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카페'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7.10.22 남겨진 커피
  2. 2017.10.15 리투아니아어 44_한국 Pietų Korėja (4)
  3. 2017.09.23 누군가의 커피 (4)
  4. 2017.09.03 빌니우스 카페_Taste Map (2)
  5. 2016.10.03 Vilnius 41_굴뚝과 크레인 (3)
Coffee2017.10.22 00:00




불안은 오히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커피를 두 잔을 마신다. 인류 평화의 정점이다. 문 근처에서 끽연을 마친 카페 직원이 멀리서부터 내 얼굴과 커피잔을 번갈아 보며 다가온다. 불안함이 존 트라볼타처럼 스테이지로 미끄러진다. 당연한 표정으로 빈 잔 하나를 치워주려는 행동을 취한다.  불안함이 칸첸중가 즈음에 머문다. 나는 전혀 설득력없는 어조로 나지막히 그냥 놔둬도 된다고 말한다. 너무나 사려깊고 칭찬 받아야 마땅한 그의 행동인데 그는 나로 인해 상처를 입고 두번 다시 그 누구의 빈 잔도 치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멋쩍어져 걸어들어가는 그의 뒤로 앞치마가 민망함에 뒤로 쭈뼛쭈뼛 펄럭인다. 그제서야 불안함이 깍아지른 크레바스로 빨려 들어간다. 나를 떠나도 될 것들은 테이블 귀퉁이에 슬쩍 밀어놓으면 된다.  크림이 굳어진 숟가락이나 굴러 떨어진 블루베리 한 알이 무심하게 굴러다니는 그런 디저트 접시 같은 것들. 그렇지 않은 것들은 끝끝내 붙잡고 있고 싶은 것이다. 빈 소주병을 줄 세우는 취객들처럼  커피잔 밑바닥에 고스란히 남은 설탕이 아직 내것이라 여기며.  끝끝내 커피잔을 사수하지 못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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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10.15 08:00



어릴 적 동네 소아과 선생님의 '어디보자아'하는 친절한 목소리와 함께 혀를 짓누르고 들어오던 스테인리스 설압자. 이 카페에서는 바닥이 얕은 커피잔에 담겨지는 커피에는 늘상 그 설압자 같은 스푼을 놓아준다. (http://ashland11.com/385). 얼마전에 우유를 작은 병에 따로 담아주던 것이 기억나서 오늘도 밀크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귀여운 스푼도 딸려 나왔다. 이곳은 생강 쿠키 하나도 함께 얹어 준다. 읽으려고 가져 간 잡지에 뜬금없이 '한국'이 제목에 들어간 기사가 있었다. 리투아니아의 언론에 한국이 등장하는 경우는 보통 북한 관련 소식이다.  인도에 가서 인도 사람들에게  카슈미르 같은 분쟁지역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노프라블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참 많다. 언론에 보도되는 북한 관련 이야기들을 진정 걱정 섞인 눈빛으로 물어오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노플라블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보도를 통해 접하는 남의 나라 전쟁 관련 소식들은 현지에서 체감하는 것보다는 항상 좀 더 공포스러운 것 같다. '전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안일한 발상인데 말이다. 게다가 러시아의 탱크가 산 사람들을 짓밟고 지나간 역사가 아직 엊그제 뉴스처럼 생생한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나저나 기사의 제목은 '로봇세 도입을 눈 앞에 둔 한국' 정도로 의역할 수 있겠다.  한국 자체에 대한 기사라기 보다는 로봇세 도입에 대한 전박적 경향에 대한 기사인데 우리나라 로봇세 도입도 아직 확정되지 않지 않았나? 기사에서는 내년에 도입한다고 나온다. 잘못 읽었나?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한국은 Pietų Korėja. 남한이다. 재밌는것이 리투아니아의 아침 점심 저녁이 Rytas, Pietus, Vakaras 인데 다시 말하면 동쪽 남쪽 서쪽이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그대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그냥 '피에투 코레야' 라고 말하는게 좋다. 코레야라고 말하면 남쪽? 북쪽? 이라고 다시 물어보는 슬픈 현실. 그건 뭐 세상 어디가도 그렇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Coffee2017.09.23 08:00



