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구시가지 지점에 갔는데 리노베이션 한다고 문을 닫았다. 요즘 리투아니아는 은행 지점을 계속 줄이고 있는 추세. 구시가지에만 지점 세개가 있었는데 하나만 남았고 그나마도 갈 곳 없는 고객들을 다 받아내려니 좁은 장소가 미어터진다. 결국 좀 멀리 떨어진 더 큰 지점을 가야했는데 다른 방향에서는 자주 가던 동네였지만 구시가지에서 빙 돌아가려니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가는 길에 못보던 빵집을 발견하고 순식간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은행일을 보고 되돌아오면서 가 볼 생각에 힘이 났다. 약간 스산한 기운이 도는 한국의 오래된 양옥집 같은 가정집 1층에 자리 잡은 이 빵집은 케익 주문 제작을 주로 하는 빵집이었는데 그런 케익들을 팔기 위해 소박하게 만들어 놓은 카페였다. 이런 곳들은 둔중한 커피 머신 대신 힘이 들어가지 않은 작은 기계에서 맛의 차이를 가늠하기 힘든 극히 일반적인 커피를 뽑아 내지만 직접 구운 쿠키나 케익을 파는 곳들이라 고정 고객들이 많다.
아무 빵집이나 만들지 못하는, 맛있게 만들기 가장 힘든 리투아니아 전통 파이. 쉼타라피아이 Šimtalapiai. 직역하자면 '백개의 겹'. 둘둘 말려진 반죽에 양귀비씨앗을 가득 담은 케익인데 입간판에 적힌 이것을 보고 혹했던 것. 빌니우스의 카페에서 이 케익을 파는 경우는 본 적이 없으니 한 조각 맛보고 싶다면 이 곳에 오면 되겠다. 리투아니아 전통 장이 서거나 하면 오로지 이것만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쉼타라피아이 장인으로 인증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음. 요즘은 건포도 같은 것을 넣은 좀 더 현대적인 버전이 유행이지만 사실 오로지 양귀비 씨앗만 들어간 것이 내 입에는 가장 맛있었다.
차와 과자를 주문하고나니 카드를 받지 않는 단다. 적어 놓을테니 다음에 돈을 가져와도 된다고 했는데 원래는 쉼타라피아이 한 조각도 먹으려 했지만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또 주문을 하기가 좀 그래서 다음으로 미뤘다. 그리고 돈을 가져 간 다음 날은 더 맛있어 보이는 호박 케익이 있어서 결국 먹지 못함.
좀 외진 곳이기도 하고 직접 구우니 케익 가격은 월등이 저렴했다.
앉아 있는 동안에도 케익을 주문하러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다음날 가서 먹은 호박 케익과 또 먹은 오트밀 쿠키
테라스도 있다. 테라스지뭐. 고급스러울 필요 없다. 여름에 가야겠다.
찾기 힘든 곳이기에 남기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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