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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시베리안 transsiberian> 브래드 앤더슨 (2008) 나는 겨울이 좋아 추운나라를 동경했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겨울이 전부일것만같은 그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관문이었다. 달리는 열차 속 그 폐쇄된 공간 속에서 나는 내가 여행자로서 누려야 할 특권에 대해서 생각했다. 달려도 달려도 끝나지 않을것 같은 긴 여정속에서 내려야 할 순간을 떠올리며 여행의 목적을 되묻는것이 과연 의미있는것일까. 길을 잃지 않는것만으로도 이 여행은 충분히 가치있는것이 아닐까. 우리의 미래란것은 도착이라는 이름으로 새겨진 기차표속의 낯선 문자에 불과할 뿐 닫혀진 공간속에서의 나의 기록과 기억들은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사라져버릴 환영같았다.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주일여의 시간을 들여 부지런히 달리면 9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러시아 대륙을 가로지를 수 있다. 누군가 블라디보스톡이나 베이..
<내 아내의 모든것> 민규동 (2012) 꼭 요리를 주제로 한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런 영화는 왠지 음식영화라는 장르로 분류해두고 싶다. 음식 셋팅에서부터 식기며 요리도구, 부엌 인테리어까지 구석구석 신경써서 촬영한게 티나는 그런 영화들말이다. 음식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자세는 또 얼마나 야무지고 아기자기한지. 너무 금새스쳐지나가서 몇번이고 정지시켜놓고 천천히 살펴보고 싶었던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요리장면이나 식사장면이 더 많았더라면 좋았겠다.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걸까.깡마른 몸에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정인은 그래도 요리를 할때만큼은 행복해보인다. 그렇게 완벽을 추구하고 까다로운 그이기에 그가 만드는 음식도 상대적으로 맛있어 보였던것은 아닐까. 하지만 정인의 인생은 매우 권태롭고 위태로워 보인다. 함께사는 삶의 내용은 변..
<양과자점 코안도르> 후카가와 요시히로 (2011) 를 보고나서 일부러 이 영화를 찾아보았다. 아오이 유우의 생김새는 그냥 예쁘거나 청순하다는 단어로 설명해버리기에는 좀 그렇고 뭐랄까. 그냥 너무 궁금한 얼굴이랄까. 마치 솜방망이로 달걀흰자를 고르게 발라놓은듯한 맨질맨질한 그녀의 얼굴은 그냥 계속 쳐다보면서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이 배우는 몇살이지? 과연 제대로 예쁘게 늙어갈 수 있을까? 부정적인 의미로든 긍정적인 의미로든 과연 어른이 될 수 있기는 한 배우인지 모르겠다. 뜬금없이 란 영화는 어떤 영화였을지 급 궁금해진다. 생각해보니 많은 영화들을 특별한 이유없이 무시하고 흘려보낸것 같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눈이라도 즐거울 수 있겠다 싶어 기대했는데 의외의 잔 재미도 없었다. 등장인물 캐릭터도 너무 정형화되어있고 대충 써놓은 시나리오에 여자 ..
<호노카아 보이> 사나다 아츠시 (2009) 속의 정지된 마을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눈에 무뎌진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첫눈은 항상 누구에게나 상징적인가보다. '오늘 첫눈이 내렸다'라는 평서문을 머릿속에 담고 시작하는 하루. 반쪽짜리 식빵 네 조각을 펴놓고 땅콩잼 한층 딸기잼 한층 땅콩잼 한층을 발라 우유와 먹었다. 여기엔 내가 좋아하는 땅콩잼과 포도잼이 세로로 길게 섞인 그 스트라이프 잼이 없다. 사실 작년에 한국에 갔을때 그 잼을 사오려했지만 막상 서울에서 한번 먹고나니 너무 시시해보였다. 내가 그 잼을 리투아니아까지 배달해 왔을때 느낄 만족감이 그리 가치있어 보이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그 별것아닌 만족감을 충족시키는것은 어떻게 보면 그 물건을 과대평가하는것은 아닐까. 태어난곳에서 떠나와 다른 세상에 정착해서 살아간다는것. 철저한 계획에 의한 이민으..
