의 모습도 알고 있구나. 이것은 라파엘이 그린 <Disputation of the Holy Sacrament> 속의 단테의 모습을 새긴것이다.
작년 단테 탄생 75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 주화도 만들어졌단다. (이런 부분은 참 부럽다. 역사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려는 노력. 우리나라도 역사 교과서 왜곡을 비롯해서 일본 관련된 문제가 많은데 좀 더 일상적인 수단들을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역사 의식을 고취하는 방법을 생각하면 좋을텐데.) 아래가 현재 통용되고 있는 라파엘이 그린 단테의 모습이고 위의 기념 주화 속의 단테는 피렌체 태생의 이탈리아 화가 Domenico Di Michelino 이 그린 프레스코화의 일부인데 피렌체 두오모 내부의 서쪽벽에 그려져 있다고. 피렌체 두오모는 내가 본 중에 가장 멋진 교회인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걸 몰랐으니 그 두오모의 400개가 넘는 돌계단을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서도 단테가 그려진 프레스코화 못알아보고 왔구나. '이렇게 높은데 저 그림을 어떻게 그렸을까' 혀만 내두르다 내려오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지금 여행 때 본 론니 플래닛 투스카니 편을 부랴부랴 펼쳐보니 두오모 인테리어 설명에 이 작품에 대해 분명히 언급되어있다. 반성해야겠다.
이것이 기념 주화의 단테가 그려진 프레스코화의 전체 모습. 그림 속에 단테가 지옥의 입구 옆에 서서 그가 쓴 <신곡>을 들고 있다. '자 지금부터 저와 함께 여행 할 준비 되셨나요' 라고 말하고 있는 듯함. 그의 오른쪽 뒤로 피렌체 두오모가 보이고 가운데의 바벨탑처럼 생긴것은 지옥 다음 목적지인 연옥 그리고 이 모두를 둘러 싸고 있는것이 천국이다. 단테의 <신곡>은 세계사 시간에 짧게 배웠을 뿐 작품을 읽어보진 못했다. 데이빗 핀처의 <세븐>의 줄거리가 신곡을 모티브로 했다는것만 알고 있음. 작품을 읽었더라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을 그림이지만 피렌체의 두오모를 알아본것만으로 만족하고 나중에 피렌체에 가면 꼭 다시 보러 가야겠다.
이 그림이 바로 오늘 빵집에서 거슬러 받은 2유로속의 단테가 태어난 그림이다. 오랜만에 '월리를 찾아라' 게임을 해보자. 월리인지 윌리인지 매번 헷갈렸던 단벌 신사 월리. 단테는 어디 계실까. 맨 위에 후광을 업고 앉아 계시는 분은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세례자 요한. 그리스도 위는 성부. 그리스도 발 아래는 성령 그리고 그 주변에 아기천사들이 사복음서를 들고 있음. 그리고 그 옆으로 아담과 야곱 모세와 같은 성경속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성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아래의 제단 주위에는 4명의 교회학자들이 왼쪽과 오른쪽에 나뉘어서 앉아있다. 왼쪽으로는 그레고리오 교황 1세 , 성직자 제로니모, 보통 돌로 가슴을 치고 있거나 펜으로 뭔가를 적는 모습으로 묘사 된다고 하니 빨간 가운을 입고 잇는 사람인듯. 제단의 오른편으로 앉아 있는 사람이 주교 아우구스티누스와 암브로시우스.(아마 하얀 모자를 쓴 사람 둘) 그리고 그 오른쪽 옆으로 교황 율리우스 2세, 교황 식스투스 4세, 종교개혁자 사보나롤라, (빨간색 옷입고 비행접시 같은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인가.) 그리고 단테가 줄지어 서있다. 그림 오른쪽에 선명하게 황금 가운을 두르고 서있는 사람이 교황 식스투스 4세. 그리고 교황 식스투스 옆에서 빨간 옷을 입고 머리에 월계관(시인으로써의 그의 위대함을 상징한다고 함) 을 쓰고 있는 사람이 단테. 그림 왼쪽 구석에서 책을 읽으며 비스듬히 서있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 라파엘의 멘토이자 르네상스 건축가인 브라만테이다. 위키피디아에 있는 그림 설명을 참조했는데 (https://en.wikipedia.org/wiki/Disputation_of_the_Holy_Sacrament ) 읽다보니 신학도 참 재밌는 학문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 각각의 교황들이며 성직자들이 어떤 업적을 남겼고 어떻게 연결되어있는것인지 알면 이해가 더 쉽겠지만 그것을 다 읽고 있다간 수십개의 새탭속에 익사할지도 모르겠다. 르네상스 화가들이 그린 작품들을 분석하다보면 성경속 인물들이 보통 어떻게 묘사되는지도 알 수 있을것 같다. 잘모르니 짐작만 하게 된다.
확대를 한 그림. 교황 식스투스 4세와 단테 옆으로 파란색 가운을 걸친 사람도 자세하게 묘사가 되어있는데 누구일까. 교황을 쿡쿡 찌르고 있는 모습.
자 가까이에서 보는 단테의 모습이다. 베아트리체를 사랑한 단테의 이야기는 유명한데 그 둘이 맺어지지는 못했다. 단테는 어려서 다른 여자와 약혼했고 베아트리체도 정혼자가 있었던것, 어려서 약혼을 한 단테는 베아트리체가 죽고 나서야 약혼자와 결혼했는데 그가 열정적으로 사랑한 베아트리체는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신곡에서 단테를 지옥에서 천국으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것도 베아트리체. 위키피디아에 [신곡] 관련 한글 설명이 있어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https://ko.wikipedia.org/wiki/%EC%8B%A0%EA%B3%A1) 여행자 단테가 로마의 국가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쓴 베르길리우스에 의해 저승으로 안내되고 베아트리체에 의해서 천국에 다다르는 내용. 분노, 식욕, 탐욕, 색욕, 폭력, 반역, 사기,이단과 같은 죄들이 역피라미드 구조로 이루어진 지옥(Inferno) 이 있고 그 지옥의 가장 아래에 악마중의 악마인 루시퍼가 머물고 있다. 지옥을 빠져 나온 다음 단테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도착하는곳은 죄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용서를 받고 정화될 기회를 얻는 피라미드 형태의 연옥(Pugatory) 이다. 한마디로 새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천국에 가기위헤 수양을 하는 곳. 지옥에서와 연옥에서의 죄는 반복되지만 영화 <세븐>에서 언급된 7가지 죄들은 연옥에서 정화될 수 있는 죄이다. 천국에 가기전에는 지상에서의 죄를 잊고 선행의 기억을 얻기 위해 단테는 레테의 강과 에우노 강에 몸을 적신다. 그리고 베아트리체가 나타나고 그를 천국으로 인도한다. 이 신곡이라는 책도 재밌어보이긴 하는데..이탈리아가 단테 기념 주화를 또 만들면 그 기념으로 읽어 보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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