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르웨이여행

(2)
베르겐의 스테레오랩 어디로든 여행을 갈때마다 나와 함께 여행했던 밴드 스테레오랩. 이집트 여행때쯤이었나? 멤버 한명이 교통사고로 죽는 일이 있어서 조금 더 멜랑꼴리해졌던 기억이.  추억에 빠져들고 그것에서 헤어나오는데 걸리는 속도를 안다면 그들의 음악을 들을때에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한다.하나의 음반이 마치 하나의 긴 노래와 같으며 여간해서는 곡명을 기억하기 힘들다. 기승전결이 불분명하지만 축축 늘어지지 않고 지나치게 음울하지 않으며 밝고 경쾌하고 귀엽기까지한 나만의 슈게이징. 계산 불가능한 사운드는 퀼트처럼 얽히고 섥혀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하나의 선명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는 힘들다. 군데군데가 면도칼로 밀린 내 머리에 수많은 플러그가 반창고로 붙여져 있고  그 선이 연결된 기계의 스크린속으로 내 기억들이 줄줄이 입력된..
베르겐의 뭉크 떠나기 두 달 전부터 설정해 놓은 베르겐의 일기예보를 여행에서 돌아 온 지금도 여전히 확인하게 된다. 새로운 목적지가 생기면 그때 삭제할 수 있을것 같다. 한번은 일주일 내내 해가 쨍쨍 맑음이 표시되길래  베르겐에서 신세졌던 친구에게 '일주일 내내 날씨가 이렇게 좋다는데 그게 진짜야?' 라는 문자를 보냈다. 마치 토네이도 주의보라도 내려진 베르겐의 친구들이 염려스럽다는 듯, 믿기 힘든 날씨라는 듯 말이다. 친구도 금방 답문을 보내왔다. 정말 흔하지 않은 날씨라며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4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베르겐의 일반적인 기후를 간파하는데는 충분했다. 지속적인 강우로 항상 축축한 땅, 건너편 산 정상을 뿌옇게 감싼 안개, 수평선 위에 간신히 걸쳐진 구름.  숲은 각양각색의 초록으로 우거져 어두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