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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c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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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03_모스크바의 회색 (Moscow_2006) 모스크바에 머물던 일주일은 주로 회색이었고 거의 항상 눈이 내렸다. 봄이 오면 버리려고 신고 간 낡은 신발에 간간이 물이 스며들었다. 내리는 눈은 불구덩이에서 뛰쳐나와 부유하는 재처럼 느껴졌다. 넓은 대로를 빈틈없이 휘감고 있던 시멘트빛 관공서와 거대한 은행 건물들 사이로 떨어지던 투명한 눈들이 건물의 잿빛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혹자는 삭막하고 위압적이라고 말할지 모르는 그런 모스크바의 건물들이 나는 좋았다.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이데올로기를 투영하고 있는 듯한 그런 건축물들은 나로 하여금 일련의 디스토피아 만화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것은 오히려 미래적이었다.
Russia 02_10년전 3월_2 영화를 보다 마음에 드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수록곡이 나열되는 순간이 올때까지, 그렇게 크레딧이 다 올라가서 대부분의 경우 돌비 사운드 마크가 나올때까지 영화를 보곤 한다. 그리고 그 음악들을 찾아 듣고 나면 어쩔때는 그 노래의 특정 가사에 꽂혀 또 생각나는 어떤 이미지들이나 영화들을 검색하게되고 그러다보면 또 어떤 영화들을 찾아 보고 있고 그러다가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이나 도시들의 이미지에 사로 잡혀서는 혹시 운이 좋아서 내가 이미 가본 곳이거나 내가 먹어본 것이거나 내가 경험했던 뭔가에 상응하는 장면이 있다면 자잘한 개인사에 연결지어서 또 수많은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그렇게 있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간다. 나는 아직 내게 벌어지지 않은 새로운 삶의 바퀴를 매순간 밀고있지만 방금전에 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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