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생활'에 해당되는 글 63건

  1. 2017.09.02 Vilnius 52_여름의 끝 2 (2)
  2. 2017.08.10 리투아니아어 32_리투아니아 Lietuva (1)
  3. 2017.07.29 Vilnius 50_남겨두기 (1)
  4. 2017.07.20 Vilnius 47_꽃과 컨테이너
  5. 2016.10.16 Vilnius 43_구시가지 타운홀 근처에서 (2)
Vilnius Chronicle2017.09.02 08:00




여름이 짧은 리투아니아에도 덥고 습한 시기가 일이주간은 지속되기 마련인데 이번 여름은 마치 예고된 태풍처럼 '여름'이라고 명명된 '8호 더위'와 같은 느낌으로 하루 이틀간의 온도 상승만 보여주고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행성의 지위를 상실해버린 명왕성처럼 리투아니아에서 여름이 계절의 지위를 잃어버리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개학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8월의 어느날. 구시가지의 보키에치우 Vokiečių 거리에 위치한  학교 창문밖에서 분주히 일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오랜 여름 휴가를 끝내고 가까스로 직장에 복귀했는지도 모른다.  방학내내 사용되지 않아 꾸덕꾸덕해진 브러쉬를 거품낸 물이 담긴 양동이에 담근채 불꺼진 복도를 지나 오후의 태양이 한껏  팔을 뻗고 들어오는 창으로 다가서는 그를 상상해본다. 비가 잦은 빌니우스에서 창문 닦는 시기를 적절히 포착하는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게다가 제때 닦지 않은 창문은 거짓말하지 않는 햇살 앞에서 얼마나 날것이 되는지.  잘 닦인 유리창과 쇼윈도우들은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여럿중의 하나일것이다.  바닥에 고인 물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높은 하늘을 투영하는 곳이다.  빌니우스의 그 드라마틱한 하늘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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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08.10 09:00



(Vilnius_2016)



3월말에 서울에서 돌아와서 맞닥뜨린 빌니우스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이 건물이 없어진것이다. 이 건물은 이제 없다. 그냥 없다. 없다는것만큼 명백한것이 없다.  없는것을 제외하면 없는것은 없는것이다.  '우리 리에투바 극장 앞에서 만나자' 하면 '어? 그거 오늘 거기에 없을걸? 그거 없어졌잖아.'  라고 말하는것이다.  무심코 서있었던 콘크리트 덩어리 들이지만 특정 시간과 공간속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가느다랗게나마 생채기를 남긴다.  회색 하늘 아래에서 더 짙은 회색으로 반짝였던 저 Lietuva 라는 글자도 이제는 없다.  빌니우스의 중앙역 부근부터 시작해서 구시가지의 핵 Gediminas 대로까지 구시가지를 감싸안듯 척추처럼 연결되는 Pylimo 거리의 허리쯤에 위치한 이 건물은 한때 '리투아니아 Lietuva ' 라는 이름을 걸고 극장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거의 10년도 넘게 이 장소는 방치됐고 난 이 건물이 제 기능을 하는 모습을 결국 한번도 보지 못했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가 본것은 이따금 업데이트되는 냉소로 가득찬 스프레이 낙서와 붙인 자리에 또 붙여지고 또 다시 덧붙여져 역사를 만들어가던 공연 포스터들이었다.  저 얕은 계단에 앉아 음주를 즐기는 청소년들과 집없는 자들도 무수히 맞닥뜨렸다. 과연 언제쯤 이 버려지고 황폐해진 오래된 극장을 쓸고 닦고 광을 내서 빛을 보게해 줄 자가 나타날것인가.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걸까. 그렇게 오랫동안 안타까워했는데 정작 드디어 그런 사람이 나타났다고 하니 청개구리처럼 마음이 좋지가 않다.  아마 기존의 건물을 수리하고 새단장하는것이 아니고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전혀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는것에서 마음 한켠이 서늘해진것 같다. 이곳에서  수업을 빼먹고 영화를 봤다거나 주머니속 동전을 탈탈 털어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기억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오며가며 바라본 움직임없는 그 풍경만으로도 짧은 시간속에 노스탤지어가 생겨버린것이다. 건물을 지나치던 무수한 행인중의 하나였을 나의 추억도 거대한 굴삭기로 파헤쳐저 파쇄기의 소음과 함께 공중분해되었다.





이 극장 뿐만아니라 이 극장의 뒤쪽의 언덕배기에도 극장의 왼편에도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의 방치된 건물들이 많았는데 2년 사이에 새로운 주택들이 지어지고 극장 왼편의 새롭게 리노베이션된 건물 일층에도 카페 두개와 베이커리 하나가 자리를 잡았다.  일전에 레몬 타르트를 먹었던 커피가 맛없던 카페와 (http://ashland11.com/430)  리투아니아의 성공한 카페 브랜드 커피인의 로스터리와 향초가게와 고급 식료품점도 들어섰다. 물론 불에 탔거나 부서지기 일보직전이었던 그런 건물들은 그리고 이 극장 건물 또한 이미 오래전에 누군가가 사들인 상태였을것이다.  입찰을 받고 재원을 모으고 설계자를 찾고 건설과 관련된 행정 업무등등에 쏟아야 했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을것이다.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낸다는것은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오랜 시간이 녹아들어간 꿈이었을것이다. 빌니우스의 구시가지가 점점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장소에 이 카페들이 생겼을때만 해도 극장이 드디어 수리에 들어가나보다 했는데 왠걸 아예 철거를 하고 이 장소는 2018년 말에 모던 아트 뮤지엄 개관을 앞두고 있다. 건축 설계를 맡은 사람은 다니엘 리베스킨트이다. 이 건축가의 작품은 부산에서도 봤다. 얼마전에 보고 온 베를린 유태인 뮤지엄을 지은 사람인데 사실 난 그 건물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된다. 가뜩이나 이 극장 자리는 부지가 넓지도 않고 트롤리버스 정거장도 있고 주변의 주택가들도 상당히 근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이런 요소들에 조화를 이룰 건물을 어떤식으로 지어낼지 궁금해진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07.29 09:00



