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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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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03_Salomeja Neris Mokykla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메인스트릿중의 하나인 vokiečių gatvė. vokietis 는 독일인이라는 뜻이다. 멀리 성 코트리나 성당이 보이고 앞에서부터 빙 둘러싸고 있는것은 살로메야 네리스 중학교. 여름이 되면 학교 앞 뜰은 근처 레스토랑들의 노천카페로 이용된다. 일방통행이긴 하지만 차들이 저렇게 다니는데 서버들이 길 건너다니면서 주문받고 서빙하는걸 보면 가끔 아슬아슬하다. 구시가지내의 대부분의 거리가 일방통행이거나 자동차 진입이 아예 금지되어 있거나 그렇다. 그래서 아주 가까운곳도 이리저리 삥둘러서 돌아나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그래서 구시가지내에서는 스쿠터나 자전거 이용이 훨씬 편하다. 물론 날씨가 따뜻할때에만. 식당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할 때가 가끔 있는데 택시기사에게 인간 내비게이션이 되..
Vilnius 02_주말의 빌니우스 주중에는 잔뜩 흐리던 날씨가 금요일 오후부터 화창해진다. 토요일 하루 반짝 따뜻하다가 일요일부터 다시 어둑어둑 추워지는 요즘. 벌써 2주째 이런식이다. 지지난주 토요일에는 영상 12도까지 기온이 올라갔다. 정말 말 그대로 미친듯이 사람들이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작년보다 평균 5도정도 더 추웠던 겨울이었으니 모두들 갑자기 찾아온 봄을 맞이하고 싶었던거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갔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데 갑자기 해 조금 나고 날씨가 따뜻하다고 너도나도 작정하고 집밖으로 나오는것이 이상했다. 하루상간에 텅 빈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찬다고 생각해보라. 모두가 좀비로 느껴질 만큼 이상하다. 한해 두해 지나고 나니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갔다. 삼년 사년 지나고 나니 나도 본능적으로 집밖을 ..
<소울키친> fatih akin 2009 영화 속 부엌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인 이유는 뭘까. 주인공이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인테리어에 얼마나 많은 돈을 처발랐는지와는 상관없이, 형편없이 더럽고 좁고 구닥다리같은 부엌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등장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이해하고 영화에 빠져들기에 부엌만큼 적합한 장소가 없기때문인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볼때마다 부엌 모양새를 유독 집중해서 보게된다. 영화 의 광활하고 차가운 주방이 로버트 드니로를 우수에 젖은 도둑으로 미화했다면 (그가 무사히 은행을 털어 어딘가로 훌쩍 떠나길 바랬던 사람이 나만은 아닐거라는 가정하에), 의 주방은 최고였지만 딸들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던 홀아비의 주방이다. 남이라고 해도 상관없는 사람 넷이 마치 한가족처럼 모여 저녁 메뉴..
<수면의 과학> 미셸 공드리 2005 에서 샤를롯 갱스부르를 본 탓인지. 오래전에 보았던 이 영화가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았다. 멕시코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테판은,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프랑스로 상경한다. 스테판 역의 가엘 가르시엘 베르날은 나오는 영화마다 국적이 바뀌는데, 물론 그가 스페인어를 하는 이유때문이겠지만 독일어나 북유럽 언어를 한다고 해도 왠지 이상하지 않을것 같다. 키가 작아서 어떤 여자배우랑 연기를 해도 잘 어울리는 관계로 매번 나름 괜찮은 영화에 캐스팅된다. 음..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낸 아파트로 되돌아오는 스테판. 아파트 관리인 아줌마도, '누워서 불끄기 장치'가 작동되는 장난감 같은 침대를 봐도 어릴때랑 비교해도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어보이지만 아버지를 ..
Vilnius 01_빌니우스 걷기 재작년 말에 새해 선물로 받은 다이애나 미니. 두번째 필름을 현상한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바꿔말하면 1년 반 동안 고작 필름 두개를 썼다는 소리다. 매번 헛도는 필름때문에 깜깜한 욕실에서 필름을 다시 끼워넣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우연처럼 현상되어 나오는 이런 사진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한컷에 두장을 담는 기능으로 36장짜리 필름이면 72컷이 찍히는 논리인데 제대로된 72컷의 사진을 가지기위해선 아마 대여섯통의 필름을 더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번은 빛이 들어갔고 한번은 필름을 되감을때 리와인드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것을 깜박 잊는 바람에 이미 한번 돌아간 필름위에 한번을 더 찍었더랬다. 그런 경우에도 솔직히 노출 조절만 잘하면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지만 당연히 노출 조절에도 실패했다..
<천국보다낯선> 티비디너 짐 자무쉬 1984 짐 자무쉬의 을 처음 본 것은 1994년. 청계천에서 구입한 비디오를 돌리고 또 돌려보며 단조롭고 메마른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삶에 나름 동경을 느꼈더랬다. 아무것도 안하는 삶. 그래서 기대할 것 없고 가진것 없는 인생. 인생에서 '기대'란 단어는 어쩌면 심심풀이 도박에서나 어울리는 단어일지 모른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자에게 우연처럼 주어지는 행운. 그리고 그 행운에 얽매이지 않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더이상 생각나지 않는 어떤 농담들. 아무런 정답도 결과도 보여주지 않는 결말없는 농담 같은 인생. 이 영화를 본 이후로 그냥 저렇게 살아도 나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때말이다. 어찌보면 그 순간 나는 건설적이고 진취적인 좀 더 미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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