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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

리투아니아어 113_공증인 Notaras

 

공증인의 공고


동네 곳곳에 공증 사무실이 정말 많다.  간판에 보통  'Vilniaus m.10-asis notaro biuras  빌니우스시 10번째 공증 사무실' 이런 식으로 적혀있다. 오래전에 종로 구청 근처 공증 사무실에서 몇 가지 증명서를 영문 번역하여 공증을 받았었다. 그 서류들을 리투아니아어로 번역해서 다시 공증받은 후에야 효력이 생긴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내려 받을 수 있는 서류도 많고 아포스티유도 발급이 되니 전에 비하면 모든 것이 엄청 간단해진 듯 보이지만 해외에 거주하면서 신분증이나 거주 관련 문서들을 준비하고 갱신하는 것은 어쨌거나 참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늘 별문제 없이 잘 진행되었으니 한편으론 고맙다.  

간혹 일간지를 사서 읽는다. 주어와 목적어가 바뀌고 날짜와 장소가 바뀌고 모든것이 송두리째 바뀌는 와중에도 다른 듯 비슷한 이야기들이 이 귀퉁이에서 저 귀퉁이로 옮겨가며 한결같이 등장하는 곳. 어쩌면 우리가 기다리는 소식의 본질은 무엇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보다는 누구에게 일어났는지에 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문 가장자리에 복도의 잊혀진 신발주머니처럼 길게 걸려있는 이 부분은 보통 사망자의 유언 집행날짜를 알리거나 상속자를 찾는 공증 사무실의 공고들이다. 살아생전에 유언장을 작성하고 공증도 받을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 수 있었던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는 갑자기 죽어버린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단순히 사망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뺄셈 하는 것으로 그것이 급작스러운 죽음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눈치챌 수 없었던 것들을 애도하는 가장 손쉽고 무난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각기 다른 러닝타임의 종료와는 별개로 아직 끝맺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서 이들의 삶은 오묘하게 닮았다. 살아서 죽음 이후의 일들을 관할하기 시작하는 적당한 시기는 언제일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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