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월 3월 첫째주 금요일에 열리는 카지우코 장날. 11년 전, 첫 장터에서 받은 인상이 참 강렬했다. 특별한 계획없이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들러가는 어떤 여행지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아주 큰 행사에 엉겁결에 빨려 들어가서는 뜻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의도한 것 처럼 가슴 속에 큰 의미를 지니게 되는 그런 기분이랄까.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올 해도 습관적으로 발길을 옮겼다. 사실 해가 더 할수록 뭔가 규모는 커지지만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이제 별로 재미없다 하고 돌아선다면 좀 쓸쓸한 마음이 들것 같아 최대한 처음 그 기분을 되새김질하며 걷는다. 가끔은 지난 해에 망설이다 결국 사지 않은 것들이 올 해에도 있으면 살까 하고 생각한다. 얇게 잘라 빵에 얹어 먹으면 스르르 녹을 것 같은 치즈이지만 실상은 큰 칼로 온 몸에 힘을 실어서 잘라야 할 정도로 아주 딱딱하게 얼어 있다. 북적한 틈을 걷다가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작년에 친구와 사서 나눠가졌던 마르세이유 비누 장수가 올해도 있었다. 저기 일회용 접시에 시뻘건 쁠로브를 담고 있는 여인, 허공에서 망치를 내려쳐 기념 주화를 만들고 있는 남자도 마치 항상 저 자리에 서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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