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카페'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17.10.31 커피들 (2)
  2. 2017.10.24 빌니우스 카페_Her Excellency (1)
  3. 2017.10.22 남겨진 커피
  4. 2017.10.15 리투아니아어 44_한국 Pietų Korėja (4)
  5. 2017.09.23 누군가의 커피 (4)
Coffee2017.10.31 08:00




이 카페에는 파묻혀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다란 소파가 있다. 빌니우스에서 소파 감자가 아니라 소파 커피가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카페이다. 책이든 잡지든 이만큼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가면 보통은 다 읽어내게 하는 마법의 소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소파 자리를 항상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때엔 높은 의자가 놓여진 창가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 구경을 할 수 있다. 한국과 리투아니아의 시차가 6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어난 어제, 항상 그렇듯 온 종일 비가 내렸다.  커피 빛깔 만큼이나 익숙해진 어두컴컴한 낮의 빛깔, 어찌됐든 리투아니아의 이런 날씨를 사랑한다.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혼자서 앉기엔 좀 미안한 가장 넓은 자리에 앉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동석한 낯선 이들과 짧게 나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마침 근처 빵집에서 리투아니아 과자를 사갔던 바람에 베를린에서 왔다는 스페인 남자와 독일 여자 부부와 나눠먹었다. 그들은 1살배기 여자 아이와 함께 였다.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실내 공간에 대해 물었지만 별로 대답해 줄 수 없었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그런 공간이라면 지나다니면서 본 아기 전용 미용실 한 군데 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근처 호텔에서 머물고 있다는 그들은 화요일에 돌아간다고 했다.  또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그들은 카페를 떠났다. 이 카페는 거의 매일 지나는 골목 어귀에 있어서 왠지 정말 한번 더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뒤이어 단체 여행객들이 들어왔다.  건장한 여자 한 명과 남자 두명이 앉았다. 일부는 서서 커피를 마셨다. 그들은 무슨 컨퍼런스때문에 빌니우스에 모인 유럽 각국의 사람들이었는데 일이 다 끝나서 남은 이틀은 자유 여행을 할 것이라고 했다. 비가 좀 오지만 빌니우스가 내려다보이는 좋은곳을 물어서 대성당 근처의 언덕에 오르라고 알려줬다. 





쉴새 없이 내 앞의 빈 커피잔들을 치우던 여자 직원이 오늘처럼 이렇게 여행객이 많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가 넓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대꾸해줬다. 그리고는 소파로 파고 들었다. 뒤이어 누군가가 앞에 와서 앉았지만 커피를 마시진 않았고 잠시 혼자 중얼거리다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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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7.10.24 08:00



빌니우스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이 길을 한 번 정도는 지난다.  종탑이 개방된 성 요한 교회가 속한 빌니우스 대학과 대통령 집무실이 자리잡고 있는 Universiteto 거리.  이 거리에는 내가 빌니우스에 왔던 첫 해, 이른 아침의 리투아니아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가서 빵을 사곤 했던 작은 베이커리가 있었다. 그곳을 몹시 좋아했는데 없어지고 이태리식 베이커리가 생겼었고 그곳도 문을 닫고 지금 그곳엔 중국 식당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근처에 카페가 생겼다. 비오는 어느 날 커피 마시러 갔다. 





요새 빌니우스 카페 어딜 가도 이런식의 브루 바가 있는데. 난 잘 모르겠다.  





제빵업을 겸하고 있는 식당 동료가 모양이 안 예뻐서 팔 수 없는 까늘레를 한 접시씩 가져와서 부엌에 놔두곤 했다. 그때 너무 먹어서 잠시 질렸던 기간이 있었다. 많이 달지 않고 촉촉하고 크기도 적당해서 개인적으로 에스프레소에 가장 잘 어울리는 디저트라고 생각. 그래서 카페에 이들이 있으면 우선 기분이 좋아진다. 마카롱은 그냥 너무 달고. 에클레어는 에스프레소에 먹기에는 양이 많고. 작은 비스킷들은 텁텁해 지는데 이들은 부드럽고 그냥 맛있다.  





슬로바키아 커피 잡지 Standart.  지난 여름에 다른 카페에 팔기에 한 권 사서 봤음.





여러 색상의 커피 잔을 고루고루 사용하는 이 곳.





저렇게 커피를 기다리고 있는 텅 빈 받침이 참 좋다.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까늘레.  요즘 에스프레소 대신 자주 마시는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카페 공간이 워낙에 좁은데 테이블도 높아서 더 협소하게 느껴지는데 의외로 아늑했다. 이 거리의 건물들이 모두 오래된 건물들이라 건물 천장이 높기도 했지만 문옆으로 난 두개의 창문에 예전 빵집이 생각났다. 거리가 좁아서 여름이 되도 야외에 테이블을 놔둘 수 없다는게 아마 이 카페로썬 아쉬울 것 같다.  