<시> 이창동 (2010) 시간도 많은데 라는 제목을 턱하니 써놓고 눈을 감고 추억에 잠겨본다. 마지막 연합고사를 본 세대로써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입학은 대학 입학만큼이나 중요했던 이벤트였나보다. '38년간'이라는 별로 유용해 보이지 않는 수험서를 남들 다 사니깐 나도 샀고 그래도 남들 다가는 고등학교인데 나도 별 문제없이 가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마음놓고 아무것도 안할만큼 최상위 성적도 아니었으니깐 어느정도의 긴장도 필요했다. 그 당시 명색이 수험생이었던 우리를 흥분시키고 만족시켰던것이라면 비디오 골라보기,피씨통신에서 영화퀴즈풀기따위였던것 같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아무리 회상해보아도 피씨통신 대화방만큼의 기술적인 혁신과 신선함은 경험해보지 못한것 같다. 그렇게 밤새도록 영화퀴즈방에서 영화퀴즈를 내고 풀고 마음에 맞는..
밤과 낮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얼마전에 보다 만 홍상수의 이 떠오른다. 집이 도로옆이라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확실히 소음이 심하다. 그래도 난 시끄러운 도시속에서 느끼는 상대적인 고요함이 시골의 적막함보다는 좋다. 게다가 빌니우스같은곳에 살다보면 심지어 이곳이 시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집앞의 호텔은 성업중이다. 덕분에 거리에 생기가 도는것같다. 침실이 서향인데 가끔 오전에도 호텔 창문에 햇빛이 반사되어 들어온다. 가끔 아주 조용할때는 신호등의 신호음도 들려온다. 그나저나 을 어디서 찾아서 끝내야 할텐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작년에 오랜만에 한국에 갔을때 아는이들의 집을 방문할때 마다 책 한두권씩을 빌려오곤 했다. 빌려온 정성이있으니 끝까지 읽을것 같았고 돌려줘야하니 그 핑계로 한번 더 만나겠구나 싶어서. 그때 읽은 몇권의 책 중에 김영하의 '퀴즈 쇼'라는 소설이 있었다. 작가 스스로 얘기한것처럼 한창 피씨통신이 유행하던 90년대 후반을 살아 간 작가 또래 세대를 위한 소설이었다. 나는 386세대도 아니고 작가의 또래도 아니지만 나도 분명 그 시대를 살았고 소설의 내용도 무척이나 공감이 됐다. 유니텔이나 천리안같은 피씨통신이 유행하고 번개니 정모 정팅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뛰던 시절이었다 어쩌면 나의 청소년기는 386세대가 공유하고 공감하려했던 것들을 동경하며 마음속에서나마 어른이 되기를 희망했던 시기였는지도 모른다. 얼마전에..
20121030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게 벌써 두달 전 일이다. 심지어는 로그인을 하는데 애를 먹었다. 싸이월드에도 거의 3개월째 못들어가고 있다. 비밀번호를 잘못입력해서 차단이 됐는데 새 비밀번호 생성하는것도 정말 번거로운 일이다. 한두가지의 고정된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어도 때가되면 비밀번호 바꾸라는 재촉에 무시안하고 꾸역꾸역 바꾸다보면 나중에는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부터해서 다 꼬이기 시작한다. 아무튼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시피 비밀번호를 찾아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디를 찾아낸것이다. 두달이 휙 하고 지나갔다. 일이 많았고 집안일도 많았다. 집수리같은 집수리를 안한지도 이미 오래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일주일에 선반 하나 달고 옷장 한 칸 정리하고 뭐 이런식이다. 예전 집주인이 남기고간 오래된 가스 오븐을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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