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46>속의 한 장면.
윌리엄과 마리아는 함께 밤을 새우고 비내리는 상하이의 아침을 맞이한다.
생일인 오늘 꿈을 꾸고 싶지 않은 마리아는 잠을 자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눕는다.
그런 마리아에게 윌리엄이 커피를 끓여준다.
마리아의 생김새와 목소리만큼 그녀의 아파트도 뭔가 비현실적이다.
발갛게 달궈진 전기 렌지는 흡사 휴대용 앤틱 턴테이블 같다. 그 위에 놓여진 웍과 모카포트도 소꿉놀이 같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감정이입 바이러스의 주입이 가능한 시대이지만 실생활은 지금과 거의 다르지 않다.
저 웍은 한번도 사용한적없는지 시즈닝도 안된 상태인듯 너무 깨끗하다.
노천 식당에 앉아 어설픈 젓가락질로 중국 음식을 먹으며 맛있어 하는 마리아의 표정이 생각난다.
나는 웍이 기울어 지지 않게 받쳐주는 저 지지대가 몹시 탐이난다.
내일은 파인애플과 빨강 파프리카와 그린빈을 볶아 굴소스를 두르고 노랗고 초록인 볶음밥을 만들어봐야겠다.
밤새 하루 종일 걷다가 홀짝 될 수 있는 뜨거운 커피도 그립다.
동이 트는 것을 보며 폭신한 베개를 부둥켜 안고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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