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올드타운'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9.08.05 Vilnius 104_주전자 거리 (2)
  2. 2019.05.24 Vilnius 95_모든 성자들의 성당 (2)
  3. 2019.03.08 Vilnius 87_대성당과 종탑 (3)
  4. 2019.01.31 Vilnius 82_창 밖 풍경 (7)
  5. 2018.07.17 Pilies kepyklėlė_지난 겨울
Vilnius Chronicle2019. 8. 5. 23:35


여행객들의 잡담소리, 노천 테이블 위의 접시에 내리 꽂히는 맛있는 칼질 소리, 거리의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필리에스(Pilies) 거리 특유의 북적거림에서 갑작스런 음소거를 경험하고 싶을때 가장 먼저 숨어들 수 있는 베르나르디누 Bernardinu 거리. 셰익스피어가 머물거나 했던 역사는 절대 없지만 어쨌든 그의 이름을 달고 있는 호텔과 여러 조각 작품들이 숨겨져 있는 꽤나 정겨운 마당들로 이루어진 꼬불꼬불 재미있는 거리이다. 그리고 이 거리의 초입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다름아닌 도자기 차 주전자들. 이미 오래 전에 와인샵이 되었지만 실제로도 저 가게는 향긋한 차와 커피를 덜어파는 매우 아기자기했던 장소였다. 이런 아늑하고 달콤한 곳이라면 일년 내내 하루 종일 눈이 내리는 겨울이어야만 할 것 같았던 곳, 벽이 품고 있는 주전자들의 마법에 홀려 들어가서 이 차 상자 저 차 상자를 열어보며 향을 맡고서 차를 사오곤 했던 추억이 있다. 그 행복한 행위를 가능하게 했던 구시가 세 곳의 차가게는 아쉽게도 지금 현재 모두 문을 닫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들 사려깊은 주전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게 문을 빼고 주전자가 놓여있는 벽을 온전히 다 담으려고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순간 야채며 과일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든 러시아 할머니가 너무나 헉헉 대시며 테이블 앞 의자에 앉으셨다. 날은 몹시 무더웠고 두 손바닥을 양쪽 허벅지 위에 얹으신채 숨을 고르다 겨우 손수건을 꺼내어 땀을 닦으시는데 사진을 찍었다가는 뭔가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숱하게 들어 온 각국 할머니들의 힐난 중 가장 매서운 소리를 들을 것 같아 할머니만 쏙 빼고 요리조리. 하지만 결국 한 숨 돌리시고 살만해지신 할머니로부터 '주전자는 찍어서 뭐하려고 그래 참' 하는 사진 찍으면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멘트 1위를 듣고야 말았다. 

 내가 처음 봤을때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을 이들인데 성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남아있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빌니우스에 아이들 상대 도자기 공방도 참 많은데 가서 내 주전자와 내 찻 잔, 무엇보다도 나의 에스프레소 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이곳을 지날때마다 항상 한다. 저런 멋진 그림은 그려넣을 수 없겠지만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지. 

주전자들과 작별하고 뒤돌아서서 여전히 앉아 계신 할머니 사진 한 장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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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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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으어 여기 가보구파요 이 포스팅과 사진을 토끼가 매우 좋아합니다!

    2019.08.10 12: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9. 5. 24. 20:34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돌려 위를 보았을때 마주치는 풍경. 이 나무들 밑으로 여러번 비를 피했었는데 우르르쾅쾅 비가 올 조짐을 보였지만 큰 바람이 불고도 어제는 비가 오지 않았다. 따뜻한 기온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올해의 첫 수박을 먹었다. 성당 안의 공기가 가장 차갑고 청명하게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놀이터 모래 상자 속에서 모래 바람이 불어 온다. 누군가에게는 맨발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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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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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 아래에서 정말로 비를 피할수 있군요. 저는 소심해서 나무에 벼락떨어질까봐 덜덜 떨지도.. :)

    2019.06.23 22: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9. 3. 8. 20:06


누군가의 커피잔을 옆으로 밀어내고 잠시 앉아가는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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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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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여기 또 모여 있군요, 창가 테이블. 사원. 종탑. 지나가는 사람들. 파란 하늘!

