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_2013)
파리의 어디쯤이었을까. 아마도 머물던 집을 나와서 센강 주변으로 이동할때 지나치던 길목중 하나였을것으로 짐작된다. 우리가 머물던곳은 파리 5구에 위치한 가정집이었는데 세탁소와 헌책방이 있는 평범하고 한적한 동네 어귀를 돌아 얼마간 걷다보면 당혹스러울만치 뜬금없었던 매우 커다란 이슬람 사원 (Mosquee de Paris) 이 나타났다. 그 사원은 우리가 여전히 길을 잃지 않고 노트르담 사원 (Cathedrale de Notre Dame de Paris) 이 있는 서쪽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이정표였다. 그렇게 서쪽으로 계속 걷다보면 골목의 초입부터 항상 북적북적되던 무프타르 거리 (Rue Mouffetard) 가 나왔다. 길게 늘어진 오르막길 양옆으로 간판에 그리스 국기가 그려진 아주 맛있는 크레페 가게와 작은 서점, 아이스크림 가게와 중국 반찬 가게가 있었다. (이 시장통 골목에 수없이 많은 상점과 음식점이 있었지만 내가 이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그곳에 들어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거리의 왼편의 샛길들로 방향을 틀면 판테온 (Place du Pantheon) 과 파리 6구를 향하는 룩셈부르그 정원 (Jardin du Luxembourg) 이 나왔고 한눈팔지 않고 계속 앞을 향한다면 센강에 이르렀다. 아마 지도에 동그라미쳐진 그 목적지들중 한군데를 향하던 중 어느 거리에서 이 카페를 보았음이 틀림없다. 약간의 내리 막길로 보아하니 센강이 자리잡은 북쪽을 향하고 있었던것도 같다. 몇초간 멈춰서서 건너편 카페를 쳐다보았다. 길을 건너 고개를 끼워넣고 두리번거릴 수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이 거리를 지나가다 이 카페를 마주치는 사람들중 몇이 퍼시 애들론의 <바그다드 카페>를 떠올리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바그다드가 도시 이름이라는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어쩌면 중동 레스토랑 일지도 몰랐다. 제라르 드 파르디유같이 생긴 프랑스 남자가 직업 소개소를 통해 식당으로 찾아온 아랍 남자가(라고 하기에는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아랍 이민자들이 넘쳐났지만) 바그다드 출신인것에 영감을 얻어 우연의 일치를 남발하며 식당이름을 그냥 이렇게 지어버린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글을 끄적이는 지금은 이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파리의 바그다드 카페에서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흔적을 찾아 연결지어보려 노력하지만 이 카페를 실제로 지나치던 그 몇분간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서 뭔가 프랑스적인 느낌을 감지하려 골몰했던게 기억난다. 바그다드 카페에 도착하는 쟈스민은 독일인이었고 브랜다의 아들이 주구창창 연주하던 피아노곡은 드뷔시나 사티에의 것이 아닌 독일인 바흐의 평균율이었다. 항상 의기소침했던 데비가 읽던 소설은 루이스 비스콘티의 베니스에서 죽다였다. 잭 팔란스가 그리던 그림들은 달리의 그림처럼 초현실적이었다. 아 어쩌면 그 어떤 등장인물보다 마음에 들었던 데비가 그나마 가장 파리스러운 인물이었을까. 새침했고 시크했던 힘겹게 보호해온 자신의 고독을 고이고이 간직하려 분주한 카페를 도망치듯 떠나던 데비 말이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 리뷰_http://www.ashland11.com/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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