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도착했던 2006년의 모습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파네베지 버스 터미널. 17년 동안 나도 바뀌고 기후도 바뀌고 대통령도 바뀌고 화폐단위도 바뀌었지만 역내의 긴 나무 의자나 간판이라도 부분적으로 바뀔만한데 모든것이 소름 끼칠 만큼 그대로이다. 이 버스역에 들어서면 같은 해 겨울 들렀던 러시아의 이르쿠츠크 버스터미널이 늘 떠오른다. 짐을 맡겨놓는 Bagažinė는 역내의 꿈꿈한 흐라녜니에, 체부렉이나 감자전 같은 주로 튀긴 음식들을 파는 Valgykla는 스탈로바야와 그저 똑같다. 다를 이유가 없는것이 맞다. 러시아 대도시의 역 규모는 리투아니아와 비교할 수도 없지만 이르쿠츠크는 상대적으로 소도시인지 그 오밀조밀 아는 사람끼리 부대끼는듯했던 인상을 종종 파네베지에서 느낀다.
파네베지는 얼마 전까지 리투아니아의 5대 도시에 속했으나 인구가 10만 미만으로 줄어들어 5대 도시에서 탈락되어 파네베지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 리투아니아의 소도시이다. 빌니우스에서 2시간 남짓 거리인데 리가와 거리상 더 가깝다. 라트비아에서 유로라인이든 톡스든 버스를 타고 빌니우스에 온다면 보통 파네베지를 지난다.
지난 봄 부활절에 파네베지의 새로운 버스 터미널 공사 현장을 지나며 택시 기사 아저씨와 나눴던 대화가 기억나서 옮기자면 대충 이렇다.
나 -Pagaliau turėsim naują autobusų stotį?
(드디어 새로운 버스 역이 생기네요)
택시기사 -Taip, jei archeologai nieko neras toje vietoje (네. 고고학자들이 아무것도 발견하지 않으면요)
이것은 무엇이든 새로 짓기 시작하면 건설 현장에서 옛 집터등 고증이 필요한 것들이 발견되어 건설이 기한없이 늦춰지는 것에 대한 유머이다.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도 이미 턱없이 늦은 파네베지의 버스역 공사라 더 와닿았다. 별다른 의미있는 고고학적 발견이 없었는지 공사는 이미 진행중이었다. 막상 파네베지에 새로운 역이 완성되면 옛 모습이 좀 그리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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