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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니우스 구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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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103 7월 날씨가 좋지 않아 실제 열기구가 거의 안 떴어서 여름 하늘이 평온했는데 곱고 가벼운 한지 빛깔에 뭔가 양초를 피워서 날려 보내고픈 느낌을 주며 좁은 거리에 사뿐히 내려 앉은 열기구들.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바구니에 타고 있는 인형들과 눈이 마주치자 좀 오싹했다. 정말 착지 중인 것도 같다. 광고 문구로 가득한 열기구들만 보다가 알롤달록한 색상의 이들을 보고 있자니 구시가에서도 단연 오밀조밀한 이 거리가 상대적으로 더 아늑해 보인다. 가끔 들어서곤 했던 카페는 이름을 바꿨고 작은 동상들을 숨기고 있던 마당들은 더이상 비밀 장소이길 거부하고 문 앞에 동상 팻말을 걸어놓았다.
Vilnius 95_모든 성자들의 성당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돌려 위를 보았을때 마주치는 풍경. 이 나무들 밑으로 여러번 비를 피했었는데 우르르쾅쾅 비가 올 조짐을 보였지만 큰 바람이 불고도 어제는 비가 오지 않았다. 따뜻한 기온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올해의 첫 수박을 먹었다. 성당 안의 공기가 가장 차갑고 청명하게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놀이터 모래 상자 속에서 모래 바람이 불어 온다. 누군가에게는 맨발 시즌이다.
Vilnius 74_처음처럼 마지막 Vilnius_2018지난 겨울. 친구가 빌니우스를 떠나기 전 선물해준 물병의 마지막 모습. 물을 졸졸 흘리는 와중에 여전히 열심히 벌서고 있는 아틀라스와 기념 촬영.
Vilnius 67_어떤 건물 2 Vilnius_2018 리투아니아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기능도 외양도 각기 다른 이 세개의 건축물을 앙상블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나는 줄곧 이들을 대학 앙상블이라고 부른다. 매번 이 위치에 서서 이들을 보고 있자면 결국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 위에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놓여져서 고통과 영화를 주고 받았던 이웃일 뿐이라 생각하게 된다. 가장 오른편에 있는 대통령 궁은 뻬쩨르의 겨울 궁전을 복원한 러시아 건축가 바실리 스타소프의 작품이다. 빌니우스에 발을 들여 본 적 없는 건축가는 뻬쩨르의 어디쯤에서 실제 건축 부지 보다 큰 건물을 설계 했고 결국 건물은 건너편 빌니우스 대학 담벼락을 허물고 거리를 좁히면서 설계도 그대로 지어졌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아마 이 위치에서 대학 도서관 건물 끄트머리에 놓..
Vilnius 66_어떤 건물 Vilnius_2018 겨울 햇살이 따가운 추위를 뚫고 거리 거리 차올랐던 날, 고요했던 건물들의 마당 구석구석 햇살에 녹아 내리는 물방울 소리가 가득했다. 돌아오는 봄은 다음 겨울을 위해 더 할 나위 없이 응축된 짧은 정거장, 의도한 만큼 마음껏 바닥으로 내달음질 칠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감정, 아름다운 곳들은 늘상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누비고 싶다. 구시가지 곳곳에 바로크식 성당들이 즐비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나의 성당에서도 두세개의 건축 양식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빌니우스이다. 화재로 불타 버린 목조 건물 터에 벽돌을 쌓고 전쟁, 전염병으로 그마저도 파괴되고나면 남은 벽돌 위에 다시 돌을 얹고 바르고 칠하고 새기며 어떤 시간들은 흘러갔고 그만큼 흘러 온 역사를 또 복개하고 걷어내면서 옛 흔적을..
Vilnius 63_소년 날씨가 추워져서 놀이터에 조차 인기척이 없다. 어린이용 놀이기구 근처에 설치된 운동 기구들에서 담배를 물고 장난치는 다 자란 청소년들이 간혹 보인다. 내리고 녹는 눈으로 축축해진 모래상자의 모래들은 몽글몽글해진 흑설탕처럼 장난감 채로도 좀체 잘 걸러지지 않고 한여름의 무성함으로 그늘을 만들어 내던 나무들은 휴가를 떠났다. 구름은 그들의 사나운 발톱 위로 무서운줄도 모르고 내려 앉는다. 적적하고 을씨년하고 쾡한 느낌이 흥건한 놀이터에서 30분이 넘게 한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그네를 타던 소년. 왼발에 깁스를 했는지 투명 비닐봉지로 발을 감은채 너무나 동감할 수 있을 것 같은 표정으로 끊임없이 그네를 움직였다. 땅이 얼고 미끄러워지기 전에 깁스를 풀게 되기를. 그 순간 헝가리에서 만났던 또 다른 소년이 머..
Vilnius 62_여인 이곳에 오면 늘 그녀가 '오느라 수고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Vilnius 50_남겨두기 Savičiaus 거리. 타운홀을 앞에두고 걷다보면 분수대 근처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이 있다. 이 거리에는 빌니우스가 사랑하는 오래된 두 식당, 발자크와 블루시네가 있고 (http://ashland.tistory.com/222) 구시가지에서 가장 허름하고 음산한 버려진 느낌의 교회 하나가 거리의 끝무렵에 자리잡고 있다. 타운홀 광장을 중심으로 이 거리와 대칭을 이루는 지점에서 뻗어나가는 꼬불꼬불한 Stiklų 거리가 관광지 냄새를 물씬 풍기며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빌니우스의 거리라면 이곳은 구시가지 곳곳을 익숙한 발걸음으로 걷던 현지인들에게도 일부러라도 한번 찾아가서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숨은 보석같은 거리이다. 특별히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거나 그런것은 아니지만 이 거리에 들어서면 왠지 조용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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