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집을 비우고 돌아와보니 건물 내부 벽과 천장들이 수리 되어있고 누군가가 정성스레 가져다 놓은 화분도 보였다. 사실 한국에 가기전에 계단에 칠할 페인트 색상과 마감재 재질까지 같은 층 사람들과 전부 합의를 한 상태였긴 하지만 막상 돌아와서 말끔하게 수리 되어있는 모습을 보니 건물 외벽 리노베이션이나 단열 작업 같은것도 시간이 걸릴뿐 거주자들과 충분한 이야기가 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 있는 아파트는 60년대 초반에 지어진 건물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오래된 아파트 리노베이션이 빈번한데 집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건물 전체의 외관을 정비하는 것이라서 단열재를 보강하고 벗겨지고 부서진 외벽을 다듬어서는 도색을 다시 하는 식으로 해서 새건물처럼 만드는 작업이라고 보면된다. 그리고 그런 작업이 이루어지려면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에 주민들 스스로 프로젝트를 의뢰하고 회사가 여러 종류의 견적을 뽑아오면 조율을 거쳐 주민의 과반수가 찬성했을 경우에 공사가 시작된다. 그런데 베를린에서 돌아올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4개의 화분 중 하나가 파네베지에서 돌아와보니 사라지고 없다. 화분이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메모에는 '여기 꽃이 있었어요. 되돌려주시면 고맙겠어요' 라고 적혀있다. 꽃은 누가 가져간걸까. Gėlė 겔레. 꽃. 3년전인가 식당에 장식을 하다 남은 팔뚝만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계단에 놔뒀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사계절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살아 있는 꽃은 역시나 누군가의 마음을 동하게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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