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고 감탄하며 마치 하나의 명화처럼 화석처럼 평생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싶은 어떤 풍경들이 있다.
보슬비에 젖어가는 촉촉한 땅위에 서서 시야에 잡히는 모든 피사체를 기억하겠다고 장담하지만
조금만 각도를 비틀어 뒤를 돌아보거나 서너발짝 물러서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과연 정말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이 장소를 기억할 수 있을까 반문했다.
사진이라는 평면의 예술이 담기에 우리의 기억은 그만큼 입체적이다.
하지만 그 기억을 나 자신만 아는 가슴속에 담아두기에 우리는 겁이 많다.
사진을 보며 늘상 회상에 젖지만 진실로 아득한 그리움에 빠져들게 하는 어떤 풍경들은 어떤 사진에서도 찾을 수 없다.
사소한 기록에 초연해질때 오히려 기억은 견고해지는것이 아닐까.
기록은 나의 기억을 보장할 수 있을까.
'빌니우스에서 버스로 한시간 거리의 우크메르게에 내려 다시 이십킬로 정도를 달리면 베플리아이라는 곳이 나올거야.
마을 우체국을 지나고 종탑이 없는 교회를 지나서 조금 더 걷다보면
사슴 사냥 금지 표지판이 나타나는 짧은 다리에 다다르게 되겠지.
그 양쪽에 펼쳐진 밀밭의 끄트머리에서 오른편을 보면 수십그루의 나무가 만들어낸 좁은 오솔길이 나타나.
그 길고 가느다란 숲 속의 서른 여섯번째 나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가능한한 깊게 밭 아래로 손을 뻗어.
진흙의 축축함이 느껴질즈음 손가락 끝에 딱딱하고 검고 차가운 돌덩이가 만져지겠지.
그 돌덩이 아래에 숨겨진 뭔가를 너가 찾을 수 있길 바래'
베플리아이의 고요한 들판에서 '쇼생크 탈출'의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의 편지가 떠올라 잠시 유치한 상상에 젖었다.
죽은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 레드(모건 프리맨)를 위한 상자를 숨겨두는 듀프레인.
그리고 멕시코의 한 해변에서 레드를 기다린다. 희망이야말로 가장 소중한것이라 여기며.
좋은것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여기며.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 따스한 장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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