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카페'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6.10.02 커피와 물 2 (1)
  2. 2016.09.16 빌니우스 카페_Crooked nose & coffee stories (10)
  3. 2016.08.28 커피와 설탕 (4)
  4. 2016.08.19 레몬타르트, 타협의 정점 (3)
  5. 2016.07.25 [빌니우스풍경] 오랜만의 엽서 (4)
Coffee2016.10.02 08:00



물을 마실때 잘 흘린다. 이쯤에는 입이 있다고 생각하고 컵을 기울이는데 황당하게 그냥 쏟을 때가 있다.  컵을 입으로 좀 더 가까이 가져가야 할 순간에 불필요하게 서두르는것인지 아무튼 당황스럽다.  가끔가는 이 카페에는 직접 물을 담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보통 진한 커피를 먹을때 큰 물병에 물을 담아가서 커피는 금새 마시고 천천히 앉아서 물배를 채우고 나온다.  그런데 수도꼭지(?) 에서 물이 나오는 부분이 뻔한데도 매번 컵을 잘못된 위치에 놓아 이곳에서도 물을 자주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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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6.09.16 08:06





집에서 5분정도 떨어진 곳에 로스터리가 한군데 있다.  1년 반 전쯤 완전 주택가의 볕이 아주 잘드는 신축 주택 단지의 1층에 생겼는데 다행히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마트에서 집으로 곧장 가는 길에서 옆길로 약간 새어야 하긴 하지만 아침에 한두시간 정도 여유가 생길때, 돌아다니다 잠깐 조용히 앉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집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르곤한다.  




이곳의 이름은 Crooked nose,  리투아니아의 법인 이름도 Krieva nosis,  삐뚤어진 코이다.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는지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질문에 답하는게 이력이 났을 수도 있으니 물어보지 않을 생각이다. 혹여 뭐라고 답해줄지 모르면 여러 손님이 있는 가운데에서 난처해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은 모두가 서로의 숨소리를 공유할 수 있을정도로 침묵이 흥건히 고여있는 공간이다.  누군가가 내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경우도 드물다.  가끔 들러서 속삭이고 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곳이 외진 거리에서 아직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던것은 아마 가게의 철학이 확실하기 때문인것 같다.  커피를 정신없이 탬핑하고 번쩍거리는 머신에서 커피가 쏴 하고 요란스럽게 추출되는 소리를 등지고 서서 그 사이에 계산을 하는 여느 카페들의 모습이 이곳에는 없다. 이곳에는 다양한 핸드 드립이 있고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가 없으며 커피에 곁들일 수 있는 디저트도  리투아니아의 전통 과자인 Šakotis 샤코티스 가 전부이다. 그래서 드립커피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아도 이곳에 오면 로마에 와서 로마의 법을 따라야하는것처럼 순순해진다.  누군가가 뭔가에 애정을 쏟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것이다. 





이곳에는 항상 볕이 든다.  지난 겨울에는 이 카페가 위치한 긴 보도블럭을 볕을 쏘여주겠다고 유모차 덮개를 젖힌채 1시간 넘게 왔다 갔다하던때가 많았다. 그 겨울은 날씨가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렸던 인생 최초의 겨울이었던것 같다. 





짙고 둔탁한 나무의 느낌을 더 좋아하지만 아마 이렇게 밝고 완전무결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을것이다.  사실은 약간 가학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디자인의 가구들이다.  





아마도 이들의 가장 귀한 재산일지도 모르는것.  





아마도 그런 존재는 이런 작은것들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계란과자와 비슷한 맛의 리투아니아 전통 과자. 샤코티스.  주문을 하면 커피가 내려지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창고로 들어가서 부스럭 부스럭 과자를 분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준비물들. 마치 도자기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첫 작품을 전시해놓은 느낌이 든다. 물체들 사이의 미묘한 간격과 알력이 느껴진다. 




이들이 항상 지친 기색없이 손으로 가리키며 기구들 사이의 차이점을 설명해주는 메뉴. 





보통은 지나치게 시지 않은 최대한 쓰고 진한 커피를 달라고 한다. 그러면 커피콩이 든 용기를 다 열어서 냄새를 맡게 해준다. 보통은 과일향이 강조된 콩, 넛종류 향이 진한 커피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하루에 몇번의 용기를 열었다 닫을까. 특히 저 용기들은 밀폐력이 좋아서 뚜껑 열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작년에 맨 처음 갔을때 수도 꼭지 어디서 사셨어요 라고 물어봤는데 적절한 답변을 듣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집에 물 나오는곳은 수리를 다해서 알아도 소용없지만.  





지지난주에 마셨던 커피. 





