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land

Poland 10_ 바르샤바의 타투 스튜디오



친구를 베를린행 기차에 태워 보내고 중앙역에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불과 며칠 전에 걸어왔던 길의 오른쪽 풍경이 왼쪽 풍경이 되자 그때는 보이지 않던 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의 감흥을 애원하듯 붙들고 계속 직진한다. 8차선 도로를 쭈욱 걸어가고 있자니 가끔 방문했던 거대 식물원 가는 길의 춥고 공기 나쁜 하얼빈 생각도 나고 цум 백화점이 있던 모스크바의 어떤 큰 대로도 생각이 났다. 이제 나에게 이런 광활한 도로는 한없이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그 단조로움의 대열들이 수타면 장인이 한없이 늘리는 면 반죽과 같았으니 처음엔 어안이 벙벙하다가 좀 지나면 그 조차도 익숙해져서 종국엔 그저 펄펄 끓는 빨간 국물 속의 쫀득한 면만을 기대하게 한다. 아침으로 우육면을 먹어서였는지 계속 면들의 이미지가 출몰하는 와중에 긴 대로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커피 한 잔만이 가장 분명한 실체였다.

어쨌든 버스시간까지 시간이 많았으니 이런 터미널 동네의 카페들을 가보자 해서 카페 두 개를 검색해서 (친구로부터 구글맵에서 장소를 찾으면 깃발을 꽂는 기술도 전수받았다) 널찍한 도로를 횡단하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을 때 건너편 도로에 익숙한 간판이 보였다. 카페인은 리투아니아 카페 체인인데 여기까지 있나? 하기엔 뭔가 그 외관이 미심쩍었지만 간판의 글꼴이 너무 비슷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따뜻한 조명의 카페 분위기는 흘러나오지 않고 옆의 타투 간판과 같은 폰트로 연결되어있는 것을 보며 그냥 카페인 타투라는 타투 스튜디오인가 보다 하고 검색해보니 정말 그랬다.

결국 어떤 동네 카페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곧게 뻗은 대로가 묘하게 옆으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더 들어가야 했으니 실제 거리상으론 사실 멀지 않았으나 뭔가 목적지인 터미널에서 하염없이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지난번 아침에 도착했을 때 들어갈까 망설이다 그냥 지나쳤던 터미널 근처의 첫 번째 카페 코스타 커피로 향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