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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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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50센트 동전, 빈 분리파, 클림트 이렇게 똑같이 생겨서 심지어 태어난 해도 같은 생소한 동전들이 서로 떨어져서 굴러다니고 있으면 다른 것들을 옆으로 제쳐 두고 만나게 해주고 싶다. 이 동전은 무덤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에게 제사 지내는 곳 같기도 하고 중동의 사원 같기도 하다. 근데 막상 왕의 묘지라고 생각하면 좀 너무 뻔하다. 가령 왕은 되지 못했으나 후대에 오래도록 회자된 덕망 있는 대군의 묘지라든가 할머니 무릎 위에 올라앉은 세손을 나무라는 며느리 중전에게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인자한 대왕대비마마처럼 왕의 주변에 머물 뿐이었지만 훌륭한 능을 가져 과연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묘처럼 뭔가 다른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싶다. 그것은 아마 동전에 새겨지는 것이 늘 가장 위대하고 가장 유명한 정점의 과거만은 아님을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작년에 오랜만에 한국에 갔을때 아는이들의 집을 방문할때 마다 책 한두권씩을 빌려오곤 했다. 빌려온 정성이있으니 끝까지 읽을것 같았고 돌려줘야하니 그 핑계로 한번 더 만나겠구나 싶어서. 그때 읽은 몇권의 책 중에 김영하의 '퀴즈 쇼'라는 소설이 있었다. 작가 스스로 얘기한것처럼 한창 피씨통신이 유행하던 90년대 후반을 살아 간 작가 또래 세대를 위한 소설이었다. 나는 386세대도 아니고 작가의 또래도 아니지만 나도 분명 그 시대를 살았고 소설의 내용도 무척이나 공감이 됐다. 유니텔이나 천리안같은 피씨통신이 유행하고 번개니 정모 정팅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뛰던 시절이었다 어쩌면 나의 청소년기는 386세대가 공유하고 공감하려했던 것들을 동경하며 마음속에서나마 어른이 되기를 희망했던 시기였는지도 모른다. 얼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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