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올드타운'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20.01.12 바르보라의 디저트
  2. 2019.08.05 Vilnius 104_주전자 거리 (2)
  3. 2019.05.24 Vilnius 95_모든 성자들의 성당 (2)
  4. 2019.03.08 Vilnius 87_대성당과 종탑 (3)
  5. 2019.01.31 Vilnius 82_창 밖 풍경 (7)
Coffee2020. 1. 12. 07:00

 

 

리투아니아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우는 역사 속 인물이 있다. 지그문트 아우구스트라는 대공주와 그의 두번째 부인 바르보라 라드빌라이테이다. 라드빌라이티스 가문은 우리나라로 치면 파평 윤씨나 풍산 홍씨처럼 그 여식을 왕궁에 들인 권세 가문이었다. 바르보라는 아우구스트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비밀 연애를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두번째 부인이 되지만 병으로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죽는다. 그 죽음이 며느리를 싫어했던 이탈리아 혈통의 시어머니의 음모라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그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고 그로 인해 대가 끊긴 리투아니아에는 마치 상속자가 없는 거대한 기업에 외부 인사가 수장으로 임명되듯 다양한 유럽 출신의 귀족들을 데려와 왕으로 앉히는 연합국 시대가 열린다. 구시가의 가장 드라마틱한 거리 스티클리우 거리에 있던 오래 된 카페가 작년부터 아우구스트와 바르보라 라는 이름으로 새 단장해서 문을 열었다. 러브 스토리 카페라는 컨셉이 추가 된 카페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카페 외벽을 온갖 핑크가 난무하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몄다. 그 내부도 파스텔톤의 핑크를 군데군데 배치하고 카페 한 켠에는 보석가게가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다. 어느 어두운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잠시 들어갔다. 개인적 취향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였지만 대중적으로 리메이크된 익숙한 재즈 음악들과 은은한 조명에 둘러싸여 앉아있다보니 꽤나 안락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이런것이 취향을 불문하고 어필하는 컨셉인가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망고 크림이 올라간 디저트 한 조각을 조금씩 조금씩 긁어내면 결국 무너져내리는 모래성을 생각하며 더이상 잘라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얇은 조각이 될때까지 포크 옆 날로 잘라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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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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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2019. 8. 5. 23:35


여행객들의 잡담소리, 노천 테이블 위의 접시에 내리 꽂히는 맛있는 칼질 소리, 거리의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필리에스(Pilies) 거리 특유의 북적거림에서 갑작스런 음소거를 경험하고 싶을때 가장 먼저 숨어들 수 있는 베르나르디누 Bernardinu 거리. 셰익스피어가 머물거나 했던 역사는 절대 없지만 어쨌든 그의 이름을 달고 있는 호텔과 여러 조각 작품들이 숨겨져 있는 꽤나 정겨운 마당들로 이루어진 꼬불꼬불 재미있는 거리이다. 그리고 이 거리의 초입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다름아닌 도자기 차 주전자들. 이미 오래 전에 와인샵이 되었지만 실제로도 저 가게는 향긋한 차와 커피를 덜어파는 매우 아기자기했던 장소였다. 이런 아늑하고 달콤한 곳이라면 일년 내내 하루 종일 눈이 내리는 겨울이어야만 할 것 같았던 곳, 벽이 품고 있는 주전자들의 마법에 홀려 들어가서 이 차 상자 저 차 상자를 열어보며 향을 맡고서 차를 사오곤 했던 추억이 있다. 그 행복한 행위를 가능하게 했던 구시가 세 곳의 차가게는 아쉽게도 지금 현재 모두 문을 닫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들 사려깊은 주전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게 문을 빼고 주전자가 놓여있는 벽을 온전히 다 담으려고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순간 야채며 과일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든 러시아 할머니가 너무나 헉헉 대시며 테이블 앞 의자에 앉으셨다. 날은 몹시 무더웠고 두 손바닥을 양쪽 허벅지 위에 얹으신채 숨을 고르다 겨우 손수건을 꺼내어 땀을 닦으시는데 사진을 찍었다가는 뭔가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숱하게 들어 온 각국 할머니들의 힐난 중 가장 매서운 소리를 들을 것 같아 할머니만 쏙 빼고 요리조리. 하지만 결국 한 숨 돌리시고 살만해지신 할머니로부터 '주전자는 찍어서 뭐하려고 그래 참' 하는 사진 찍으면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멘트 1위를 듣고야 말았다. 

