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나와 내가 모르는 나 사이의 채울 수 없는 간극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어릴때 실수로 탄 기차로 인해 집에서 1600킬로미터나 떨어진 캘커타로 튕겨져나와 결국은 바다 건너 호주로 입양되는 인도 소년에 대한 이 영화는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러 그가 다시 인도로 돌아와 잃어버린 가족과 조우하고 자신의 이름이 '사루' 가 아닌 사자라는 뜻의 힌디어 '셰루' 라는것을 알게되는 과정까지를 다룬다. 뭔가를 기억한다는것은 때로는 채워넣으려는 욕구, 결핍에의 대항과 닮은면이 있다. 사루가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낼 수 있었던것은 혼자가 된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얼마되지 않았던 작은 세상을 되새김질한 결과이다. 마치 꿈을 꾸고 난 직 후 점차 형체없이 사라지는 이야기들을 붙들어보려 몸부림을 치는것과 다르지 않다. 석탄을 훔쳐서 되바꿔온 우유를 온 가족이 함께 나눠먹던 기억, 곧 오겠다던 형을 하염없이 기다렸던 한 밤중 텅 빈 기차역에 대한 기억이 점령한 세상속에서 그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더 이상의 유사한 기억들이 생성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깡그리 잊어버리거나 영영 잊어버리지 못하게 된다. 과거의 조각들로 하여금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 구멍난 현재를 채우게 할것이냐 영원히 구멍난 가슴을 지니고 살것이냐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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