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를 과감히 뜯어내면서 시작된 4평 남짓한 욕실 수리. 한달전에 주문한 타일이 도착했지만 아직 가지러 가지 못했다. 오래된 타일을 벗겨내자 깊은 구덩이가 드러났고 시멘트를 붓기 시작하면서 세탁기도 옮겨 버렸다. 이제 세탁기도 돌릴 수 없고 곧 화장실도 쓸 수 없을테니 더 이상 질질끌지 말고 빨리 끝내버려야 할 때가 된것이다. 마음 먹고 한다면 업자를 불러서 일주일만에라도 끝낼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우리가 가진 시간이 너무 많았다는것. 일주일에 하루 날 잡아 세시간 정도 일하고 먼지 닦는데 한 시간을 쓴다. 남은 6일동안 수리에 대한 강박은 지워버려야 하니깐. 조그만 집인데 너무 빨리 고쳐 버리면 나중에 아쉬울거라며. 욕실에서 물을 사용할 수 있을때 쯤 가을쯤 어디 잠깐이라도 여행 다녀올 수 있을까. 아래 베르겐의 스테레오 랩 사진을 보고 있으니 파리의 생투앙 벼룩시장의 중고 엘피 가게가 생각났다. 오아시스의 i'm outta time 싱글은 가지고 있었기에 오히려 마이 블러드 발렌타인때문에 잠깐 고민했던 기억. 손가락이 새카매질때까지 엘피들을 넘기고 넘기다 에이 나중에 왔을때까지 남아 있으면 그때 사자. 그때까지 남아 있다면 내가 사야 할 물건이겠지 라며 또 운명론에 젖었던 기억도 난다. 그렇고 거르고 또 거르고 남겨두고 남겨두는 와중에 내 곁에 남는것이 진짜 내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갈 수 있을까 파리. 다시 간다면 아직 날 기다리고 있을까 마블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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