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먼 타국에서 드문드문이라도 좋은 한국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 신 친구부부에게 땡큐.
<부러진 화살>과 <범죄와의 전쟁>을 보고나니 <러브픽션>과 <만추>까지 보고 싶다.
이 영화는 포스터만 그냥 좀 보고 줄거리에 대해선 사전에 읽지 않았다.
사전에 줄거리를 읽지 않고 영화를 보려는 노력은 뭐랄까.
알바를 하긴 해야하는데 별로 하고 싶지는 않고
알바구함이라는 쪽지가 붙은 가게에 들어가보긴 하는데 이미 구했다는 소리를 듣길 바라는 그런 심정?
일맥상통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천재다.
두가지 행위에 구체적으로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있는거 같다.
나는 알파치노가 좋다.
그 어떤 영화에서도 그는 천하무적 완벽한 강자인적이 한번도 없었다.
요는 많은 이들이 그를 강한 주인공으로 기억한다는것.
오히려 원조 감초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토퍼 월큰 같은 사람이 강자라면 강자다.
<범죄와의 전쟁>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포스터속의 최민식의 모습이 <도니 브라스코>의 알파치노와 너무 닮아서였더랬다.
하정우는 나름 조니뎁 같아보였다.
하정우가 최민식을 이용해먹고 최민식이 우울하게 죽어가는 줄거리를 상상했다.
이 영화는 마치 여러 알파치노 영화들의 콜라주같다.
10억짜리 전화번호부로 결국 모두를 이용해먹는 최민식은 물론 돌연변이로 밝혀졌지만.
하지만 그마져도 알파치노를 배신하는 <칼리토>의 숀펜을 떠올리게 한다.
이 여자들 대사도 없이 이렇게 지루하게 앉아있지만 하루 일당은 받았겠지?
술취한 최민식과 하정우의 지루한 대화를 들으며
머리를 빌빌꼬는 술집여자들의 이 모습은 정말 너무나 <칼리토>의 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딱 봐도 유죄인데 숀펜의 말발로 징역살이를 면한 알파치노가 숀펜과 술집에 가지만
여자들과 춤을 추면서도 숀펜에게 열렬이 우정타령을 하는 알파치노.
그나마 그 여자들은 대사라도 있었다.
"you wanna dance with me? or you wanna dance with him?"
20년이 지나고 검버섯이 핀채로 폭삭 늙어버린 최민식을 보기전까지는
아 이 영화는 나중에 후속편이 나와도 재밌겠다 했다.
<칼리토>가 <스카페이스>의 암묵적인 후속편이었던것 처럼,
최민식에게도 충분히 감상적으로 죽어갈 기회를 줘야하는게 아닐까해서다.
마치 <집으로>의 한 장면 같다.
이 영화의 몇몇 인상적인 까메오들. 매번 장작패는 할아버지, 떼로 지나가는 그랜저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콩밭매는 아낙네.
이런 사람들도 일당을 받았겠지? 흐흐
짧은 대사조차 없었던 어떤 배우들의 기가막힌 연기들.
뭐 돈얘기를 꺼내는 오빠 앞에서 새 언니 눈치를 살피는 최민식의 여동생이라던가,
까메오로 출연하는 영화 감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이 검사분.
그냥 전체 시나리오를 확 꿰뚫고 있는 듯한 미묘한 대사 톤 같은거?
아무튼 영화가 잘되려면 정말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야된다.
하정우는 차라리 대사없이 표정연기만 했어야되는데.
마지막에 차안에서 최민식과 엎치락할때 빼고는 정말 <멋진하루>의 대사톤에 사투리 억양만 가미한 연기였다.
80년대 초반에 초등학생 자식이 있었으면
우리 세대랑 대략 10년차인데 딸둘에 아들 하나가 부양가족이 가장 적은거라니.
이 사람 저사람 머리에서 박살나는 오비 맥주나 차범근 뱃지를 단 웨이터가 존재했던 그 시대.
소방차가 붕붕날고 생크림 케잌이 등장하기 이전의 구멍가게 크림 빵을 먹던,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다니.
여종업원 엉덩이도 만질 정도로 대담해진 최민식인데
"살아있네" 대사는 식혜더러 한다.
최민식이 언제까지 살아있을까.
전작만한 후속작 없다지만 어떤식으로든 2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뭐 대충 저 검사아래로 최민식 아들이 핏 덩어리 같은 후배검사로 들어가고,
대쪽같은 초짜를 보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건달들은 전부 출소하고
뭐 이렇게 저렇게 구태의연 해지겠지만 2편이 나오면 꼭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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