제발 커피를 다 마시고 나갈때에도 비가 오기를 기대했다. 안 그러면 분명 우산을 놔두고 나갈 것이다. 우산을 잊어버리고 놔두고 갈때엔 옆에 세워놔도 문 앞에 걸어놔도 그냥 놔두고 가는 것이다. 우산은 그런 놈.  이날은 다행히 비가 계속 와서 잊지 않고 챙겼고 다음 카페로 가서 담쟁이 옆에 세워두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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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offee2017.10.22 00:00




불안은 오히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커피를 두 잔을 마신다. 인류 평화의 정점이다. 문 근처에서 끽연을 마친 카페 직원이 멀리서부터 내 얼굴과 커피잔을 번갈아 보며 다가온다. 불안함이 존 트라볼타처럼 스테이지로 미끄러진다. 당연한 표정으로 빈 잔 하나를 치워주려는 행동을 취한다.  불안함이 칸첸중가 즈음에 머문다. 나는 전혀 설득력없는 어조로 나지막히 그냥 놔둬도 된다고 말한다. 너무나 사려깊고 칭찬 받아야 마땅한 그의 행동인데 그는 나로 인해 상처를 입고 두번 다시 그 누구의 빈 잔도 치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멋쩍어져 걸어들어가는 그의 뒤로 앞치마가 민망함에 뒤로 쭈뼛쭈뼛 펄럭인다. 그제서야 불안함이 깍아지른 크레바스로 빨려 들어간다. 나를 떠나도 될 것들은 테이블 귀퉁이에 슬쩍 밀어놓으면 된다.  크림이 굳어진 숟가락이나 굴러 떨어진 블루베리 한 알이 무심하게 굴러다니는 그런 디저트 접시 같은 것들. 그렇지 않은 것들은 끝끝내 붙잡고 있고 싶은 것이다. 빈 소주병을 줄 세우는 취객들처럼  커피잔 밑바닥에 고스란히 남은 설탕이 아직 내것이라 여기며.  끝끝내 커피잔을 사수하지 못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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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10.15 08:00



어릴 적 동네 소아과 선생님의 '어디보자아'하는 친절한 목소리와 함께 혀를 짓누르고 들어오던 스테인리스 설압자. 이 카페에서는 바닥이 얕은 커피잔에 담겨지는 커피에는 늘상 그 설압자 같은 스푼을 놓아준다. (http://ashland11.com/385). 얼마전에 우유를 작은 병에 따로 담아주던 것이 기억나서 오늘도 밀크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귀여운 스푼도 딸려 나왔다. 이곳은 생강 쿠키 하나도 함께 얹어 준다. 읽으려고 가져 간 잡지에 뜬금없이 '한국'이 제목에 들어간 기사가 있었다. 리투아니아의 언론에 한국이 등장하는 경우는 보통 북한 관련 소식이다.  인도에 가서 인도 사람들에게  카슈미르 같은 분쟁지역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노프라블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참 많다. 언론에 보도되는 북한 관련 이야기들을 진정 걱정 섞인 눈빛으로 물어오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노플라블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보도를 통해 접하는 남의 나라 전쟁 관련 소식들은 현지에서 체감하는 것보다는 항상 좀 더 공포스러운 것 같다. '전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안일한 발상인데 말이다. 게다가 러시아의 탱크가 산 사람들을 짓밟고 지나간 역사가 아직 엊그제 뉴스처럼 생생한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나저나 기사의 제목은 '로봇세 도입을 눈 앞에 둔 한국' 정도로 의역할 수 있겠다.  한국 자체에 대한 기사라기 보다는 로봇세 도입에 대한 전박적 경향에 대한 기사인데 우리나라 로봇세 도입도 아직 확정되지 않지 않았나? 기사에서는 내년에 도입한다고 나온다. 잘못 읽었나?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한국은 Pietų Korėja. 남한이다. 재밌는것이 리투아니아의 아침 점심 저녁이 Rytas, Pietus, Vakaras 인데 다시 말하면 동쪽 남쪽 서쪽이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그대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그냥 '피에투 코레야' 라고 말하는게 좋다. 코레야라고 말하면 남쪽? 북쪽? 이라고 다시 물어보는 슬픈 현실. 그건 뭐 세상 어디가도 그렇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Coffee2017.09.23 08:00



어느 일요일 오후, 집을 나서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카드를 놔두고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현금 카드랑 마트 카드만 들고 마트에 갈 때가 많다 보니 쓰고 나서도 종종 다시 지갑에 집어 넣는 것을 깜박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잡아 타고 대성당 근처에 내려서 어느 상점 계산대 앞에 섰을 때에야 동전도 카드도 없어서 오늘의 나는 커피 한 잔도 사 먹을 수 없겠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동전을 탈탈 털어도 1유로가 모아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마신 이 커피 사진들은 그 날 집을 나와서 걷다가 자전거를 타기 직전 찍은 사진이다. 빌니우스의 모던 아트 뮤지엄 건설이 한창인 그 거리의 자전거 스탠드 앞에 카페 세 곳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의 이런 풍경들은 기분 좋은 질투심을 불러 일으킨다. 누군가가 마시고 간 커피 만큼 아직도 커피를 마시지 않은 우리를 각성하는 카페인은 없는 것이다.  





셋 중의 두번째 카페의 커피 잔. 좋아하는 색깔. 기본 3색도 흑도 백도 아니지만 완전하다 느껴지는 색.  비가 잦은 빌니우스에서 이런 야외 테이블의 의자들은 보통은 비가 고이지 않도록 테이블 가장자리에  이마를 댄 채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의자들을 곧추 세워 놓고 받침 위에서 미세하게 달그락 거리는 커피잔을 들고 밖으로 나와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커피의 결이 경사진 바닥 위 테이블의 10도 남짓한 각도를 감지하고 얄궂게 넘쳐 흐를 때,  쏟아 넣은 설탕이 불어오는 바람을 붙잡고 서서히 녹아 들어갈 때,  커피가 땅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그런 친절한 진동을 감내하는 순간은 그것이 나 아닌 누군가의 커피여도 가슴 한 켠을 따뜻하게 한다.  그날 나는 결국 집으로 돌아와 카드를 챙겨서 다시 나갔다. 내가 마신 오후의 빈 커피잔도 얼마간은 테이블 위에 머물러 있었기를. 그리고 얼마 후에 또 다른 내용의 커피를 담고 나의 그것과는 다른 햇살과 바람을 마주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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