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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y

Italy 05_코르토나의 길 Via di cortona

 

코르토나로 가는 길. La strada per cortona.

La strada는 아시다시피 펠리니의 영화 '길'의 원제에서 얍삽 인용하였고

문장을 넣고 검색 해본 결과 코르토나'로' 가기 위한 전치사는 per 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

strada 가 고속도로나 길처럼 특정 방향을 가리켜 삶에 대한 목적의식을 불러일으키며 동적이고 광활한 느낌을 준다면

우리가 두시간여에 걸쳐 밟고 올라온 콘크리트 언덕은 분명 strada 였던것 같다.

 그리고 코르토나 입성을 목전에 둔 우리를 초로에 접어든 성당으로, 끈적한 압착 올리브 향으로 가득한 식당으로,

피아자의 벼룩시장으로 인도해 줄 꼬불꼬불한 골목길은 via.

이탈리아어에는 독특한 생동감과 운율이 있고 적당한 강약을 넣어 발음해보면 노래를 부르는것 같다.

제목마다 적당한 이탈리아어 제목을 붙이고 싶어서 부정확성을 무릎쓰고 구글 이탈리아에 입력해 구글 번역기를 돌려본다. 

저 게이트를 통과해서 코르토나의 중심 광장 Piazza della Repubblica 로 이어지는 가파른 길목은 Via Guelfa

 우리가 걸었던 수많은 코르토나의 길,Via di Cortona!

 

 

터널을 통과해 반대방향에서 바라 본 모습.

해바라기로 가득한 투스카니를 보려면 7월경이 가장 적합하다고 하는데

10월에 접어드는 이맘때에도 해바라기 풍년이다.

기념품 상점 가판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해바라기 마그넷과 상점 입구를 치장하고 있는 해바라기들.

아, 7월이 아니어서 아쉽다고 느끼는 여행자들의 머릿속도 노란 해바라기로 가득 할 것.

 

 

옛것을 남겨두는 데에는 용기와 자존심이 필요하다.

미켈란젤로의 매끈한 다비드상이나 피렌체 두오모의 생명력을 '보존'이라는 단어로 설명해야 한다면

칠이 벗겨진 잿빝 목조문과 녹슨 끌로 뚝뚝 쳐서 투박하게 남겨진듯한 콘크리트벽에서는

오히려 자존감이 느껴진다.

누군가가 사재를 털어져 만든 소박한 생활 박물관 한켠에 놓여진 듯 고독한 에트루리아인의 문.

 

 

누구나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아닌것 같다.

그러니깐 뻬쩨르부르그행 기차의 이층칸에 힙겹게 자신의 몸을 꼬깃꼬깃 접어 눕던

그 육중한 러시아인은 절대 앉을 수 없는 식당이다.

 

 

코르토나행 기차표에 찍힌 시간을 보니 얼추 오후 3시정도에 코르토나에 도착했고

두시간정도를 걸어서 올라온 구시가지에서 숙소를 찾아 헤맸다.

오후 5시정도. 해지기전에 빨리 짐을 내려놓고 해 질 무렵에는 식당에 앉아서 한가롭게 저녁을 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굳이 사람들 북적이는 식당에 앉아있지 않아도 가져간 보온병에 차를 끓여 아무데나 걸터앉으면

이미 마음속에서 예약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장자리 벽은 분명 새롭게 바른것 같은데 창이나 문주위를 이렇게 그대로 남겨놓는것은 건축법에 따른 그런건가.

구시가지 보존 건축법 같은게 있어서 리모델링은 허가하나 이렇게 옛 흔적은 조금씩 남겨둬야 한다거나 그런거.

이 견고한 쇠창살은 안으로 보이는 창문보다 더 오래된 놈같다.

도둑하나 없을듯 평화로운 이곳에 치안때문에 급하게 설치한 21세기의 쇠창살이라기보다는

기술력이 뛰어났고 나름 야만적이었다는 에트루리안인들이 이곳에 이민족을 가둬놓고

끌과 망치로 청동조각을 두드리게 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마르티니가 프란시스에게 선물한 성 로렌초 상 같은 그런거.

창살과 절묘한 대구를 이루는 창 옆의 저 배기구와 올망졸망 매달려있는 작은 화분들은 또 어떤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에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오랫동안 햇살을 머금을 수 있는 지붕 아래의 방.

건물 측벽의 저런 뜬금없는 레고블럭식 창문들은 이곳 리투아니아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집과 집이 마주보고 길을 형성한다기보다는 건물위에 건물이 지어져 비스듬한 경사를 형성하는 이런 지형에서

일반 사람들이 조망권때문에 다툴일은 드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철거지역으로 분류되어 두더지잡듯 파헤쳐져 사라져가는 달동네의 건축적 가치를 무시한 결과,

편평히 고른 부지위의 아파트 입주자들이 뒤늦게 조망권 분쟁을 겪는것은 현대 도시의 업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걸어와서 뒤를 돌아본 걸까 저 끝 소실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걸까.

 

2010. 9월. 코르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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