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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Vilnius 160_조심히 걷기

10미터 정도 앞에 먼저 가고 있던 남자가 꽈당 넘어지길래 반대편 길로 가서 걸음을 이어갔다. 언젠가 나의 미끄러짐도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었겠구나 싶어 마냥 창피한 행위는 아니란 생각이 들며 괜시리 마음이 편해지면서 앞서 넘어진 남자의 겸연쩍은 뒷모습을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다. 지붕으로부터 물이 떨어져 거리에 쌓인 눈에 꽂히는 소리가 발자국 소리와 비슷하다. 계속 뒤에 누가 오는 느낌이 들었지만 거리엔 혼자였다. 제법 밝아졌고 어느새 2월이 되었다. 이 길에서 나는 보통 왼쪽 길로 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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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unyeh@gmail.com 2022.03.09 07:01

    내가 리투아니아를 걷던 때가 저절로 생각이 나는 사진이다. 그 때에도 눈이 많이 와서 나는 답지 않게 참 조심조심 걸었었다.

    • 영원한 휴가 2022.03.10 07:32 신고

      그때 맥주 도서관에서 나와서 계단 올라가기 전에 눈 더미에서 미끄러질듯 하면서 너가 나를 붙잡았는데 같이 미끄러질까봐 순간 너를 좀 멀리해야 겠단 생각에 거의 밀치려고 했던 때가 떠올라서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