 내가 처음 봤을때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을 이들인데 성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남아있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빌니우스에 아이들 상대 도자기 공방도 참 많은데 가서 내 주전자와 내 찻 잔, 무엇보다도 나의 에스프레소 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이곳을 지날때마다 항상 한다. 저런 멋진 그림은 그려넣을 수 없겠지만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지. 

주전자들과 작별하고 뒤돌아서서 여전히 앉아 계신 할머니 사진 한 장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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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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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으어 여기 가보구파요 이 포스팅과 사진을 토끼가 매우 좋아합니다!

    2019.08.10 12: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9. 5. 24. 20:34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돌려 위를 보았을때 마주치는 풍경. 이 나무들 밑으로 여러번 비를 피했었는데 우르르쾅쾅 비가 올 조짐을 보였지만 큰 바람이 불고도 어제는 비가 오지 않았다. 따뜻한 기온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올해의 첫 수박을 먹었다. 성당 안의 공기가 가장 차갑고 청명하게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놀이터 모래 상자 속에서 모래 바람이 불어 온다. 누군가에게는 맨발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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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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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 아래에서 정말로 비를 피할수 있군요. 저는 소심해서 나무에 벼락떨어질까봐 덜덜 떨지도.. :)

    2019.06.23 22: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9. 3. 8. 20:06


누군가의 커피잔을 옆으로 밀어내고 잠시 앉아가는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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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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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여기 또 모여 있군요, 창가 테이블. 사원. 종탑. 지나가는 사람들. 파란 하늘!

    2019.03.10 00: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월요병으로 몸부림치고 있어서 그런지 순간이동해서 지금 저자리에 가있고 싶어요 종소리 듣고 싶어요

    2019.03.17 22: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심 녹음이라도 해서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유지태처럼 입고 녹음 장비를 들고..대성당으로 ..

      2019.03.18 17:34 신고 [ ADDR : EDIT/ DEL ]

Vilnius Chronicle2019. 1. 31. 07:00


병원 복도를 무심코 지나치다 다시 되돌아가서 마주선 풍경. 새롭게 생긴 창이 아닐텐데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을 굴뚝과 건물의 능선들을 이제서야 알아본 것이 조금 미안하게 느껴졌다. 주홍 지붕을 감싸안은 하얀 눈과 겨울 아침 특유의 잿빛 하늘이 간신히 포섭해 놓은 성 카시미르 성당의 쿠폴.  매년 3월의 첫 금요일, 구시가 곳곳에서는 성 카시미르의 축일을 기념하는 큰 장이 열린다. 성당의 쿠폴속으로 아낌없이 쏟아지던 어느 해 장날 아침의 하얀 햇살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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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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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큰장..
    가게와는 다른 장터..
    왁자지껄하면서 활기찬 분위기 좋아요.
    맛난 바랑카를 먹을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3월에도 빌니우스를 가야할 이유가 생겼네요..

    2019.01.31 23:11 [ ADDR : EDIT/ DEL : REPLY ]
  2. 크으... 이 사진을 창문과 눈과 사원 지붕 덕후인 토끼가 또 좋아합니다~

    2019.02.01 13: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렇게 지붕에 가까스로 창문을 낸 방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단 생각 가끔 하죠. 실상은 좀 어둡고 갑갑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지만.

      2019.02.05 19:20 신고 [ ADDR : EDIT/ DEL ]
    • ㅎㅎ 몇년전 프라하에서 딱 저렇게 지붕에 창문 있는 옥탑 싱글룸에 묵었는데 정말 너무 괴로웠어요 ㅋ 방도 삼각형... 완전 폐소공포증 대폭발... 그리고 창문을 가릴수가 없어서 새벽부터 빛이 들어와 잠 못자고 저절로 아침형 인간이 됨 ㅎㅎ

      2019.02.10 23:52 신고 [ ADDR : EDIT/ DEL ]
  3. 벨라줌마

    병원의 복도라 하시니..... 장소가 주는 걱정이 듭니다. 제게 병원은 어느 순간 부터 그저 가슴부터 답답해지는 장소가 되어 버려서요.....
    별일 없으시지요? 새해 인사도 늦고, 방문 기록로 늦고.....
    그래도 이리 안부를 물으며 죄송한 마음 남깁니다.
    Happy new year!!!!

    2019.02.04 05:35 [ ADDR : EDIT/ DEL : REPLY ]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벨라줌마님.
      지난 달에 아이 감기때문에 들른 병원이었어요. 모스크바 겨울도 많이 춥지 않길 바래요.

      2019.02.05 19:1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