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단호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02.28 Born to Be Blue (2015)
  2. 2017.03.04 Maggie's plan_ Rebecca Miller_2015 (2)
Film2020. 2. 28. 21:16

 

 

 

5분가량으로 짧게 편집된 오스카 시상식 하이라이트를 보았다. 예전만큼 패기 있게 내려가진 않았지만 여전히 반쯤 내려간 바지를 입은 에미넴이 거짓말처럼 스쳐 지나간다. 눈 앞의 오스카는 페이드 아웃되고 공연 전체 영상을 보며 이제는 세상에 없는 브리트니 머피와 함께 한 그의 영화 8마일을 추억하기 시작했다. 나름 베스트 음악상 수상자인 에미넴이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사람들 앞에 선 그의 공손한 공연을 그마저도 거의 졸면서 보고 있는 마틴 스콜세지와 열심히 그루브를 타는 갤 가돗 사이의 세대적 괴리만큼이나 18년 전의 그와 지금의 그 사이의 거리는 8000마일쯤은 되어 보였다.

힙합팬이 아니어도 가슴이 뜨거워졌던 영화, 흑인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는 힙합씬에 혜성처럼 나타난 말끔한 백인 아이. 오스카 시상식은 언제나 역시 잘 짜인 각본처럼 타인종과 타문화에 배타적으로만 보이는 우리 백인이지만 우리도 어떤 분야에서는 차별과 편견을 딛고 일어선다는 뒤끝 있는 메시지를 에미넴을 통해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퍼튜니티를 외치는 에미넴의 위로 느닷없이 겹쳐지는 것은 에단 호크가 연기했던 쳇 베이커의 전기 영화 Born to be blue 였다.

날고 기는 흑인 재즈 뮤지션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했던 백인 연주자. 그는 찰리 파커에게 선택되었고 전설적인 마일스 데이비스와 경쟁할 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음과 동시에 그들을 능가하고자 하는 마치 금기시된 욕망 같은 것도 가지고 있었다. 그 피 말리는 연주 인생을 맨 정신으로 살 수 없었는지 그는 트럼펫에 대한 열정만큼의 노력을 헤로인 복용에 쏟아부었던 대책 없는 약물 중독자이기도 했다. 사생활은 엉망이었다. 얻어맞아서 앞니가 전부 나가버린 상황에서도 말 그대로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광기로 핏물을 뱉어가며 트럼펫을 불었던 서부 재즈의 대명사.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그것'의 존재와 가치와 환희를 이미 알아버린 사람들이 늘 그랬듯이 그는 자신과 연관된 모든 것을 상처 내며 그의 삶을 살아낸다. 그리고 그의 음악과 그것을 연주하는 그는 결국 남았다.

 

재즈와 블루스 하면 흑인들의 정서가 깊게 서린 음악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끝 모르고 이어지는 즉흥 연주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오히려 그 슬픔에서 해탈한 기쁨의 정서를 전달받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한다. 그런데 쳇 베이커의 연주와 노래는 방구석에 처박힌 한창 예민한 시기의 사춘기 학생이 읊조리는 멜로디처럼 대책 없이 슬프고 나른하다.마치 흑인들이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재즈 부심을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어떤 백인의 한이 주체할 수 없는 우울로 변이 된 느낌마저 준다. 

