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않은 정보를 친절하게 나열하는 사람들이 있고 더 알려줬으면 싶지만 딱 물어본 만큼만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 물어봐도 잘못 알려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묻는 것을 주저하기도 하고 거짓임이 분명할 것 같은 대답도 믿고 싶은 강한 열망으로 내치지 못할 때가 있다. 엉터리 같은 질문에 나름의 좋은 대답을 했다고 만족하는 빈도가 있어 보이는 질문에 잘못된 대답을 한 것 같아 찝찝한 경우보다 훨씬 많아진다. 남을 향한 질문은 현저히 줄어든다. 스스로에게 내뱉는 질문은 늘어난듯하지만 답변은 미룬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텅 빈 버스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왠지 이 버스를 타야 할 것 같은 느낌에 그냥 올라타서는 기사분에게 중앙역까지 가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버스는 정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빙빙 돌아 평소보다 거의 세배가 넘는 시간이 걸려서야 중앙역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 아저씨의 간결한 대답이 긴 여행을 불러왔고 질문과 대답에 관한 많은 생각들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많은 성당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훨씬 지저분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덜 닳은 듯 고고하다. 마치 질문의 풍파가 비껴간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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