Savičiaus 거리. 타운홀을 앞에두고 걷다보면 분수대 근처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이 있다.  이 거리에는 빌니우스가 사랑하는 오래된 두 식당, 발자크와 블루시네가 있고 (http://ashland.tistory.com/222) 구시가지에서 가장 허름하고 음산한 버려진 느낌의 교회 하나가 거리의 끝무렵에 자리잡고 있다.  타운홀 광장을 중심으로 이 거리와 대칭을 이루는 지점에서 뻗어나가는 꼬불꼬불한 Stiklų 거리가 관광지 냄새를 물씬 풍기며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빌니우스의 거리라면 이곳은 구시가지 곳곳을 익숙한 발걸음으로 걷던 현지인들에게도 일부러라도 한번 찾아가서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숨은 보석같은 거리이다. 특별히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거나 그런것은 아니지만 이 거리에 들어서면 왠지 조용히 쉬어갈 곳을 찾을 수 있을것 같은 그런 평안함이 있다. 그런데 이 거리는 구시가지 내에서도 유모차에 가장 친절하지 않은 길이었다. 유모차가 겨우 지나갈 폭이 좁은 보도블럭은 이곳 저곳에서 쏟아져나온 야외테이블이 점령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보도 블럭 사이의 좁은 길은 구시가지의 가장 투박하고 거친 돌들의 집합소라고 해도 좋을만큼 움푹 패인곳이 많았다. 그리고 며칠전 열기구가 뜨는 모습을 보고 이 길에 들어섰는데 놀랍게도 길이 정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거리의 한 조각은 고스란히 남겨둔채였다. 오래된 건물의 리노베이션이 진행되면 못알아볼 정도로 외관이 바뀌는 경우가 많지만 보통 옛 건물의 흔적은 한 토막씩 남겨둔다. 건물을 다 부수고 수리를 하는 경우에도 건물 외벽은 두툼한 철근으로 고정시켜서 부수지않고 남겨둔다.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것. 내것이라고 점찍어두고 매만져 볼 수 있는 어떤 돌들이 묻혀 있는 곳. 남겨진다는것은 참 고귀한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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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07.20 09:00


오늘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퇴근하는 친구와 함께 친구네 집에 잠깐 들렀다. 구시가지에 있는 친구네 집 마당에는, 정확히 말하면 여러 가구가 함께 공유하는 작은 중정인데 큰 나무 한 그루가 있고 주위에 작은 돌담처럼 돌려 막아놔서 앉아 있으면 차도 내어오고 맛있는 비스킷도 주고 아이들이 뛰어 놀 수도 있고.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생각이 나면 연락을 해서 들르곤 한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앉아 있다 오려고 했지만 여름 별장에 간다고 해서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다. 러시아의 다챠처럼 리투아니아에도 일반적으로 교외에 작은 시골집같은 썸머하우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여름이 되면 꽃도 심고 샤슬릭도 구워먹고 그러는 곳.  주말도 아닌데 거기가면 내일 아침에 훨씬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함에도 곧 지나가버릴 여름이 아쉬워 도시에 있기가 싫다는것이다. 도시..구시가지..친구에게는 구시가지도 답답한 도시이다.  이 골목을 지나다니는 관광객들이 이곳 사진을 찍으려고 자주 들어오는데 친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종종 말한다.  어려서 아이를 낳아 이미 20살 딸 아이가 있는 나보다 좀 나이가 많은 친구인데 이 집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으니 집을 나서면 펼쳐지는 구시가지의 관광 명소 분위기도 친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인것이다. 얼마전 갑작스레 큰 비가 왔을때 바닥이 가라앉아서 자기 키만한 웅덩이가 생겼는데 시멘트 5포대로 겨우 막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위에 서있는 작은 화장실 같은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얼핏 공중 화장실도 같고 창고 같기도 한 화분이 매달려져 있는 저곳은 쓰레기 컨테이너라고 했다. 여러가구들이 내다 놓는 쓰레기 봉지들이 보기 싫으니깐 그렇다고 컨테이너를 놓기에도 쓰레기차가 진입할 수도 없는 좁은 골목이니 친구의 아버지가 뚝딱뚝딱 만들어 놓으신 거라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은 그런건가 보다. 게다가 사람의 손길은 꽃과 같으니.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6.10.16 20:38

 

(Vilnius_2016)



바다가 있을 것 같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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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