어느 일요일 오후, 집을 나서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카드를 놔두고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현금 카드랑 마트 카드만 들고 마트에 갈 때가 많다 보니 쓰고 나서도 종종 다시 지갑에 집어 넣는 것을 깜박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잡아 타고 대성당 근처에 내려서 어느 상점 계산대 앞에 섰을 때에야 동전도 카드도 없어서 오늘의 나는 커피 한 잔도 사 먹을 수 없겠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동전을 탈탈 털어도 1유로가 모아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마신 이 커피 사진들은 그 날 집을 나와서 걷다가 자전거를 타기 직전 찍은 사진이다. 빌니우스의 모던 아트 뮤지엄 건설이 한창인 그 거리의 자전거 스탠드 앞에 카페 세 곳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의 이런 풍경들은 기분 좋은 질투심을 불러 일으킨다. 누군가가 마시고 간 커피 만큼 아직도 커피를 마시지 않은 우리를 각성하는 카페인은 없는 것이다.  





셋 중의 두번째 카페의 커피 잔. 좋아하는 색깔. 기본 3색도 흑도 백도 아니지만 완전하다 느껴지는 색.  비가 잦은 빌니우스에서 이런 야외 테이블의 의자들은 보통은 비가 고이지 않도록 테이블 가장자리에  이마를 댄 채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의자들을 곧추 세워 놓고 받침 위에서 미세하게 달그락 거리는 커피잔을 들고 밖으로 나와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커피의 결이 경사진 바닥 위 테이블의 10도 남짓한 각도를 감지하고 얄궂게 넘쳐 흐를 때,  쏟아 넣은 설탕이 불어오는 바람을 붙잡고 서서히 녹아 들어갈 때,  커피가 땅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그런 친절한 진동을 감내하는 순간은 그것이 나 아닌 누군가의 커피여도 가슴 한 켠을 따뜻하게 한다.  그날 나는 결국 집으로 돌아와 카드를 챙겨서 다시 나갔다. 내가 마신 오후의 빈 커피잔도 얼마간은 테이블 위에 머물러 있었기를. 그리고 얼마 후에 또 다른 내용의 커피를 담고 나의 그것과는 다른 햇살과 바람을 마주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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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7.09.03 08:00



Taste Map, 빌니우스의 이 카페를 좋아한다. (http://ashland11.com/232) 사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장소들에서 이 카페가 결코 멀지 않지만 구시가지를 벗어나 외곽으로 빠지는 방향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오기엔 그 위치가 애매하다.  혹시 일본 대사관이나 라트비아 대사관에 갈일이 있다면,  빌니우스 대학의 의대생과 친해져서 그들의 학교를 방문하기로 했다면, 빌니우스 구시가지에서 가장 가깝고 큰 공원인  Vingis 에 가려고 한다면 이 카페를 지나칠 수 있다.  문을 연지 2년이 좀 넘은 이 카페는 성업중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랬더랬다.  나는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의 첫모금이 좋다. 가까스로 찾아낸 시간을 쏟아지지 않게 가방에 담고 어깨에 이고 이곳에 도착해서 들이키는 따뜻한 한 모금은 큰 기쁨이다.  이들이 구시가지 깊숙한 곳 어딘가에 2호점을 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 카페가 위치한 건물 일층에는 디저트 카페와 프랜차이즈 카페 하나가 더 있다. 건물 모서리에 자리 잡은 이 카페는 다른 두 장소보다 훨씬 안락한 위치에 야외 테이블이 있어서 보통은 이곳에 온다. 카페 자체의 독자적인 느낌도 좋다. 




그런데 이날은 큰맘먹고 옆의 디저트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디저트뿐만 아니라 간단한 식사거리도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던터다. 이 카페의 이름은 Atostogos, 즉 휴가 라는 뜻이다. 예전에 이 단어에 대해서 짧게 쓴적이 있다. (http://ashland.tistory.com/462). 카페문에 트립 어드바이져 스티커도 붙어 있고, 동물 환영해요 스티커와 우리 카페는 사용하는 음악에 대한 음원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와 같은 스티커들이 줄줄이 붙어 있다.  





두시가 넘은 시각, 이 날 이곳엔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저번에 지나쳤을땐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보통 이른 아침이나 점심 무렵에 붐비는가 보다.  하얀 유니폼을 입은 여자 세명이 서있었다. 두명은 제과사로 보였고 한명은 주문을 받는 직원이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꼭 웃어야 한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지만 웃으면서 인사했는데 모두가 멀뚱하게 쳐다볼때엔 다음 스텝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를겠을때가 있다. 아마 이들은 오늘 하루 너무나 많이 웃어서 가게 이름처럼 웃음들을 잠시 휴가 (Atostogos) 보냈던건지도 모르겠다.  깔끔하고 원칙있어 보이던 제과사들 틈에서 약간 머뭇거리던 여인은 들어온 손님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보이며 또 그런대로 서글서글하게 케익 구경을 하는 나에게 이런저런 메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난 그녀가 설명했던 메뉴에 있는 음식을 먹으러 간거였는데 왠일인지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디저트들은 너무나 맛있어 보이고 해서 맨 윗칸의 아랫줄에서 왼쪽으로부터 7번째에 있는 에클레르를 포장해서 나왔다.  옆 카페로 가면 되는것이다. 