가끔은 드립커피가 바퀴벌레 날개 처럼 엷은 빛을 띄며 결벽증 커피 같은 느낌을 풍길때가 있다. 그래서 드립커피는 오히려 깊고 좁은 잔에서 마시는게 좋은것 같다.     





어제 마신것.  150ml 가 약간 모자른 감이 있어서 300ml로 주문했더니 아예 드립서버를 함께 주었다. 300ml는 또 너무 과한 감이 있었다.   





그윽한 커피의 유분.  냅킨이 예뻐서 책갈피로 넣어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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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offee2016.08.28 08:00



1년여만에 간 어느 카페. (http://www.ashland11.com/232)  설탕 봉지 속에 적혀있던 문구 Ar jums tikrai manęs reikia? (뒷면에는 'Do you really need me?) . 인생에 해로운것은 절대 설탕이 아니다.  했던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성가시게 한번 더 생각하게끔 하는 생활 속의 작은 이데올로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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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offee2016.08.19 08:00



맛없는 커피를 만났을때에도 타협의 여지를 주는것들이 있다.  묽고 쓴 맛없는 커피가 변명하지 않고 저자세를 취할때.  병에 담긴 물이 침묵할때.  무심하게 흩뿌려졌지만 언제나 배려에 여념이 없는 피스타치오와 함께  기대하지 않았던 레몬 타르트가 협상 테이블위의 날렵한 분쟁 해결사가 되어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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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6.07.25 08:00



커피를 줄때 우유를 따로 내어주는곳도 좋다. 우선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설탕을 넣어서 한 모금 마시고 원한다면 우유를 부을 수도 있다.  정 아니면 우유를 따로 마실 수도 있다. 이 베이글 카페는 10센트를 추가하니 따뜻한 우유를 따로 내어주었다. 같은 커피 두잔을 주문하고 우유를 추가했는데 커피 한 잔은 약간 큰 잔에 담아주었다.  기계에서 추출된 획일적인 커피 맛이 좋다. 그럼에도 커피 맛은 전부 다르다.  내가 짐작할 수 있는것이라곤 각설탕을 혀 위에 얹으면 녹아버릴것이라는 사실 뿐이다.




카페 건너편에는 작은 출판사가 있었다. 이 출판사의 책을 한권 가지고 있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조각과 동상들에 관한 책이다.  이 거리를 지날때마다 바깥에 내놓은 엽서 진열대를 마주치곤 했기에 나중에 엽서를 한장 사서 건너편에서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에게 엽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엽서 진열대를 꺼내놓지 않아서 엽서를 사러 안으로 들어가야했다.  대여섯명의 직원들이 한 겨울 난로 근처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양상으로 저마다의 일에 분주했다.  한쪽 창문과 다른 쪽 창문의 사무실은 개방된 채 두세개의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사무실 한켠에는 팔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출판사의 연혁을 설명하듯 진열된것에 가까워보이는 엽서들이 놓여져 있었다.  나는 어렵지 않게 엽서 한장을 골랐고 현금 50센트가 없어서 카드를 써야했다.  갑자기 들어온 외부인에 약간 당황한듯한 직원들이었는데 카드 사용에도 난처한 기색을 보이지 않아서 고마웠다.  불편한 표정을 보였더라면 엽서 두세장을 더 샀을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를 생각해서 두번째 세번째 엽서도 미리 봐두었다.  내가 가진 책도 진열되어 있어서 이 책이 너무 좋은데 책이 잘 팔리는지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화를 위한 대화를 이어가기에는 카드 단말기를 마주하고 흐르던 침묵은 헝클어버리기 아까운 커피의 크레마처럼 섬세했다.  




엽서 속 그림을 지배하고 있던 것도 어떤 침묵이었다.  침묵은 두 종류이다.  더 커다란 침묵으로 감싸줘야 할 종류의 절대적인 정적과  모든 상처를 감수하고 깨뜨려야 하는 위험한 고요.   나는 쉽사리 엽서를 뒤집을 수 없었다.  은근한 빛과 파도 내음이 감도는 어둡고 잔잔한 바다.  커튼은 흔들림없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호텔방에 들어서서 쉽사리 짐을 풀지 못하고 멍하니 서서 창밖을 응시하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그려졌다.  혹은 이미 문 옆에 짐을 내려 놓고 밖으로 나가 벽에 등을 대고 철퍼덕 앉아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듬성듬성 놓여진 가구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던 그 정적은 기다려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출구가 없는 통유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갑갑해졌다.  흩트러 버리고 싶지 않았던 침묵을 삼키려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는듯했다.  나는 받는이를 결국 생각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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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