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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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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밀러의 The Colossus of Maroussi 지난번에 중고 상점에 들렀을때 여행 가방 속에 한가득 담겨져 있던 서적들. 혹시 유용한 책이 있을지 몰라 습관처럼 뒤적여 보지만 보통은 허탕을 치고 마는데 그날은 색다른 표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때까지만해도 저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책 표지가 눈에 들어왔던 것은 아마도 6번이 적혀있는 저 그리스 요리책 때문이었을거다. 딱 눈에 띄지만 역시나 파란색 하얀색을 섞은 디자인이다. 이것은 언젠가 구입한 Phaidon (어떻게 읽어야 할까. 페이동?) 출판사의 요리책 속에 끼워져 있던 출판사의 요리책 리스트였는데 이 출판사의 두툼하고 묵직하고 느릿한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아서 긴 시간을 가지고 한권씩 구입하면 참 좋겠다 싶어서 가지고 싶은 순위를 매겨서 보관하고 있었다. 6권의 책을 ..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라는 제목의 영화가 생각났다. 며칠 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과 달리 과감한 옷으로 갈아 입은 중고 옷가게의 마네킹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언젠가 운좋게 10유로를 주고 겨울 코트를 사며 소탈한 주인 아주머니를 알게 됐는데 이 아주머니가 드디어 공격적 마케팅에 눈을 뜨신걸까 생각하며 다른 진열창으로 눈이 옮겨 가던 참에 위풍당당하게 걸려있는 에펠탑을 보게 됐다. 설마 우연일까. 파리 테러 이전부터 걸려 있던것 같진 않은데 아줌마도 대세를 따라 정치적 입장 표명을 하신걸까. 파리 테러를 두고 전 세계가 병적으로 들썩이는 와중에 유럽의 변방으로서 서유럽 강대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은 리투아니아에도 파리 테러를 애도하는 분위기가 전반적이다. 하지만 뭐랄까 파리 테러를 대하는 세계의 자세는 나에겐 퍽이나 기..
병뚜껑 쉽게 따는 법 이라는 글의 제목을 정말 자주 본다. 근데 너무 어렵게 딴 다는 생각이 든다. 아님 내가 적으려는 이 방법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방법일 수도. 내가 살고있는 리투아니아는 겨울이 길기 때문에 여름철에 나오는 각종 베리나 과일들을 잼이나 쥬스로 만들어서 보관하고 숲속에서 채취한 버섯 같은것들을 비롯해서 각종 채소들도 피클로 만들거나 통조림화해서 겨울에 하나씩 꺼내 먹는 경우가 많다. 상점에서 파는 병에 담긴 식품 말고도 집에서 병조림을 만드는것이 일상이다. 그래서 소독한 병에 뜨겁게 조리되어 담겨 단단히 잠긴 병을 열어야 하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다. 딴 거 없다. 뚜껑 아래에 군데 군데 패여진 홈에 작은 숟가락을 넣어서 숟가락을 병쪽으로 누르며 뚜껑을 들듯 힘을 주면 뿅 소리가 나며 바람이 빠진다. 손으로..
20131025 의 모든 장면장면이 보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마스터피스를 꼽으라면 아마도 이 장면.에바가 'I put a spell on you'의 제이 호킨스 버전을 틀어놓고 갓 도착한 뉴욕의 거리를 걷는 장면이다.액정이 망가진 니콘 4500을 고집스럽게 삼각대위에 고정시키고 찍어서 가져온 비디오테이프 속 장면들은 그렇지 않아도 지독히 아날로그적인 이 영화를 내가 모르는 그 흑백의 시간속에 꽁꽁 묶어두지만크라이테리언 콜렉션 디브이디에서 추출해 이어 붙인 이 연속된 장면들을 보고 있으니마치 전설적 뮤지션의 리마스터링된 옛 명반을 들을때와 동일한 감정을 느낀다.시간이 생길때마다 이 영화의 모든 시퀀스를 이렇게 필름처럼 쭉 연결해봐야겠다. 화면속에서 결코 심하게 요동치지 않는 진열장 속 만화 피규어 같은 주인공들과..
나의 소울메이트, 에바그녀는 밤을 샌 모양이다.부다페스트에서 날아왔으니 시차적응이 아직 덜 된 것일수도.헝가리 부다페스트와 미국 뉴욕의 시차는 고작 6시간밖에 안되지만에바는 뉴욕으로 곧장 가는 직항이 아닌 최소 세번은 환승을 해야하는 값 싼 비행기 티켓을 살 수 밖에 없었던것일지도 모른다.에바는 비행기속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오랜시간 동안 날아와야 했을 그녀는 자신의 검은 코트를 짐 칸 깊숙히 집어넣고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제이 호킨스의 노래를 비행내내 흥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비행기에서 내려 노래하는 트랜지스터와 함께 걸어갈 뉴욕의 거리를 상상했을지도.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서 정해진 시간에 개운하게 깨어날 수 있는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이었던적은 한번도 없었다. 잠은 항상 내일을 위한 의무였고 ..
20130710 슬프고 우울할때 우리가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원하는것처럼 모든게 완벽하고 기쁘다고 생각할때 우리는 무의식중에 고독과 우울의 기분을 동경하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리멸렬이라는 단어는 뜨거운 여름에 퍽이나 어울리는 단어인데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얼음을 채우는 방법을 모르는 이곳 사람들을 생각하니 이곳의 여름은 지리멸렬하기에도 어려운 정말 여름답지 않은 여름같다는 생각이 든다.
4월의 빌니우스 하루하루 비슷하게 굴러가는 듯한 일상이지만 항상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굉장히 놀랍거나 전혀 새로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는것들 이지만 일주일이나 한 달 전에 내가 주로 어떤 생각들을 하고 지냈는지를 생각하고 그때 나름 예측하고 계획했던 현재와 실제로 진행되고있는 현재를 비교해보면 일주일 후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을 생각과 감상들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뭔가 정신없던 삼사월이었다. 새롭고도 갑작스럽게 형성된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형태의 인간 관계와 예절과 법칙들. 잠시 내버려 둔 이곳엔 이상한 광고글 들이 잡초처럼 자라나 있고 말이다. 요즘의 광고성 댓글은 심지어 서정적이기까지 하던데 지우지 말고 남겨둘까 하다가 자꾸 까먹고 다시 읽게 되어서 시간을 내서 다 지워버렸다. 집 근처에 식당용 그릇..
디아블로 3 이 사진이 의미하는바를 유저의 입장에서 가슴으로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2012년이 가기전에 레벨 50을 달성하겠다는 남편의 포부는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지 오래이다. 이건 뭐냐 그러니깐 남편의 취미에 대한 오마쥬이자 상생과 협력으로 풍성한 2013년을 맞이하기위한 마인드 컨트롤이랄까. 줄리아 차일드의 남편은 요리 좋아하는 아내덕에 아내도 기억못하는 요리 용어를 인지할정도의 요리지식을 터득하게되지만 나는 그냥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으로 게임얘기를 풀어놓는 남편의 얘기를 경청하는것으로 소임을 다하려 한다. 반년 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인생이다. 나이가 들어서의 우리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훌륭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의 세계관과 우리의 방식대로 살아가는것이 최선이라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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