오랜만에 간 옆 카페에는 구시가지에 있는 초콜릿 카페의 초콜릿을 가져다 팔고 있었다. 저 초콜릿도 맛있다. 술이 들어간 초콜릿 다수. 저것도 하나 집어 먹고 싶었지만 난 커피 두잔 마셔야 하니깐 참아야지. 



커피를 기다리는것이 나뿐이랴. 숟가락도 접시도 온기를 품은 커피 잔을 염원하기는 마찬가지다.  물잔도, 파트라슈 우유통 같이 생긴 물병도 커피 두잔과 함께 바깥 공기를 마시러 움직일거다. 



에스프레소와 플랫 화이트를 마셨다. 플랫화이트는 사실 썩 맛있어 보이지 않지만 이곳의 커피는 어쨌든 맛있다.  3분의 2정도 마시고 남긴 에스프레소를 다른 커피에 부어 마셨다.  커피가 좀 더 진해진다. 에클레르는 참 맛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겉표면의 바삭함과 달짝찌근함이 약간 샤브레 과자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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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6.10.03 08:00




(Vilnius_2016)



삐뚤어진 코 카페(http://ashland.tistory.com/444)  앞에는 기분좋은 볕이 든다. 도로변이지만 새로운 건물이 올라간 상태라 보도블럭도 일반 거리보다 두세배는 넓게 확보된 상태이다.  야외 테이블에 커피를 놓고 비스듬히 앉아 있어도 좁은 공간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하는 구시가지의 카페에서처럼 옆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위해 꼰 다리를 풀어야 할 필요도 없고 주차되었던 차를 빼서 돌아가는 사람들때문에 갑자기 생겨난 눈 앞의 텅 빈 공간에 종전에 느꼈던 아늑함을 반납할 필요도 없다.  물론 그런곳은 그런곳 나름의 매력과 낭만이 있지만 각각의 공간의 상대적인 장점을 말하자면 그렇다.  그리고 이곳은 매우 조용하고 집에서 가장 가깝고 항상 조금은 불완전한 마음으로 집을 비우는 나에게 적당한 햇살과 바람을 섞은 안식을 가져다 준다.  이 주택단지의 1층은 상업용이고 2층부터 가정집인데 이렇게 조용하고 외진곳에 카페가 생기면 정말 좋겠다 생각했던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는 자기 자신의 로스터리를 꿈꿨고 적당한 장소를 발견해서 1년반 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누군가가 실현한 꿈이 그렇게 다른 누군가가 원했던 작은 바램과 상통할때가 있다.  킴 언니와 만난날 (http://ashland.tistory.com/447)  커피 잔과 잡지를 돌려주러 안으로 들어가서 직원 여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커피값 내는것을 잊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코트속의 구겨진 5유로 지폐를 보고서 아차했다. 그래서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또 커피를 마시러 갔다.  

 



(Vilnius_2016)


도시,  구시가지를 이루는 요소들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중 하나가 굴뚝과 크레인 그리고 회색 하늘이다. 리투아니아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지금 나를 차지하고 있는 열기가 계속 지속되지 않을것을 알기에 곧 덥쳐올 회색 하늘과 바람에도 관대해질 수 있다. 그 역시도 아주 잠시 머물러갈뿐이다.  코트에 목도리를 칭칭감고 썬글래스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그렇다.  어떤 희망들이 기분좋게 유예된 상태, 이곳은 그런 상태가 반복적으로 고요하게 지속되는 곳이다.  크레인이 머무는 공사현장 근처에는 오래된 주택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반을 뚫는 굴착기가 뿜어내는 간헐적인 소음이 눈치없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꼬장꼬장하게 살아남은 오래된 건물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것도 같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밤이 되면 장작 태우는 냄새가 거리를 채운다.  굴뚝이 존재한다는것은 아직은 어떤 미련을 뿜어낼 여지가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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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