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2017.07.23 09:00


(Vilnius_2017)



빌니우스의 비는 늘상 지나간다. 지나가지 않는 비가 세상에 어디있겠냐마는 빌니우스의 비는 곧 지나갈것임을 약속하고 지나간다. 곧 지나간다고 하니깐 빨리 지나가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불평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너도 기다리고 나도 기다린다. 누군가는 버스를 놓칠거고 누군가는 좀 식은 피자를 배달할것이고 누군가는 직장에 지각하겠지만 모두가 함께 늦는것이다. 조용히 기다림의 대열속으로 합류하는것. 그것이 낯선 빌니우스 사람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지나가는 비를 함께 기다리는것 만큼의 거대한 공감대는 없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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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07.22 09:00



빌니우스의 타운홀을 바라보고 섰을때 북쪽의 오른편에 자리잡고 있는 이 건물은 빌니우스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이다. 고풍스럽고 단아한 건물들이 어깨 겨루기를 하는 구시가지 내에서 단연 세련되고도 모던한 건물을 꼽으라면 아마 이 건물이 될텐데 이 건물도 알고보면 지어진지 50년이 된 오래된 건물.  Vokieciu 거리의 초입에 자리잡아 얼마간 이 거리를 휘감아 들어가는 이 건물의 1층에는 '맛' 이라는 이름의 한국 식당도 있다. 아마도 빌니우스의 유일한 한국식당이지 않을까 싶다. 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어본적은 없으나 간혹 지나칠때면 한복을 입은 리투아니아인이 서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어로 예술은 Menas 이다. 예술가는 Menininkas (Menininkė). 센터를 꾸미고 있으므로 2격을 써서 Meno 로 격벽화가 된다.  남성어미 -as 는 -o 로 변형이 된다. 이 건물의 벽에는 예술가에 대한 그럴듯한 문구가 하나 적혀있는데 언젠가 썼던 글을 링크하자면 여기. (http://ashland11.com/299)




모든 성자들의 교회쪽에서 타운홀을 향하는 그 북쪽의 거리(Rūdininkų)에서 걸어오면서 보이는 풍경. 못 구조물 옆에 쓰여진 ŠMČ 는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의 약자이다. 리투아니아어의 알파벳을 읽을때는 겹치는 알파벳이 여럿 있음에도 영어의 알파벳을 읽을때와는 좀 다른다. 에이비씨디가 아니라 아베쩨데 라고 시작하는식. 그런식으로 이 건물의 약자는 '에스엠씨'라고 읽지 않고 '셰메쩨' 라고 읽어야 한다. 빌니우스인들이 이 장소를 말할때 Šiuolaikinio meno centras 라고 말하는 이는 아마 거의 없을것이다. 그냥 셰메쩨에서 만나자고 한다. 건물의 1층에 독립된 공간의 노천 카페가 있어서 주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Daily 2017.04.11 05:02


(Vilnius_2017)


가장 자주 걷는 길인데 항상 보던 이 건물이 오늘은 퍽이나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어딜봐서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내 눈엔 매우 몹시 그렇다. 실제 롱샹성당의 둥그스름하고도 오묘한 카리스마는 분명 없지만 그것을 누그러뜨린 직선의 형태로.  언제일지 모르지만 꼭 가게 될것 같은 공간. 가야하는 공간. 매일 지나다니면서 이곳에서 묵념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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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6.04.14 15:31




작년 8월 즈음. 대성당이 자리잡은 게디미나스 언덕 아래 공원을 걷다가 발견한 개들.  언제부터 여기에 이렇게 살고 있었지? 자주 걷던 구역인데 못보던 친구들이다.  보자마자 지나치게 흥겨운 노래 한 곡 떠오름.  Who let the dogs out!  어디서 뛰쳐 나온 개들이지. 멀리서 어렴풋이 봤더라면 살아있는 개라고 생각했을것 같다. 금세라도 달려 나갈것처럼 한 방향을 주시하고 있음. 으르렁거리고 있진 않음. 빌니우스에 동상 하나가 더 생긴게 너무 기뻐 한참을 요리조리 살펴 봄. 이 근처에 봄되면 졸졸졸 강물이 흐르는데 1년후에 아기가 걷게되서 함께 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국가의 주도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세워지는 인물 동상을 제외하면 특정 동상 세우기는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가진 의욕적이고 추진력 있는 사람들이 있을때에만 가능한 듯.  공공장소에 동상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생기고 그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모금펀드를 구성해서 아무런 입장료도 부과하지 않고 남녀노소, 가진자와 덜 가진자 모두에게 자유롭게 개방되는 이런 동상들.  세상에 더 더 많아졌으면 하는것.  특히 빌니우스 곳곳에 우리의 추억을 저장할 수 있는 이런 장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동상 세우기를 주창한 사람이 '나 빌니우스 구시가지 한복판에 사냥개 동상을 세울 생각이야' 라고 첫 아이디어를 공개했을때 주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해진다. 힘든 설득이 필요했을까. 어찌됐든 누군가의 작은 꿈은 실현됐다. 한 공간을 점령하는 동상. 탄생의 순간부터 존재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이들. 


