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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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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감상 두 영화.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영화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경삼림이나 접속, 베를린 천사의 시와 같은 팔구십년대 영화들이야말로 멜랑콜리를 알려줬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배우 자신의 지극히도 개인적인 감상이겠지만 깊이 공감했다. 이것이 이 짧고도 다소 오그라들수도 있는 자전적인 기록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이다. 인간이라면 그 자신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서 결정적인 순간에 건들여지는 자신만의 멜랑콜리가 있어야 한다고 넌시지 말하는 것 같다. 영원한 휴가의 앨리, 소년 소녀를 만나다의 알렉스를 움직였던 그런 보이지 않는 힘 말이다. 자신을 성찰하는 배우의 모습이 극영화 속의 주인공으로 그대로 확장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그런 영화를 이 배우가 만들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기대도 해본다...
<우리 선희> 홍상수 (2013)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홍상수 감독의 새로운 영화의 배경이 수원이란다. 매번 무슨 영화를 만드는지도 만들었는지도 모른채 마치 비디오 가게에 열편씩 나열된 신작 비디오를 발견할때처럼 습관처럼 보아오던 그의 영화인데 영화의 배경 덕택에 처음으로 기대란걸 하고 기다리게 됐다. 수원에 세번을 갔는데 간 목적은 화성이 전부였다. 수원의 시내버스까지 갈아타야 했었는데 그 울렁이는 기분도 추억이 됐다. 고궁 촬영을 즐기는 감독이니 수원에 가서 수원 화성을 지나치진 않겠지? 게다가 새로운 영화에 에서 인상 깊었던 정재영이 나온다니 더더욱 기다린다. 정재영한텐 미안하지만 이 배우는 천만배우 이런거 안되고 그냥 뭔가 이런 귀여운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다. 가끔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 자신도 아카데미 남우주연..
<자유의 언덕> 홍상수 (2014) 올해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 영화제 Kino Pavasaris 에서는 홍상수의 2014년작 도 상영이 된다. 빌니우스의 관객들이 그의 이전 다른 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기를 바란다. 그의 영화들만큼 유기적으로 연결된 영화들이 있을까도 싶고 그 연결 장치조차 우연처럼 가장 할 줄 아는 감독의 연출 방식을 알고 볼때에야 영화가 배로 재밌어지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의 내러티브는 작품내에서가 아닌 오히려 작품외에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든다. 그는 이미 어떤 등장인물이 참가해도 무리가 없는 자신의 이야기 하나를 가진채로 그때그때 시간이 되는 등장인물들을 비슷한 공간에 불러다 놓고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약간 버무려서 영화를 만들어낸다. 사건의 나열은 뒤죽박죽이고 간신히 정립해놓은 인과관계도 익숙한 공간의 뜬금..
<밤과 낮> 홍상수 (2007) 과 까지 이번달에 우연찮게 홍상수의 영화를 두편이나 보았다. 수년간 인터넷 사이트에 띄엄띄엄 올라오던 그의 영화들을 운좋게 놓치지 않았던것인데 어쩌다보니 최신작인 를 빼놓고 그의 모든 영화를 본 셈이 되었다. 매번 거기서 거기인 주인공들이지만 그들이 그 캐릭터들 사이에서 진화하고 퇴보하는 느낌을 준다는것은 퍽이나 웃기다. 예를 들어 잠들어 있는 유정(박은혜)의 발가락을 빨다 핀잔을 듣는 김성남(김영호)의 모습에 에서 김의성이 이응경의 발가락을 빠는 장면이 오버랩되는것처럼 어떤 지점에서 진화하고 퇴보하느냐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 따위는 없지만 혹시 그런게 있다면 그것은 아마 머릿속에 따끈하게 남은 전작의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에 현재 감상중인 영화의 캐릭터를 대입시켜 몰입하는것일 수도 있고 주인공들처럼 한때는..
