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sterdam_2008)
암스테르담에서 알게된 인도네시아 여자가 한 영화제에서 '시크릿 션샤인' 이라는 한국 영화를 인상깊게 봤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영화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영화 줄거리를 듣고 있다보니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었다. 그 영화를 봤었던게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도 미국인을 만나서는 '나 너네 나라 영화 스파이더맨 봤는데 너는 알아?" 라고 말하진 않을것이다. 왠지 아득하게 느껴지는 나라들, 쉽게 접하기 힘든 나라의 독특한 영화들, 음악들에 대해 넌지시 물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을때 그리고 소통이 이루어졌을때의 전율이란것이 있다. 나는 그 여인이 그 짤막한 대화에서 그런 희열을 느꼈을거라고 멋대로 짐작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3주라는 짤막한 시간에 타지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돈버는 이민자들의 애환을 내가 이해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암스테르담 특유의 해방된 분위기속에서 이민자들로부터 자기 연민이나 피해 의식 같은것은 크게 감지하지 못했다. 최소한 그들은 서로를 인정하려는 노력에 익숙해진듯 보였다. 암스테르담에서 내가 머물던 곳은 유명 관광지에서는 약간 벗어난 곳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외진 동네도 아니었다. 그래도 그 동네에서 이런 극장을 발견한것은 매우 뜻밖이었다. 영화관은 곧 말레이시아 영화 주간을 앞두고 있었고 제3세계 영화의 포스터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암스테르담을 가득 메운 이민자들의 얼굴과 작고 허름했지만 생명력있었던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들을 떠올려보니 이런 극장이 존재한다는것이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느껴졌다. 푸르스름한 배경속에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소년의 모습이 담긴 <Lake Tahoe> 라는 영화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어 자막이 덮힐 그 멕시코 영화를 그냥 추억 삼아 볼 수도 있었지만 극장 안에서 서성이다 그냥 나와버렸다. 돌아와서 찾아보니 스페인어를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상관없었을 최소화된 대사와 자잘하고 은근한 유머로 가득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스페인어가 난무했다면 그런대로 또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암스테르담에 다시 가서 이 극장에 간다면 그때도 보고싶은 영화가 있기를. 그때는 기분좋은 북적거림과 설레임으로 가득했던 그 극장에 그렇게 등돌려 버리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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