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a_2010)
2010년. 상품으로 받은 티켓으로 날아간 이탈리아. 2주간의 단촐한 여행을 끝내고 친구가 살고 있는 밀라노로 돌아왔다. 친구는 항공사와 비행기 시간을 물어봤다. 알고보니 내가 타고 온 항공사가 부도가 났다. 항공사는 스타원 에어라인이라는 리투아니아의 저가 항공사였다. 한두대의 낡은 비행기를 가지고 단 몇군데의 취항도시를 가졌던 이제 막 날개짓하려는 그런 신생 항공사들이 리투아니아에서는 도약조차 하지 못하고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쉽게도 여전히 리투아니아에는 라트비아의 에어 발틱(Air baltic) 과 같은 건실한 항공사가 없다. 당장 내일 타고 갈 비행기가 없다는것은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었다. 나의 실수로 놓친 비행기라면 아쉬워할 여지라도 있었을것이다. 이집트의 어느 도시에도 취항했던 이 항공사의 부도로 이집트로 여행갔던 어떤 단체 여행객들은 호텔에서도 이미 체크아웃을 한 상태에서 오갈데도 없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태로 공항 로비에서 밤을 지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머물곳이 있었다. 그날 밤 친구의 이탈리아인 남자 친구가 했던 말이 Bel far niente 였다. The beauty of doing nothing. 무위의 미학. 그것은 '여유를 부려. 게으름을 피워'라고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바쁜 삶을 살아야하는 누군가의 인생에 멋모르고 내뱉는 값 싼 위안은 아니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때,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때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며 마치 화선지에 서서히 스며들어가는 검은 먹물처럼 무의 상태가 되는것이었다. 나는 그날 밤 참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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