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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nd

Poland 12_바르샤바의 코페르니쿠스

 

코페르니쿠스의 자태

 

도시 속의 조각들, 동상들을 좋아한다. 빌니우스 구시가에 특히나 조형물들이 많아서 으례 익숙해진 것인지 어딜 가도 늘 몇 개는 지나치게 되는 그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추억의 좌표처럼 남는 것이 좀 감동적이라고 해야 할까. 간혹 이념 문제로 없어지고 옮겨지고 하는 것들도 종종 있지만 그 주위를 지나치고 약속을 잡고 걸터앉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책을 읽던 누군가의 기억은 강제로 끌어내 박멸하기 힘든 것들이다. 바르샤바에서 아침에 집을 나설때도 온종일 신나게 걷다가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며칠간 매일 마주쳤던 코페르니쿠스. 건물에 비친 뒷모습에서 오히려 더 생동감이 느껴진다. 비록 초상화 속의 풋풋한 얼굴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고전적이고 학구적이고 신화적 이미지여서 멈칫했지만 아마 동상 옆 바닥에 앉아서 키득키득거리던 금요일 밤의 술 취한 연인들의 모습 때문일까. 두시에 분수대 옆에서 만나자며 절규하던 펄프의 노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신선한 홉에 둘러싸인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를 검색했을 때 나오던 그의 모습이 집 앞의 24시간 바르샤바 주류 백화점 근처의 무알콜 맥주 광고 속에도 있었다. 이 광고를 본 이후부터는 어딜 가도 그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마치 바르샤바 여행은 코페르니쿠스 얼굴을 알고 난 후와 전으로 나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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