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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수면의 과학>

                       

<수면의 과학> 미셸 공드리 2005

<멜랑콜리>에서 샤를롯 갱스부르를 본 탓인지. 오래전에 보았던 이 영화가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았다.
멕시코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테판은,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프랑스로 상경한다. 
스테판 역의 가엘 가르시엘 베르날은 나오는 영화마다 국적이 바뀌는데,
물론 그가 스페인어를 하는 이유때문이겠지만 독일어나 북유럽 언어를 한다고 해도 왠지 이상하지 않을것 같다.
키가 작아서 어떤 여자배우랑 연기를 해도 잘 어울리는 관계로 매번 나름 괜찮은 영화에 캐스팅된다. 
음..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낸 아파트로 되돌아오는 스테판.
아파트 관리인 아줌마도, '누워서 불끄기 장치'가 작동되는 장난감 같은 침대를 봐도 
어릴때랑 비교해도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어보이지만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과
아버지없이는 더 이상 공유할 것도 없어보이는 엄마와의 관계,
따로 국밥처럼 각자의 얘기만 늘어놓는 직장동료 까지 더해져 그에게 프랑스 생활은 팍팍하게만 느껴진다. 
자신의 상상력과 예술적 재능을 발휘 할 꿈에 부풀어 첫 출근한 직장에서조차 그의 꿈과 현실은 어긋난다.
알콩달콩 사랑이라도 하게되면 좀 달라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었지만 그마져도 쉽지 않다.


마침 옆집으로 이사오는 스테파니. 
피아노 옮기는것을 도와주다 스테판은 손을 다치게되고 그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서 알게된다.
스테판은 자신을 일러스트레이터로 스테파니는 친구에 의해 원하지 않았지만 작곡가로 소개된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조차 현실을 부정하기란 쉽다. 사실이 아니기때문에 꿈과 거짓말은 오히려 달콤하다.
손을 다친 스테판에게 스테파니의 친구가 발에 뿌리는 무좀약같은것을 손에 발라주는데, 
나중에는 손에서 발냄새가 나는 것 같아라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스테판은 스테파니가 손을 낫게 해주었다고 믿고 싶어한다. 마치 뽀뽀로 반창고를 바르면 상처가 낫는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요새 영화 <러브픽션>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극 중 하정우와 스테판의 심리상태에는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스테판과 스테파니는 스테판의 과대망상이 아니었더라면 꿈에서처럼 예쁘게 사랑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는것에 안도하면서도 나를 싫어할지 모른다고 염려하고
혼자만의 상실감에 사로잡혀 때로는 아이처럼 변하고
그런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꿈과 현실을 혼돈하며 가만히 있는 스테파니마져 뒤흔들어 놓는 스테판.
그가 고안하는 각종 기계들은
그가 상상하는 현실을 재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자신에게 거는 최면임과 동시에 
그를 점점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스테파니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누구보다 솔직하고 순수하게 표현하지만
스테파니의 감정 조차도 자기식대로 결론짓고 상상하므로써 진심을 확인하는데에 실패한다.


1초후와 전을 여행하는 타임머신이다. 두번 연속해서 스테파니를 와락 껴앉는 스테판.
"뭐야, 왜 두번씩이나 안고 그래"
"한번은 미래고, 한번은 현실이니깐."
"우리 둘이 생각하는 미래가 다르다는 소리네"
"아니야. 이건 기계야. 객관적인거라고"


스테판의 동굴속에 자리잡은 스테파니의 방.
물건은 주워담기만 하면 되고 음식은 냄비에 넣기만 하면 그만이라지만 추억과 의미를 전부 가질 수는 없다.
우리는 매일 일정량의 시간을 꿈이라는것에 할당한다.
꿈을 꾸는데에, 꾸었던 꿈을 누군가에게 얘기하는것에,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는 꿈을 되새기는데에도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너무나 또렷해서 의미부여가 요구되는 그런 꿈들도 있다.
꿈은 나만의 환상일까. 아니면 나의 상상과 누군가의 현실이 조합된것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우리 모두의 환상이 결합된 또 하나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꿈을 통해서 우리의 욕망은 좀 더 견고해진다.
스치듯 지나 잊혀졌던 과거의 감정들이 마치 어제의 일기처럼 또렷하게 펼쳐진다. 
우리가 꿈을 꾸는 이상 우리는 일정 부분 늘 현실을 부정해야 할 책임감 따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꿈속에서라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하나의 현실과
꿈이었으면 하는 또 다른 현실을 동시에 살아야 하는것이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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