    2019.03.10 00: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월요병으로 몸부림치고 있어서 그런지 순간이동해서 지금 저자리에 가있고 싶어요 종소리 듣고 싶어요

    2019.03.17 22: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심 녹음이라도 해서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유지태처럼 입고 녹음 장비를 들고..대성당으로 ..

      2019.03.18 17:34 신고 [ ADDR : EDIT/ DEL ]

Vilnius Chronicle2019. 1. 31. 07:00


병원 복도를 무심코 지나치다 다시 되돌아가서 마주선 풍경. 새롭게 생긴 창이 아닐텐데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을 굴뚝과 건물의 능선들을 이제서야 알아본 것이 조금 미안하게 느껴졌다. 주홍 지붕을 감싸안은 하얀 눈과 겨울 아침 특유의 잿빛 하늘이 간신히 포섭해 놓은 성 카시미르 성당의 쿠폴.  매년 3월의 첫 금요일, 구시가 곳곳에서는 성 카시미르의 축일을 기념하는 큰 장이 열린다. 성당의 쿠폴속으로 아낌없이 쏟아지던 어느 해 장날 아침의 하얀 햇살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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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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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큰장..
    가게와는 다른 장터..
    왁자지껄하면서 활기찬 분위기 좋아요.
    맛난 바랑카를 먹을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3월에도 빌니우스를 가야할 이유가 생겼네요..

    2019.01.31 23:11 [ ADDR : EDIT/ DEL : REPLY ]
  2. 크으... 이 사진을 창문과 눈과 사원 지붕 덕후인 토끼가 또 좋아합니다~

    2019.02.01 13: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렇게 지붕에 가까스로 창문을 낸 방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단 생각 가끔 하죠. 실상은 좀 어둡고 갑갑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지만.

      2019.02.05 19:20 신고 [ ADDR : EDIT/ DEL ]
    • ㅎㅎ 몇년전 프라하에서 딱 저렇게 지붕에 창문 있는 옥탑 싱글룸에 묵었는데 정말 너무 괴로웠어요 ㅋ 방도 삼각형... 완전 폐소공포증 대폭발... 그리고 창문을 가릴수가 없어서 새벽부터 빛이 들어와 잠 못자고 저절로 아침형 인간이 됨 ㅎㅎ

      2019.02.10 23:52 신고 [ ADDR : EDIT/ DEL ]
  3. 벨라줌마

    병원의 복도라 하시니..... 장소가 주는 걱정이 듭니다. 제게 병원은 어느 순간 부터 그저 가슴부터 답답해지는 장소가 되어 버려서요.....
    별일 없으시지요? 새해 인사도 늦고, 방문 기록로 늦고.....
    그래도 이리 안부를 물으며 죄송한 마음 남깁니다.
    Happy new year!!!!

    2019.02.04 05:35 [ ADDR : EDIT/ DEL : REPLY ]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벨라줌마님.
      지난 달에 아이 감기때문에 들른 병원이었어요. 모스크바 겨울도 많이 춥지 않길 바래요.

      2019.02.05 19:18 신고 [ ADDR : EDIT/ DEL ]

Cafe2018. 7. 17. 07:00


브랜디와 초콜릿, 스콘과 카푸치노. 버섯 수프와 녹차. 토마토 수프와 루이보스. 애플 파이위로 쏟아 부어지는 따뜻한 크림. 커피 그리고 커피. 커피 한 잔 하자고 들어간 아늑한 카페의 좁은 탁자가 각자의 입맛에 따라 채워지고 따개비처럼 붙어 앉아 잔을 비우며 하는 이야기들은 각양각색이다. 모두가 동시에 이제 좀 살것 같다 말하는 순간에도 언 발이 녹는 속도가 다르듯 긴 아침식사를 끝낸 누군가의 앞으로 느릿느릿 등장하는 마지막 커피잔이 바닥을 보일때까지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들. 지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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