도무지 많은 것이 필요치 않은 인생을 사는 사람. 한 가지만 미친 듯이 할 수 있도록 놔두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어떤 일이 있어도 해내야 한다는 일종의 부름을 받은 사람들의 인생은 알다시피 평탄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힘겨운 건 그런 그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인생에 함께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의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그것을 실현시키는데 치러야 하는 대가에서 대부분의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당장 가질 수 있는 것들에 보다 길들여져 있고 그런 눈에 보이는 것들에 강박적으로 사로잡힌 삶에서 예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배고픔을 감수하고 뭔가에 올인하려는 순간에는 과연 이 재능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 자신도 음악을 좋아했고 재능이 있었지만 대공황에 맞서서 가족을 부양하기위해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일들을 전전했던 쳇 베이커의 아버지. 아버지를 통해 음악을 배운 쳇 베이커는 그 누구보다 늘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했지만 어쩌면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이뤄낸 예술가 아들에 대한 질투심이 컸는지 아버지는 아들에게 늘 냉랭했다. 모두가 들어서 아는 위대한 음악을 남기진 못했지만 약에 취해 사는 아들과 달리 가정을 지켜냈다는 사실 하나로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을 위로한다. 그것이 자조인지 자부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늘 던지는 질문이다. 어떤 인생이 행복한 인생일까. 어떻게 살아야 잘 산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줄곧 살아가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데 사용하는 그 가치들은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가치일까? 

어떤 역도 독자적인 해석으로 소화해내는 배우 에단 호크. 은근한 다작 배우인데 90년대부터 2000년대를 지나온 그 또래의 배우들 사이에서 아마도 거품이 가장 적은 배우. 그의 모든 영화가 볼 만하다는 것은 그가 대단한 연기파 배우여서라기보다는 작품 선택에 많은 공을 들이기 때문 같다.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Men and chicken (2015)  (0) 2020.03.14
Uncut Gems (2019)  (0) 2020.03.13
The Lighthouse (2019)  (0) 2020.03.12
Born to Be Blue (2015)  (0) 2020.02.28
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 (2019)  (0) 2020.02.09
Taxi driver (1976)  (0) 2020.02.06
1917 (2019)  (0) 2020.02.03
About a boy (2002)  (2) 2020.01.29
Posted by 영원한 휴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Film2017. 3. 4. 00:04