<북촌방향> 홍상수 (2011) 내가 언젠가 거닐던 익숙한 풍경들은 흑백의 필터를 통해 시간의 정체성을 잃고 나만의 공간이 아닌 모두의 추억처럼 모든 이들의 눈동자에 아로새겨졌다. 영화 이 그랬던것처럼 역시 타인의 눈을 통해 나의 추억을 더듬는 기분이 들어 묘했다. 은행이 노랗게 물들면 유난히 아름다웠던 이 곳 정독도서관. 600원이면 한 그릇 뚝딱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도서관 식당의 가락국수. 전부 읽지도 못할거면서 꾸역꾸역 대출해서 결국은 그대로 반납하곤 하던 소설들. 도서관 무료 상영회에서 동생과 배꼽잡고 보았던 . 그리고 그 웃음을 뒤로하고 문제집이라는 현실로 돌아와야했던 우울한 시간들. 내 기억은 내가 보낸 시간의 일부이고 그 일부의 기억을 우리는 평생 추억하며 살아간다. 을 따라가는 카메라속에 나의 십대와 이십대 초반의 ..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2011) 이번에는 '모항 해수욕장'이 배경이다. 영화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팬션간판을 보여주는데 이런 팬션도 협찬받은게 아닐까 그냥 혼자 생각중. 배우들이 하도 홍상수 영화는 노개런티라고 떠들고 다닌 영향도 있고 설상가상 김상경이 무릎팍도사에서 소주도 자비로 샀다는 얘기를 한마당에 그래도 절에서 기와에 소원 적는거는 돈내고 했겠지 또 혼자 생각해본다. 그의 영화중에서는 그래도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곳이 배경이구나 했는데 는 제주도가 배경이었으니 그건 아니고 아무리 소주에 삼겹살을 구워먹어도 외국배우가 출연을 해서인지 정서적으로 한국같지 않다는 느낌을 주었나보다. 한마디로 모항 해수욕장에서 올 로케로 촬영된 이다. 이런 시나리오로는 샤를롯 갱스부르를 섭외했어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오롯이 '세명의 안느'를 연기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 (2008) 새해 다짐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되도록이면 이러진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해본것이 몇가지 있다. 단지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으로 정해진 시간에 자려들지 말자. 저녁을 먹었다는 이유로 야식을 피하려들지 말자. 내일 쉬는 날이어도 머리가 가려우면 그냥 감자. 뭐 이런 별 쓰잘데기없는 다짐들인데 한마디로 본능에 충실하자 그런거다. 내 자신에게만이라도 좀 덜 설명하는 생활을 해야하지 않을까 해서다. 자잘한 욕구들을 억누르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자정넘어서 또 폭풍쉐프질. 얇은 스파게티면을 삶는데에 고작 6분의 시간이 필요한데 가스렌지 앞에 서기까지 한시간을 망설이는것은 죄악이다. 마늘과 토마토가 익는 시간동안 창밖으로 대여섯대의 차가 지나갔다. 음식을 먹고 빈..
<생활의 발견> 홍상수 (2002) 무릎팍도사에 김상경이 출연했다. 김상경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개그콘서트의 편을 떠올려보면 토크쇼 출연이 그렇게 뜬금없는것 같진 않다. 단지 속의 김상경은 속된말로 찌질했어도 수다스럽진 않았는데. 김상경의 입담에서 박중훈의 위트를 기대했던것이 사뭇 민망해졌다. 김상경 스스로는 자기가 정우성과 송강호의 중간 지점에 있는 배우같지 않냐고 되물었는데 물론 도사들은 그 중간에 이병헌이 있지 않나요 하고 받아쳤지만. 하하하. 김상경은 자신이 가진 평범하고 생활 밀착적인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던것 같다.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살인을 할 만한 극적인 캐릭터가 사실 그에겐 없다. 송강호는 정우성보다 분명 못생겼지만 의 무능력한 회사원을 연기해도 그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김상경은 검사에 의사까지 엘리트를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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