   



이 개들은 리투아니아의 사냥개를 형상화한것이다. 사냥개하면 닥스훈트, 비글, 그레이하운드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동상 덕분에 거의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자국을 대표하는 사냥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리투아니아에서 사냥에 참여하는 품종들의 생김새를 분석해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만든것이라고 하는데 이 세마리의 개는 그냥 사냥개 세마리가 아니라 엄마개 아빠개 아기개임. 개 한마리는 네 다리를 곧게 펴고 위풍당당하게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고. 다른 개 한마리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데 약간 뒷발을 멈칫 하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맨 마지막의 개는 크기가 작아서 잘 안보였는지 머리를 약간 치켜들었음.  뒤늦게 달려와서 급히 멈춰 선듯 발의 위치도 제각각.  심지어 왼쪽 앞발은 들고 있다. 누가 엄마개이고 아빠개인지는 성차별의 위험이 있으므로 각자의 상상력에. ㅋ





리투아니아어,영어, 독일어, 폴란드어 4가지 언어로된 간략한 설명. 신기하게도 러시아어가 없네.  





나중에 눈 많이 오면 이 개들 보러 와야겠다. 등에 소복하게 눈이 쌓이 겠지.






앞쪽에서 보니 개성이 좀 더 뚜렷해지는 느낌. 꼬리 위치도 귀의 위치도 제각각. 

20년전에 똥개 한마리 키운적있는데 그때 한창 존 그리샴의 법정 소설에 빠져있을때여서 개 이름도 존 그리샴이었음.

존 아저씨 지금 뭐하고 계시는지 사뭇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여전히 소설 쓰시게 계시네. 어멋..






빌니우스에 있는 동물 동상들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 뛰쳐나온 다른 강아지들 이야기도.




생각난 김에...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5.11.23 06:49



주말에는 첫눈이 내렸다. 물론 내리면서 녹아 버리는 눈이었지만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하는 생각에 한 겨울에 펑펑 내리는 눈보다 오히려 더 춥게 느껴졌다. 토요일 오전이면 집 근처의 상점들도 둘러 볼겸 혼자 나선다. 거리를 걷다가 빌니우스 중앙역에서 갈라져서 나와 구시가지로 연결되는 가장 큰 대로인 V. Šopeno 거리에서 재밌는 상자를 발견했다. 이 거리는 일전에 소개한 스트리트 아트가 그려진 건물이 있는 거리이고 그 스트리트 아트의 건너편에 이 상자가 붙어 있었다. 스트리트 아트 관련 글 보러가기

   


멀리서 봤을땐 건물의 전기 단자 같은것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상자에 임대 광고나 구인 광고 따위가 붙여져 있는 걸로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럴싸하게 색칠도 되어있었다. 



알고보니 누구나 열어서 책을 빌릴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었다. 




미니 도서관 규칙

1. 모든이들이 적절한 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2. 다른 이들도 흥미로울 수 있도록 편지와 감상을 나눕시다.

3. 이 쇼페노 (V.Šopeno) 거리가 안전하고 쾌적한 거리로 거듭나길 희망합시다.

4. 자유롭게 얽매임없이 이 책들을 이용합시다.

5. 도서관은 모든 좋은 뜻을 가진 이들에게 항상 열려 있습니다.


이라고 적혀 있는데 가장 와 닿았던것은 3번 항목이었다.

이 거리가 사건 사고가 많은 우범 지역은 아니지만 가끔 길거리에서 마약 투여에 사용된 주사기가 발견될때도 있고 실제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도움 센터도 위치해 있다. 대낮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서 술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을 마주치는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환각제를 복용했는지도 모를일이다. 그들 대부분은 공격적이거나 폭력을 가하거나 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비틀거려서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지나치며 미소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니깐. 하지만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접근성도 뛰어나고 임대료가 저렴하니 텅텅 비어있던 주변 점포들에 여러 종류의 스튜디오들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뭔가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변하고 있는 느낌이다.



도서관을 열어 보니 (?) 여러 종류의 언어로 된 책들이 들어 있었다. 그다지 읽은 만한 책이 있는것 같진 않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퍽이나 유용한 책이 될 지도 모른다. 아직은 시작이니깐. 아직 도서관에 자리가 있으니 읽지 않는 책을 집에서 몇권 가져다 놔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날 가져다 놓은 책. 그루지야어 (몇해전 러시아와 외교문제로 충돌했던 이 나라를 영어로는 조지아 Georgia 라고 읽지만 리투아니아에서는 원어에 가깝게 그루지야라고 부른다.) 로 된 르네상스 미술 관련 책을 비롯해서. 사실 내가 읽지 않은 책이라 감상을 나눌 수도 없는 그냥 버릴 수 없어 가져온 책들이나. 더 나은 삶을 위해 빌니우스로 이민 온 그루지야 인이 모국어로 쓰인 책을 발견하면 마음이 편해 지지 않을까 상상도 해봤다. 



나중엔 내가 다 읽은 잡지도 가져다 놓고 나도 재밌는 책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이 도서관 문이 박살나거나 담배 꽁초나 사탕 봉지 따위가 발견되지 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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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