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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

리투아니아어 82_장갑 Pirštinės

 

Vilnius 2021

 

겨울이면 주인을 잃은 장갑이 지천인데 사실 주인을 잃어서라기보단 제 짝을 잃은 것 같아 처량하다고 하는 편이 옳다. 보통 한 짝만 덩그러니 남아있기 때문이다. 장갑이야 한 짝을 잃으면 운 좋게 남은 한 짝도 거의 쓸모가 없어지니 하나를 잃든 둘을 잃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남은 장갑 한 짝 탓에 잃어버린 장갑이 잊히지 않고 계속 생각나니 차라리 두 짝을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아예 양 손바닥이 줄로 이어져 절대 서로 이별할 수 없었던 아동용 장갑은 그야말로 주인을 잃었다. 날이 따뜻해져서 장갑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저렇게 작은 손바닥을 지닌 아이라면 분명 다음 겨울엔 저 장갑이 맞지 않을거다. 그나마 장갑은 지난겨울 한 철 제 할 일을 다했으니 주인도 많이 억울하진 않겠지만 안쓰러워 보이긴 마찬가지다. 쌍을 이루는 이런 물건들은 단어로 말할 때도 항상 복수로 사용해야 하니 고달프다. 손을 씻으러 갈 때 손 한 짝만 얌체처럼 씻을 게 아니니 손을 복수로 써야 하는 것처럼 추우니깐 장갑 껴라고 말하면 장갑 한쪽만? 이라고 되물으며 키득키득 웃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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