출연 배우들의 조합에 혹해서 보게 된 영화.  <프랜시스 하>의 그레타 거윅이 예술 경영을 전공한 젊은 대학 강사로, 앞서 많은 영화속에서 소설가를 연기했던 에단 호크가 또 다시 어딘지모르게 궁색한 소설가로, 무슨 배역을 맡아도 배역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능청스러운 줄리안 무어가 보호 본능 자극하는 에단 호크의 까칠한 인텔리 부인으로,  미드 <바이킹>의 주인공 라그나르역의 트래비스 힘멜은 뜬금없이 수제피클에 페티쉬를 가진 피클 가게 사장님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감독인 레베카 밀러가 특정 배우들의 전작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들이 연기한 배역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들은 생생했다. 영화는 몹시 수다스럽고 마치 많은 영화들을 거쳐오면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캐릭터들이 자신의 존재의 정당성을 역설하기라도 하듯 시시콜콜하다.  자신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이래저래 마음이 통한 여자를 만나 갑작스런 이혼과 재혼을 겪게되는 에단 호크는 영락없이 비포 트릴로지와 <파리7구의 여인>의 주인공이 이렇게 저렇게 혼합된 캐릭터로.  구석에 자그마한 부엌이 붙어있는 곳곳에 책이 쌓인 싱글녀 매기의 아파트는  긴 방황을 끝내고 새 직장을 얻어 혼자 살  집을 임대해서 우편함에 자신의 이름을 잘라 집어넣던  <프란시스 하>의 프랜시스의 공간과 자연스레 겹쳐진다. 마치 그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경력을 쌓고 점점 더 독립적인 여인으로 성장해가던 프랜시스이자 매기가 사랑에 빠지고 깨지기를 반복하면서 염증을 느끼고 결국은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기로 결심하게 되는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다가왔다. 트래비스 힘멜은 어떤가. 바이킹에서 가는곳마다 자식을 만들어내던 그가  피클 만들기를 업으로 삼으며 허무하고 나른한 어조로 누군가에게 정자를 제공하는  심미주의자로 분한것은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의외의 그리고 가장 절묘한 캐스팅이었다.  <Maggie's plan> 과 <Blus is the warmest color> 는 요새 본 영화들 중 왠지 묶어놓고 기억하고 싶은 영화이다. 전자는 아는 남자로 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려는 매기에 관한 이야기이고 후자는 여자를 사랑하는 어떤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자신들이 규정 지은 관계의 덫에 걸려서 상처받고 관계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다시 성장하는 모습들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냈다.  그것은 얼마나 다양한 방식의 사랑과 가족의 형태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진보적인 관점에서 보여주기도 했지만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비틀어지기 시작할때의 진부함은 그것이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똑같음을 몹시 담담하게 묘사해낸다. 굳이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날때까지 마음 졸이며 기다리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바에야  그 모든 과정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능동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매기는 동네 아는 남자의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을 시도한다.  사실 그 자신이 싱글맘인 엄마와 단 둘이 외롭게 자랐음에도 (하지만 엄마와 보낸 시간이 행복했다고 말하는것은 잊지 않는다) 정자를 제공받아 홀로 아이를 키우려고하는 매기는 결정적인 순간에 아버지의 부재라는 결핍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이가 둘있는 유부남과 관계를 맺고 결혼을 해버린다. 같은 전공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는 아내 옆에서 겉돌듯 소설쓰기에 집착하는 남자는 흡사 모계사회를 연상시킬 정도로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뒤바뀐 가정속에서 자존감이 바닥난 상태이다. 하지만 그에게 결핍된것은 남편이나 아버지로써의 견고한 지위가 아니라 창작을 위한 영감이다. 그는 그의 소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일종의 뮤즈를 만나면서 뚱딴지 같이 이혼을 해버리고 새 가정을 꾸린다.  꽤나 성공한 학자인 줄리안 무어는 에단 호크와 이혼을 하고 그가 새 가정을 꾸렸음에도 그와 부부관계와 별로 다를것 없는 관계를 유지한다.  공부외에는 모든것이 서툴러 보이는 전부인에게 그는 어찌됐든 정신적 동반자로써의 지위를 잃지 않는다.  모든 관계 맺음의 가장 강력한 동기는 결핍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 싶은 이기적인 욕구와 누군가의 결핍을 채워주겠다는 이상적이고도 전인류적인 오지랖이 세상에 하나뿐인 둘만의 집합을 만들게된다.  하지만 그 집합에 교집합이 생기고 그것이 그들만의 세상이 아닌 어떤 더 거대하고  이상적인 세상 한켠에 들러붙은 좁은 구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관계는 변질된다. 그  변질된 관계에 돌을 던지면서 증오와 질투가 섞인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시작할것인가 쌍방이 함께 경험하는 어떤 결핍에 연민을 가질것인가. 영화는 후자를 택하면서 지극히 자신만을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을 오히려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관계는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 덫을 벗어날 수 없는것이다.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Lion_Garth Davis_2016  (4) 2017.08.09
Coming home_Yimou Zhang_2014  (2) 2017.07.09
Blue is the warmest color_Abdellatif Kechiche_2013  (2) 2017.03.08
Maggie's plan_ Rebecca Miller_2015  (2) 2017.03.04
The Girl on the Train_Tate Taylor_2016  (1) 2017.02.24
Arrival_Denis Villeneuve_2016  (3) 2017.02.07
Meadowland_Reed Morano_2015  (0) 2017.01.29
Demolition_Jean-Marc Vallée_2015  (3) 2016.12.05
Posted by 영원한 휴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줄리안 무어 좋아하는데 리뷰를 읽어보니 이 영화 보고 싶어졌어요. 에단 호크는 궁색한 소설가 역에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ㅎㅎ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볼 빨간 소년으로 나왔을때도 청순하면서도 어딘가 궁색해보였던 기억이 나네요... 정작 그 영화 볼땐 로버트 숀 레오나드-이 이름 맞나 긴가민가-를 더 좋아하긴 했지만요)

    2017.03.06 22: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