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y2016.07.22 08:00


(Pisa_2010)


2010년. 상품으로 받은 티켓으로 날아간 이탈리아.  2주간의 단촐한 여행을 끝내고 친구가 살고 있는 밀라노로 돌아왔다. 친구는 항공사와 비행기 시간을 물어봤다. 알고보니 내가 타고 온 항공사가 부도가 났다. 항공사는 스타원 에어라인이라는 리투아니아의 저가 항공사였다. 한두대의 낡은 비행기를 가지고 단 몇군데의 취항도시를 가졌던 이제 막 날개짓하려는 그런 신생 항공사들이 리투아니아에서는 도약조차 하지 못하고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쉽게도 여전히 리투아니아에는 라트비아의 에어 발틱(Air baltic) 과 같은 건실한 항공사가 없다. 당장 내일 타고 갈 비행기가 없다는것은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었다.  나의 실수로 놓친 비행기라면 아쉬워할 여지라도 있었을것이다. 이집트의 어느 도시에도 취항했던 이 항공사의 부도로 이집트로 여행갔던 어떤 단체 여행객들은 호텔에서도 이미 체크아웃을 한 상태에서 오갈데도 없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태로 공항 로비에서 밤을 지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머물곳이 있었다.  그날 밤 친구의 이탈리아인 남자 친구가 했던 말이 Bel far niente 였다. The beauty of doing nothing. 무위의 미학.  그것은 '여유를 부려. 게으름을 피워'라고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바쁜 삶을 살아야하는 누군가의 인생에 멋모르고 내뱉는 값 싼 위안은 아니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때,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때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며 마치 화선지에 서서히 스며들어가는 검은 먹물처럼 무의 상태가 되는것이었다.  나는 그날 밤 참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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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기서 나온 말이었군요 저도 외워놨어요! 이탈리아 젤라또 먹고프네요 베니스 출장갈때마다 무지하게 먹었는데...

    2016.07.22 16: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젤라또정말맛잇죠? ㅋㅋ그나저나 커피잘안드시는 토끼님도 카푸치노랑 티라미수를 드시고오셨는데 전그걸안먹고왔네요.담에가면꼭. ㅋ

      2016.07.22 22:50 신고 [ ADDR : EDIT/ DEL ]
    • 젤라또는 먹으면 속이 든든하고 배불렀던 기억이 나요 근데 전 러시아 마로제노예가 젤 좋더라고요 소련입맛인가 ㅎㅎㅎ

      2016.07.23 01:01 신고 [ ADDR : EDIT/ DEL ]
  2. 벨라줌마

    세상에나....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군요...... 하기사 우리의 사는 이야기가 모두 영화화 드라마화 되는 것이 사실이니....... 부도난 항공사의 더이상 사용 불가한 티켓으로 어떻게 무사하게(?) 돌아 오시게 되었을까 궁금합니다..... ^^ 갑자기 이집트로 단체 여행을 떠난 사람들도 부도난 항공사의 더이상 사용 불가한 티켓을 들고 어떠한 반응들을 보이게 되었을까도 궁금하구요.... 궁금한 것이 많아 오늘 저녁 저는 뭘 좀 많이 먹을 듯 해 보입니다 ㅎㅎㅎㅎ

    2016.07.22 22:21 [ ADDR : EDIT/ DEL : REPLY ]
    • 운좋게도 티켓을 상품으로 준 곳에서 그 다음날 폴란드 항공사 티켓을 구해주셨어요. 물론 바르샤바가서 환승 하느라 공항에서 열시간정도 기다려야했지만 그 순간에도 이집트 여행객들은 언제 돌아올지 몰라 발을 동동굴렀죠. 오, 궁금한것이 많으면 뭘 많이 먹게 될 징조라는것은 이탈리아에서 흔히 쓰는 표현인가요? 아님 그냥 입이 궁금하다 그 말에서 온건가. 재밌는 표현이네요 ㅋㅋ

      2016.07.23 04:30 신고 [ ADDR : EDIT/ DEL ]
    • 벨라줌마

      ㅎㅎㅎ 저 어릴적에 엄마가 '넌 궁금한게 많아 먹고 싶은 것도 참 많겠다...' 하시던 표현입니다... 요즘 제가 제 딸아이에게 매일 매일 쓰는 표현이구요 ^^

      2016.07.26 20:48 [ ADDR : EDIT/ DEL ]
    • 아 그런거였군요. ㅋㅋ어찌보면 어머님 말씀이 참 논리적이네요. 아이가 이제 막 호기심이 폭발할시기이겠네요. 제아이는 먹을 수있는것이 별로 없는 시기인데 먹고 싶은것만 많죠. 아직은 먹고 싶은게 많아 궁금한 것도 많은 단계라고 해야겠네요. 하핫.

      2016.07.27 05:37 신고 [ ADDR : EDIT/ DEL ]
  3. 순간 이것은 무슨 초현실적인 이야기인가 했어요. 갑자기 항공사가 부도나서 항공편이 붕 떠버리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군요. 저때 정말 당황하셨겠어요...저런 상황에서는 정말 그냥 머리가 멍할 거 같아요...;;

    2016.07.24 16: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