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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Vilnius 41_굴뚝과 크레인




(Vilnius_2016)



삐뚤어진 코 카페(http://ashland.tistory.com/444)  앞에는 기분좋은 볕이 든다. 도로변이지만 새로운 건물이 올라간 상태라 보도블럭도 일반 거리보다 두세배는 넓게 확보된 상태이다.  야외 테이블에 커피를 놓고 비스듬히 앉아 있어도 좁은 공간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하는 구시가지의 카페에서처럼 옆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위해 꼰 다리를 풀어야 할 필요도 없고 주차되었던 차를 빼서 돌아가는 사람들때문에 갑자기 생겨난 눈 앞의 텅 빈 공간에 종전에 느꼈던 아늑함을 반납할 필요도 없다.  물론 그런곳은 그런곳 나름의 매력과 낭만이 있지만 각각의 공간의 상대적인 장점을 말하자면 그렇다.  그리고 이곳은 매우 조용하고 집에서 가장 가깝고 항상 조금은 불완전한 마음으로 집을 비우는 나에게 적당한 햇살과 바람을 섞은 안식을 가져다 준다.  이 주택단지의 1층은 상업용이고 2층부터 가정집인데 이렇게 조용하고 외진곳에 카페가 생기면 정말 좋겠다 생각했던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는 자기 자신의 로스터리를 꿈꿨고 적당한 장소를 발견해서 1년반 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누군가가 실현한 꿈이 그렇게 다른 누군가가 원했던 작은 바램과 상통할때가 있다.  킴 언니와 만난날 (http://ashland.tistory.com/447)  커피 잔과 잡지를 돌려주러 안으로 들어가서 직원 여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커피값 내는것을 잊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코트속의 구겨진 5유로 지폐를 보고서 아차했다. 그래서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또 커피를 마시러 갔다.  

 



(Vilnius_2016)


도시,  구시가지를 이루는 요소들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중 하나가 굴뚝과 크레인 그리고 회색 하늘이다. 리투아니아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지금 나를 차지하고 있는 열기가 계속 지속되지 않을것을 알기에 곧 덥쳐올 회색 하늘과 바람에도 관대해질 수 있다. 그 역시도 아주 잠시 머물러갈뿐이다.  코트에 목도리를 칭칭감고 썬글래스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그렇다.  어떤 희망들이 기분좋게 유예된 상태, 이곳은 그런 상태가 반복적으로 고요하게 지속되는 곳이다.  크레인이 머무는 공사현장 근처에는 오래된 주택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반을 뚫는 굴착기가 뿜어내는 간헐적인 소음이 눈치없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꼬장꼬장하게 살아남은 오래된 건물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것도 같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밤이 되면 장작 태우는 냄새가 거리를 채운다.  굴뚝이 존재한다는것은 아직은 어떤 미련을 뿜어낼 여지가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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